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도왔는데 은혜 모르는 놈"..崔 뇌물에도 '갑' 면모
지원 늦어지자 '직원교체' 요구까지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씨(61·구속기소)는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끼기는커녕 당당했다. '비선실세' '갑'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씨는 삼성이 딸 정유라씨(21)의 훈련용 말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말의 소유주를 '삼성전자'로 하자, 정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 등을 불러 직접 질책하기까지 했다.
7일 <뉴스1> 입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의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에 213억원 지급 계약을 맺은 후, 정씨의 승마 훈련비와 말 구입비 지원으로 78억원을 지급했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2차 독대 이후 대통령과의 합의에 따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과 박 사장에게 정씨 지원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이 과정에서 정씨의 승마훈련 및 승마대회 출전에 사용할 고가의 말 등을 사주기 위해 외형상 삼성전자가 말을 구입해 소유하고, 정씨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꾸몄고, 말 소유주가 삼성으로 된 것을 확인한 최씨는 화를 냈다"고 공소장에 기록했다.
최씨는 화를 내면서 "이재룡(용)이 VIP(대통령)를 만났을 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 왜 말 여권에 삼성이라고 적었냐"면서 "삼성도 내가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다"라고 말했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최씨는 박 사장을 질책하기 위해 직접 독일로 부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사장은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것이다.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 드리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며 최씨에게 급히 사과했다.
최씨는 정씨 지원문제로 삼성의 직원 교체까지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15일 있었던 이 부회장과의 첫번째 독대 자리에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그룹이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의 지원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최씨는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의 2차 독대 직전 박 대통령에게 "대한승마협회 임원들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기존 임원을 제일기획 직계 직원들로 교체하고 고가의 말 구입과 독일 전지훈련 비용을 제공하는 등 (삼성이) 정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요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씨 요청에 따라 박 대통령은 2차 독대 자리에서 이 부회장을 크게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승마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 삼성이 한화보다도 못하다. 승마 유망주를 해외 전지훈련도 보내고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데 삼성이 그것을 안 하고 있다"며 "제일기획 사장 직계 직원들로 임원들을 교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최씨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는 2015년 12월말 직접 만나 정씨에 대한 지원문제를 협의하자고 삼성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2016년 1월까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독일 현지와 인천공항 근처의 한 호텔에서 한 달에 1~2회에 걸쳐 최씨를 은밀하게 만나 정씨의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동시에 최씨 일가에 대한 이 부회장의 불법적 지원이 드러나지 않게 하도록 이를 은폐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이후 지난해 5월 박 사장이 박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순방에 동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최씨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박 사장에 대한 고마움의 뜻을 전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국빈 방문 때 만찬장에서 박 사장을 자신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게 하는 등 전례 없는 파격 대우를 하고, 직접 악수를 청하며 "승마 등 지원을 해 주어 감사하다.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최씨는 박 사장에게 "악수는 잘 하셨냐"며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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