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염기훈의 'OX'.. K리그 최고 왼발은?

정재은 2017. 3. 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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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

“질문을 듣고 5초 이내에 O 또는 X로 답해주세요.”

염기훈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평화로운 오후 휴식시간, 수원 클럽하우스를 찾은 <포포투>가 대뜸 던진 질문은 OX퀴즈였으니까. 무방비 상태로 한참 웃던 그는 곧 준비됐다는 자세를 취했다. 어쩐지 비장함마저 느껴지던 표정과 달리 선택은 단호했고 답변은 청산유수였다.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여유롭게 답했다. 핑퐁처럼 오간 염기훈과의 OX퀴즈, 지금부터 시작한다.

# Q1. 광저우-서울-전북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확인하고 한숨이 나왔다
A: O

“(웃음)초반에 너무 강팀들이랑 붙더라고요. 저희가 초반에 승률이 낮으면 여파가 오래 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어요. 다행히 아직 지지는 않았어요.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은 괜찮아요. 전북현대만 이기면 제가 계획했던 대로 (무패로)가는 거라 더 좋을 것 같아요. 전북전 중요성이 더 커졌죠. 홈 개막전이고, 선수들 동기부여도 확실히 됐어요. 전북은 작년에 참 우릴 힘들게 했어요. 물론 전북도 우리를 쉽게 이기지 못했고요. 아직 전북을 이긴 적이 없어서 이번 개막전에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북에서 누구를 조심해야 할까요?
“(김)보경이랑 (이)재성이를 생각했는데, 재성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워낙 다들 잘하지만 보경이를 조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Q2. ACL 조별리그 두 경기와 FC서울, 3연속 무승부를 거두고 작년 생각이 났다
A: O

“수원이 작년에 18무를 기록했거든요. 거기서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반에 벌써 3무를 거뒀어요. 남은 경기 수가 많고 작년처럼 되지 않을 거란 믿음은 있지만 이번 서울전이 끝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작년 생각이 나더라고요. 만일 주장이 아니었다면 더 편하게 마음을 먹고 내 것만 잘하자란 생각을 했을 텐데, 주장이다 보니까 부담감이 더 커졌어요.”

-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작년에는 동점골을 내주고 역전도 많이 당했거든요. 지난해 서울과 FA컵(결승전)도 그랬고요. 올해는 조금 달랐어요. 후반에 서울에 많이 밀렸지만 잘 버텼어요. 선수들이 수비할 때 작년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버텼다는 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웃음) 조금 씁쓸하네요. 전북전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 Q3.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팀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
A: X

“영입 제안이 왔어도 안 갔을 거예요. 여기서 은퇴하려고 장기계약을 한 거고요. 만일 제가 이 팀을 떠나려 했다면 재작년에 좋은 오퍼가 왔을 때 떠났겠죠. 제가 지도자로서 첫발을 딛고 싶은 곳이 수원이에요. 그때 영입 제안을 거절할 당시 많은 걸 포기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미래에는 제가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거든요. 지금도, 앞으로도 다른 팀에서 오퍼가 와도 안 갈 거예요.”

# Q4. 선수단을 컨트롤할 때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다
A: O

“저와 동갑인 선수들도 있고, (이)정수 형도 있지만 제가 의견을 냈을 때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요. 늘 잘 따라주죠. 작년 (곽)희주형은 저한테 먼저 와서 힘든 것 없냐, 도와줄 것 없냐며 묻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이나 친구들이 저를 믿고 따라오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생겼죠. 정말 힘들 때는 감독님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될 수 있으면 제 선에서 해결하려 해요. 운동장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이나 선수들 사이에 안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면 제가 먼저 선수들을 다독이고 미팅을 가져요. 올해는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청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제가 선수들을 아우르는 편입니다.”

# Q5. 가끔 내 부드러운 성격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A: O

“딱 한 번 들었어요. 작년에 제가 경기 후 팬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2016년 10월 2일 수원FC전). 팬들과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도 하고, 혼내겠다고 약속했죠. 막상 들어왔는데…그러지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화를 못 내는 성격이라. 저도 선수들에게 화도 좀 내고 싶은데 그게 안 됐어요. 그래서 작년에 딱 한 번 ‘내 성격이 좀 불같았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 성격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나요?
“작년에 (김)남일이 형이 카톡을 보냈는데, ‘팀 성적 이렇게 안 좋은 거 너 때문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왜요?’라고 했더니 ‘네가 너무 잘해줘서 그래. 네가 뭐라고 해야 무서워서 더 뛰고 뭐라도 할 텐데’라 하셨어요. 워낙 남일이 형은 성격이 불 같으니까…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돼요.(웃음) 괜히 어설프게 혼낼 것 같고. 그냥 저는 주위에서 뭐라든 제 성격대로 해야 할 것 같아요.”

# Q6. 현재 K리그 최고의 왼발은 나다
A: O!!

“왼발을 쓰는 후배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진 제가 어린 선수들한테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왼발에 자부심이 있고 믿음이 있어요. 또, 제가 아직 최다도움을 하고 있잖아요?(어깨 으쓱) 최다 도움이 깨진다고 한다면 그 선수가 최고겠지만, 지금은 제가 최고가 되고 싶네요, 하하.”

-개인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일주일 전부터 오전에 훈련장에 나와 프리킥 연습을 하고 있어요. 왼발잡이 (김)민우, 오른발잡이 (김)종우도 데리고 나와서 해요. 제가 꾸준히 팀에서 뛰면 좋겠지만 저도 언젠가 은퇴를 해야 하니까 어떤 선수가 향후 프리킥을 전담할지 봐야 하잖아요. 잘 차면 경기에서 제가 양보할 생각이에요. 민우와 종우 모두 잘하는 친구들이에요. (FFT:개인 트레이너 느낌이 나는데요?) 사실 혼자 차면 좀 심심해서.(웃음) 같이 공 차니까 재밌더라고요. 골키퍼 (함)석민이랑, (강)봉균이한테 같이 하자고 부탁하기도 해요. 좀 미안하죠. 쉬는 시간에 불러내니까… (마침 이운재 GK코치가 지나갔다) 물론 선생님한테는 부탁 못 하죠!”

-견제하는 왼발잡이 선수는?
“다른 팀은 아직 모르겠고요. 우리 팀에서는 (홍)철이였는데 요즘은 민우예요. 같이 프리킥 차보니까 정말 잘 차더라고요. 민우가 올해 군대 다녀와서 K리그에 계속 있다면…흠, 그땐 제가 은퇴하려나요? 어쨌든 은퇴를 안 한다면 민우와 경쟁할 것 같아요. (FFT: 김민우 선수에겐 굉장한 영광이네요) 아, 민우가 이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 Q7. 올 시즌 100도움 달성은 당연하다
A: O

“음…O. 확신보단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래서 'O'입니다. 제가 재작년에 17도움, 작년에 15도움을 했으니 올해는 100도움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올해 못하면 은퇴하기 전에는 달성할 수 있겠죠. 마음 편히 먹고 있어요.”

-아무래도 도움왕 타이틀이 중요하겠네요. 라이벌이 있다면?
“재성이요. 워낙 작년 막판에 많이 따라와서 11개까지 기록했어요. 제가 없었다면 재성이가 도움왕이 됐겠죠. 제 라이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인데…이왕 쉴 거 푹 쉬고 복귀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아직 젊잖아요, 재성이는! 물론 젊어서 회복 빨리하겠죠.”

# Q7-1. 솔직히 작년에 내가 떠먹여 준 것만 해도 작년에 100도움 넘었다
A: X

“넣었어도 91개 정도 기록했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X'죠. 선수들도 넣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잘 안 된 부분도 있어서… 물론 아쉽긴 하죠. 제가 올해 100도움까지 -12개로 시작하는 것과 -7, -8로 시작하는 거는 느낌이 아주 다르니까.(일동폭소)”

# Q8. ‘왼발 메이트’ 홍철과 권창훈이 그리울 때가 있다
A: O

“철이, 창훈이랑 4년 동안 발을 맞췄잖아요. 그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가 어떤 움직임을 좋아하는지도 잘 알았죠. 생각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에요. 특히 철이랑 정말 잘 맞았어요. 생각이 많이 나죠. 그립기도 하고요. 제가 솔직히 올 시즌 앞두고 철이한테 군대 가지 말라고도 했어요. ‘가지 마라’고 했더니 철이가 ‘어쩔 수 없어요. 빨리 다녀올게요’라고 했어요. 은퇴 안 하고 기다려야죠. (FFT: 고무신을 신었네요) 그렇죠. 철이가 올 때까진 은퇴를 안 해야 하지 않을까… 그만큼 잘 맞았어요. 안 보고 패스 줘도 그 자리에 철이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권창훈과 연락은 자주 하나요?
“카카오톡으로 연락 자주 해요. 창훈이한테 부담갖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얘기해주죠. 동계훈련을 제대로 못 하고 간 게 아쉬워요. 워낙 멘탈이 강하기 때문에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해요. 창훈이가 이러더라고요. ‘형, 뭐 있겠어요? 그냥 해보는 거죠! 해볼게요!’라고요. 참, 어린 나이인데 이렇게 말하는 게 신기했어요. 마인드 자체가 남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컨디션도 안 좋고 힘든 과정을 겪고 있지만 팀에 적응만 된다면 창훈이는 충분히 잘 해낼 거예요.”

# Q9. 태극마크에 미련이 남는다
A: X

“솔직히 태극마크에 대해선 욕심을 많이 내려놨어요. 물론 불러준다면 가겠지만, ‘가고 싶어!’라는 생각은 거의 안 해요. 제가 2년 전에 슈틸리케 감독님께 한 번 불려갔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뛰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원하는 성향의 선수들이 있잖아요. 지금도 앞으로도, 대표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불러주면 영광이지만 욕심은 없어요.”

# Q10. 아들 선우가 축구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A: O
“저는 선우 축구선수 시키고 싶어요. 선우한테 ‘너 커서 뭐하고 싶어?’라고 물으면 ‘축구선수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해요. 솔직히 억지로라도 시키고 싶은 마음이에요. 진짜 하기 싫다면 안 시키겠지만. 저는 축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중1 때 시작했어요. 부모님은 저더러 개인 운동을 하라고 하셨지만 전 축구가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한 달 동안 빌었어요. 축구를 시작하고 후회를 한 적이 없어요.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게 축구 덕분이니까요. 물론 성공하기까진 정말 힘들지만 성공한 이후엔 너무 좋은 직업이고, 수명이 짧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얻을 수 있죠. 행복을 찾을 수 있고요. 그 행복을 선우가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축구로 얻은 게 너무 많아서 선우도 축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선우와 평소 축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나요?
“대화는 아닌데, 선우가 휴대폰으로 축구만 봐요. 다섯 살 때부터 휴대폰으로 네이버에 들어가더니 ‘다시보기’로 축구 하이라이트를 보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세요? K리그만 본다는 거예요. 제가 한 번 ‘선우야, 이청용 삼촌 알아?’라 물어봤더니 모른대요. 지동원 삼촌도 모른대요. 박주호도 몰라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박기동 삼촌은 알아?’라고 물었더니 안대요.(웃음) 황의조 삼촌도 너무 잘 안대요. K리그 선수들은 다 알아요. 해외에서 뛰는 선수는 잘 모르더라고요. (김)진수랑 제 가족이랑 친한데,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어요. 진수가 호펜하임에서 뛸 때였어요. 근데 선우가 진수를 모르는 거예요. 진수가 자주 놀러 와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선우가 K리그를 많이 사랑하죠. 수원 홈경기도 거의 다 오고요.”

-혹시 선우도 왼발잡이인가요?
“네. 어렸을 때는 오른발, 왼발 잘 모르잖아요. 아빠가 축구하니까 자기도 축구한다면서 공을 오른쪽에 둔 거예요. 그랬더니 와이프가 공을 왼쪽에 가져다 놨어요.(웃음) 계속 반복했더니 자연스레 선우도 왼발잡이가 됐어요. 지금은 오른발로도 슈팅해요. 제가 시키죠. 그래도 왼발잡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 번외. 홍철과 신세계의 군대 생활 걱정된다
A: O

“너무 많이. 솔직히 세계는 괜찮은데 철이가…멘탈이 좀 약해서 걱정이에요. 감정기복이 심해요. 그래도 군대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군대에서 감정 표현 솔직하게 했다간 큰일 나니까 좀 자제하겠죠? 그래도 걱정이 돼요. 분명히 철이가 이 기사보고 연락해서 뭐라고 하겠네요, 하하.”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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