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병력만 알면 10초 만에 치료법

박준철 기자 2017. 3. 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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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길병원 인공지능 의사 ‘왓슨’…“곧 암 정복도 가능해질 것”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1층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전문의들이 왓슨(중앙 컴퓨터 화면)의 치료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우리나라에도 슈퍼컴퓨터가 환자를 치료하는 ‘인공지능(AI) 의사’ 시대가 열렸다. 가천대 길병원은 미국 IBM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 포 온콜로지’가 지난해 12월5일 첫 진료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00건이 넘는 치료책을 내놓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길병원은 유방암과 대장암, 폐암 등 암환자 진료와 치료를 위해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왓슨’을 도입했다. 지난 1월에는 부산대병원도 도입했다.

인천 남동구 길병원 본관 1층에는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환자와 전문의가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에 대해 논의한다. 유방암 1기 진단을 받은 김모씨(62·여)는 왓슨이 10초 만에 치료책을 내놓은 것을 보고 놀랐다. 김씨는 “왓슨이 눈앞에서 저용량의 항암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추천하고, 여러 전문의도 같은 의견을 내 암 세포와의 싸움에서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IBM 창립자의 이름에서 딴 슈퍼컴퓨터 왓슨은 90개의 서버와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2880개를 갖춰 인간의 생각 속도보다 빠르게 정답을 찾아낸다. 지난해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와 비슷하다.

왓슨은 290종의 의학저널과 200종의 교과서, 1500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의료전문자료를 습득해 이를 바탕으로 최상의 치료책을 찾아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시한다. 왓슨은 암 환자의 전신상태와 조직검사 결과, 수술경력 등 20~30개의 정보를 입력하면 8~10초 만에 치료책을 내놓는다. 최적의 항암치료와 전문의에게 권유할 내용, 사용하지 말아야 할 약 등을 제시하고, 학술지에 소개된 논문 등 객관적 자료도 보여준다. 또한 항암제 투약량과 치료 주기까지 알려준다.

왓슨 효과는 이미 검증됐다. 2014년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한 M D 앤더슨 의사들에 따르면 백혈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왓슨이 제시한 표준 치료법은 정확도가 82.6%에 달했고, 부정확도는 2.9%에 불과했다. 또한 왓슨이 2012년 처음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암 환자의 진료를 터득한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는 폐암환자에게 제안한 왓슨의 치료 방침의 정확도가 90%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근 길병원장은 “빅데이터인 왓슨은 날로 진화하는 세계 최고의 암 전문의”라며 “왓슨을 만나면 치료를 넘어 향후에는 암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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