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눈길' 김향기, 눈빛으로 말해요..기쁨도 슬픔도

백종현 2017. 3.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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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오라버니를 짝사랑했던 철부지 소녀 종분(김향기) 그리고 교사가 되고 싶었던 똑똑한 소녀 영애(김새론). 일본군 위안부 소재의 영화 ‘눈길’(3월 1일 개봉, 이나정 감독)이 울분 대신 애틋한 감정을 부르는 건, 전적으로 두 소녀 덕분이다. ‘눈길’은 역사의 참상보다 소녀들의 여린 표정과 몸짓을 더 살뜰히 챙긴다. 위안부의 암담했던 현실을 알기에, 두 소녀의 우정은 순수한 동시에 더없이 애처롭고 쓸쓸해 보인다. 그 시대를 고발하기에 앞서 우리가 품에 안고 기억해야 할 존재는, 그 눈길 위에 위태로이 서 있던 소녀들이 아닐까.

‘눈길’의 두 소녀가 김향기와 김새론을 만난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세는나이로) 열여덟 살 동갑내기 두 배우는 맑고 싱그러운 동시에 단단함까지 갖췄다. 김향기와 김새론이, 그 시절 해맑던 소녀의 모습으로 다시 마주 앉았다.

데뷔 11년. ‘마음이...’(2006, 박은형·오달균 감독)에서 강아지와 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깜찍한 꼬마는 어느덧 훌쩍 자랐다. ‘눈길’에서 김향기가 연기한 열다섯 살 종분은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가서도 소리쳐 울고 웃지 않는다. 소녀는 이제 안다. 여린 눈빛과 자그만 몸짓으로도 뜨거운 감정을 전하는 방법을. 성인의 문턱에 다다른 열여덟 살 배우의 이야기. 여전히 순진무구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사진=전소윤(STUDIO 706)

Q : ‘눈길’ 속 모습보다 훌쩍 더 자란 느낌이에요. A : “2년 전 겨울이었으니까요. 그땐 중학생이었는데,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 됐어요. ‘눈길’을 찍던 겨울은 뭐랄까, 어디서 무슨 장면을 찍었다는 사실보다 그때의 감정이 또렷하게 생각나요. 가슴이 먹먹하고 슬픈 기억이요.”=

Q :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이야기인데요.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 “무겁고 예민한 시대의 문제를 다루니까 걱정이 앞섰죠. 그런데 이나정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안심했어요. 너무 심각하지 않게, 맑고 평범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담담히 보여 주자고 하셨거든요.”

Q : 위안부 소녀의 세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A : “감정이란 것이 머리로 계산한 대로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그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계속 읽었어요. 소설 읽는 기분으로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잡히거든요.”
영화 눈길 스틸 [사진 엣나인 필름]

Q : 극 중 종분은 그간 연기해 온 캐릭터들과 퍽 닮아 보여요. 착하고 씩씩한 소녀의 모습이요. A : “엄마(장영남)한테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떼쓰기도 하지만, 동생 종길(장대웅)은 끔찍이 챙기는 착한 아이예요. 그냥 그 시절에 있었을 법한 순수한 소녀 같다고 느꼈어요.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어린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철부지요.”

Q : 유독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A : “중국 만주로 끌려가는 기차 안에서 종분이 말해요. ‘끝도 없이 간다. 엄마가 기다리랬는데 말도 못하고 와서 나를 찾을 건데…’ 하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일본군에 끌려가며 겪었을 소녀들의 혼란과 두려움이 그 장면에서 잘 보이는 것 같아요.”

Q : 종분은 영애의 오빠 영주(서영주)를 짝사랑하잖아요. 영주가 종분의 입가에 묻은 감자 부스러기를 떼 주는 장면에서 종분의 멍한 표정이 귀여웠어요. 비중이 적긴 해도 로맨틱한 연기는 처음 아닌가요. A : “로맨스는커녕 또래와의 연기 경험 자체가 별로 없어요(웃음). 늘 누군가의 딸로 나왔으니까. 로맨스 연기는 처음이지만 짝사랑이라 많이 어색하진 않았어요. 수줍어 어쩔 줄 모르다가 짝사랑하는 오빠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져 배시시 웃는 소녀의 모습이잖아요.”

Q : 늘 심성 고운 역할만 맡아서 그런지 실제로도 착할 것 같아요. A : “흐흐. 그냥 평범해요.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도 심해서 밖에서는 조용한 편이에요. 그래도 친구들과는 둥글둥글하게 잘 지내요.”
영화 눈길 스틸 [사진 엣나인 필름]

Q : ‘눈길’을 보면 배우 김향기의 성장이 느껴져요. 이제는 막 소리쳐 울지 않아도 절절한 감정을 전할 줄 아는구나 싶어요. A : “어릴 땐 행동으로 옮기는 게 연기인 줄 알았어요. 예를 들어 슬픈 장면이면 엉엉 울어 버리는 거죠. 지금은 말이나 행동으로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감정을 전달하려 해요.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실어서 눈에 힘을 팍 줘야지’ 이런 느낌은 아니에요. 캐릭터의 감정에 빠지면, 상대 배우를 볼 때 자연스럽게 그런 눈빛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 한편으로 ‘눈길’은 10대 배우 중에서 가장 연기 잘한다는 두 사람이 함께한 영화인데, 옆에서 본 김새론은 어땠나요. A : “새론이 출연한 영화는 저도 못 본 게 많아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많아서(웃음). 평소엔 무척 해맑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해요. 그러다 카메라 앞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죠. ‘눈길’에서 일본어 대사를 하는 걸 지켜봤는데, NG도 안 내고 잘하더라고요. 일본어를 모르는 입장에서 봐도 그 감정이 느껴졌어요.”
'눈길' 김향기&김새론 M202호 사진=전소윤(STUDIO 706) 0020

Q : 종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으로 영화가 흘러가는데요. 할머니가 된 현재 종분(김영옥)의 모습에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A : “상황으로 보나 감정으로 보나, 제가 연기한 과거의 종분이 더 격하게 표현할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김영옥 선생님은 표정만으로 그 모든 걸 보여 주시더라고요. 그냥 가만히 서 계시는데도 과거의 삶이 모두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Q : 다음 영화는 2부작으로 제작되는 ‘신과 함께’(2017년 개봉 예정, 김용화 감독)잖아요. 저승차사 덕춘 역을 맡았는데. A : “지금 촬영 중인데, 3월 중순이면 2편 촬영까지 다 끝나요. CG(컴퓨터 그래픽)를 많이 사용하는 영화라 허공에 대고 연기할 때가 많아요. 나중에 영화로 어떤 그림이 나올지 너무 궁금해요.”

Q : 지금 머리 모양이 ‘신과 함께’ 스타일인가요. A : “오늘은 좀 더 예쁘게 꾸민 것이고, 영화 속에서는 거의 ‘바가지 머리’에 가까워요.”

Q : ‘마음이...’ 때부터 거의 한결같은 헤어스타일인데요. A : “그런가요(웃음). 데뷔 시절 이미지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작품 활동을 쉴 때는 머리카락을 길게 두는 편이에요. 그런데 촬영에만 들어가면 대부분의 감독님들이 길이가 애매한 것 같다며 짧게 자르자고 하세요. 보통 여자들은 긴 머리카락 자를 때 마음이 아프다던데, 이제 저는 너무 익숙해서. 하하.”

Q :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A : “좋아하는 배우는 있어요. 제임스 맥어보이! 그 눈빛이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뭐랄까…. 카리스마 있는 거나, 귀여운 거나, 순수한 거나, 어떤 연기를 해도 잘 어울려요. ‘23 아이덴티티’(2월 22일 개봉, M 나이트 샤말란 감독)도 빨리 보고 싶어요. 히히.”

Q : 이제 곧 성인이 되죠. 배우로서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A : “그저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싶어요. 성인이 되면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과 대화하기가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술도 마시고 운전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어요. 그러면 지금의 저보다 연기할 수 있는 품이 자연히 늘어나지 않을까요?”
영화 눈길 스틸 [사진 엣나인 필름]

Q : 평생 연기할 생각인가요 A :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식의 다짐이나 목표라기보다, 그냥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아, 난 평생 연기를 하겠구나.’”

━ 향기는 줄넘기 달인 “날마다 집 앞에서 2500~3000개씩 줄넘기를 해요. 체력 기르는 데도 좋고 키 크는 데도 도움이 된대요. 키가 조금 더 컸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자라고는 있는데, 너무 조금씩이라…. 훌쩍 더 커야죠. 하하.”

━ ‘아휴, 이제 아가씨 다 됐네~!’ “‘신과 함께’ 촬영장에 가면 하정우 삼촌, 주지훈 삼촌이 종종 그렇게 놀려요. ‘신과 함께’ 2편 개봉 무렵에는 진짜 어엿한 숙녀 아니겠냐며.”

━ 향기의 취향 “요즘 꽂혀 있는 건 곱창 그리고 ‘라라랜드’(2016, 데이미언 셔젤 감독) OST.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편은 아니에요.”

━ 회식이 궁금해 “어른이 되면 일단 술 마시는 법을 배울 거예요. 영화를 찍다 보면 종종 회식을 하는데, 아직 미성년자라 못 갈 때가 많아요. 그런 편한 자리에서 한 번쯤 감독님이나 선배님들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눠 보고 싶은데.”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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