AI시대 기대주 챗봇, 정말 쓸 만한가요?

백봉삼 기자 입력 2017. 3. 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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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자의 e知톡] 눈길 끌기 아닌 효율성 갖춰야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챗봇’(채팅+로봇)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몇몇 O2O(Onlinet to Offline) 스타트업들도 AI 시대를 맞아 전문 개발자를 영입하고, 거액의 투자금을 쓰겠다는 발표도 잇따랐습니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는 별도 독립 법인을 통한 AI 기술 개발과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정부도 앞장서 AI에 대한 중점 전략과 투자 계획 등을 밝히며 AI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알파고 쇼크’ 이후 너도나도 AI를 외치고 챗봇이 유행처럼 번진 지금, 정말 사용자들에게 유익한 기술과 서비스를 기대해도 될까요. 3D TV가 그랬던 것처럼 잔뜩 기대감만 부풀린 뒤, 바람 빠진 풍선마냥 사그라지는 건 아닌지 한편으로 걱정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가장 최근 배달음식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서비스 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AI 기술 도입을 위해 100억원을 투입하는 ‘배민 데이빗’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채팅이나 음성을 통해 사용자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음식을 고르고 주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회사는 100억원으로 AI 전문 개발자를 영입하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참여 중인 ‘아미카’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하면서, 자체 AI 개발력과 서비스를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김범준 최고기술책임자에게 배민 데이빗 프로젝트를 맡겼습니다.

종합숙박앱 ‘여기어때’를 서비스하는 위드이노베이션도 이달 맞춤형 숙소 정보를 제공해주는 챗봇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채팅창에 “부산에 친구 2명과 가기 좋은 10만원대 호텔을 알려줘”라고 입력하면 이에 맞는 숙박 정보가 검색되는 방식입니다. 반면 아직 정보가 수집되지 않은 문제로 “객실 바닥이 마룻바닥인지, 카펫인지 알려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습니다.

1단계 버전은 고도화된 기술보다는 사용자가 “재미있네” 정도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2, 3단계 진화를 통해 사용자들이 “편하네”, “나를 알아보네”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여기어때의 구상입니다.

회사는 보다 정교한 AI 서비스를 위해 최근 빅데이터 전문가인 윤진석 최고기술책임자를 영입했습니다. 윤 책임자는 챗봇 기술의 방향성을 설계하고, 회사 전체의 연구개발 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네이버도 대화형 커머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톡톡 서비스를 통한 피자 주문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비즈니스 메신저 ‘네이버톡톡’에서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카카오도 새로운 플러스친구를 통해 카카오톡을 주문과 예약, 상담과 구매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예정입니다. 올봄 피자, 치킨, 햄버거 등 20여개 프랜차이즈가 우선 입점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들은 채팅하듯 간편하게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밖에 ‘SSG톡’(신세계), ‘11톡’(SK플래닛), ‘톡집사’(인터파크) 등 상품 검색과 주문에 쓰이는 다양한 챗봇 서비스들이 출시된 상태입니다.

■ 과연 챗봇 방식은 효율적인 것일까

어느새 챗봇이 하나의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 사용자들은 예전보다 더 편리하고 쉽게 상품을 검색하고 주문하게 될까요. 또 더 큰 만족감을 얻게 될까요.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챗봇이)초기에 사용자를 끌어들이더라도 그 관심을 유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또 챗봇 방식을 가리켜 “비효율적”이란 비판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냥 눈으로 보고 여러 선택지에서 하나를 터치하는 방식이 더 직관적이고 편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사람들이 정말 이 같은 기능을 쓰기 원할까”라는 질문도 던집니다.

인터파크 톡집사

김봉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팩토리, 3D 프린터, 로봇, AI, 자율주행차 등이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 우아한형제들은 AI 부문에 선투자를 하면서 시장 변화에 발 맞춰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AI 중 챗봇을 집중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100억 정도를 투자해 우수 인력 확보와 배달음식 주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 한국어로 음식주문에만 집중한다면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회사의 류진 홍보실장은 “AI가 세계를 바꿀 큰 물결이자 흐름인데 이를 도외시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면 몇 년 후 계속 이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을까를 고민했다.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면서 “말로 다 하는 세상, 취향과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메뉴를 제안할 수 있을 정도로 AI가 진화하면 주문 방식과 습관까지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배민 데이빗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여기어때 초기 챗봇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생각보다 수준은 높지만, 아직 고도화해야 하는 많은 단계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챗봇 서비스 시작의 첫 목표는 ‘새로운 숙소 검색 경험 제공’이라고도 알렸습니다. 또 많은 업체들이 챗봇을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는 것에도 공감을 표했습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화제가 됐던 영화 '허'의 한 장면.

전문가 의견과 업계의 시각을 종합해보면 현재 챗봇을 중심으로 한 AI 투자는 “우물쭈물 하다 뒤처지면 끝난다”는 위기의식이 가장 컸던 게 아닐까요. 콘솔에서 PC,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이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일부 게임기업들이 무너졌던 것처럼 예측되는 미래에 발맞추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조바심이 아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까지도 큰 돈을 쓰게 만드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미 선보여졌거나, 앞으로 나올 무수히 많은 AI 기반 서비스들이 정말 사용자들이 원한 ‘그것’인지, 또 단순한 눈길 끌기가 아닌 꼭 필요한 서비스인지는 계속 의심을 품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용자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지만, 대세에만 이끌려 설익은 서비스들이 시장에 판친다면 “별 거 아니었네” 혹은 “신기하긴 한데, 뭔가 더 불편한데”라는 실망감만 쌓이지 않을까요.

백봉삼 기자(paikshow@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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