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수' 최원영, 배우가 된 '미대오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20대 초반 무대 미술을 공부하던 ‘미대오빠’ 최원영은 서른을 맞이할 때쯤 배우가 됐다. 무대 뒤에서 무대 위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최원영이 그 거리를 걷는 데에는 몇 해의 시간이 걸렸다.
최원영은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연출 황인혁)에서 왕년에 잘나갔던 록발라드 가수 성태평 역을 맡아 코믹하면서도 애잔한 면모를 보여줬다. 더불어 극 중 오현경과 부부 호흡을 통해 시청률 30%를 훌쩍 넘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인기에 중요한 몫을 했다.
수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따뜻한 가족드라마 분위기 그대로 촬영장도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영은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불협화음도 하나 없이 탄탄한 팀워크 속에서 촬영을 마쳤다.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최원영은 “깔끔하게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서 잘 걸어놓은 느낌”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히며, 작품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엔딩에 등장한 이만술(신구) 명장의 내레이션은 작가님의 공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월계수 양복점을 오랜 시간 운영해온 이만술이 주는 메시지에 공감을 느꼈다는 그는 “그 메시지가 교훈적이지만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게 작가님의 힘이었던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동숙(오현경)과의 로맨스를 펼치는 성태평의 스토리에 대해서도 최원영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연기자로서 “사실 만족스럽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작은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중반부를 달려갈 때쯤 KBS2 월화드라마 ‘화랑’(극본 박은영∙연출 윤성식) 방영이 시작되면서 최원영은 일주일 중 4일을 KBS에 얼굴을 비췄다. ‘화랑’에서는 귀족 출신 의원 안지공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첫 방송 시기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빨랐지만, 촬영은 사전제작드라마였던 ‘화랑’이 더 일찍 시작됐다. ‘화랑’ 촬영이 끝날 때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에 돌입한 최원영은 두 촬영장을 오가며 누구보다 바쁜 여름을 보냈다. 그는 “한 작품은 마무리를 하느라, 다른 작품은 시작을 하느라 모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두 작품 모두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 없이 촬영을 하러 다녔다. 게다가 ‘화랑’은 한복 때문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가발과 가죽점퍼 때문에 너무 더웠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촬영장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캐릭터 사이를 오가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하지만 최원영은 “오히려 두 캐릭터가 극명하게 달라서 동시에 하는 일이 가능했다”며 “같은 장르였다면 고민스러웠겠지만, 서로 다른 지점이 분명했기 때문에 한 쪽에 빠져들지 않고 유연하게 둘 사이에서 즐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무더위 속에서 똑같이 공을 들인 두 작품이었지만, 대중의 시선은 전혀 달랐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과 달리 ‘화랑’은 거대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10%를 쉽게 넘기지 못하는 다소 초라한 시청률을 맛봐야 했다. 최원영은 그런 ‘화랑’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더 사랑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동료들과 땀을 흘린 과정은 후회 없고 보람차고 즐거웠다. 아쉬운 마음이 있다면 모두 털고 다시 모여서 좋은 작품을 또 했으면 좋겠다”고 담담한 말을 남겼다.
두 작품을 하면서 누구보다 바쁜 2016년을 보낸 최원영은 “일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던 때를 떠올리던 최원영은 “백수나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지만, 내 연기를 펼칠 장이 없는 게 안타깝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20대 초반 최원영은 아트디렉터, 미술감독을 꿈꾸던 미술학도였다. 하지만 그는 “미술 분야에서 뛰어나게 앞선 사람이 될 자신이 없었다. 공부도 부족했고, 내 실력에 의심이 많이 들었다”며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득 필름에 내 모습이 담겨서 사후에도 남는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날 영화사 오디션을 보러 갔다”고 패기 넘치던 때를 떠올렸다.
몇 번의 오디션을 거듭한 끝에 최원영은 처음으로 CF에 출연하게 되며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그는 “우선 영화과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마치 그 과에 있던 학생처럼 수업에 몰두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학교와 오디션장을 오가던 최원영은 영화 ‘색즉시공’으로 스물 일곱의 나이에 데뷔를 했지만, “그때도 여전히 불안했고, 마음이 요동쳤다. 그래서 이 길이 맞는지 2년 정도를 더 고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몇 편의 작품을 더 참여하고 서른이 돼서야 연기자의 길을 걸어보자는 확고한 결심을 갖게 됐다는 최원영은 30대 초반을 “마지막 고비를 넘길 때쯤”이라고 표현했다. 결심과는 달리 여전히 힘든 상황을 겪던 최원영은 몇 년이 더 지나고 나서야 드라마 데뷔로 대중에 제대로 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청춘을 보낸 최원영. 약 20년 전의 자신처럼 꿈 앞에서 고군분투 중인 청춘들에게 그는 작가 이외수가 했던 ‘존.버(있는 힘을 다해 버티기)’라는 말을 꺼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 길을 가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길이다. 대부분 청춘들은 조급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잘 묻어두고 10년을 버텨봐라.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거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버티려고 애를 써야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그의 말에서는 고민의 시절을 열심히 살아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내공이 느껴졌다.
치열했던 10년을 버텨낸 최원영에게 앞으로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묻자, 그는 “여전히 고민은 많다”고 담담한 대답을 내놨다. 이처럼 매 순간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배우이기에 최원영의 연기는 언제나 기대가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KBS 공식 홈페이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최원영|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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