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성후의 직장 처방전] 이직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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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후배 직장인들이 많을 겁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죠. 월급이 너무 적어서,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상사와의 갈등이 심해서 등등 숱한 이유로 이직을 고민합니다.

저 역시 23년 직장생활 동안 수많은 이직을 경험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두산그룹,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기업들을 돌며 법무와 대외업무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직장인으로서는 드물게 마케터, 법무총괄 뉴욕변호사, 대관담당 임원 등 다양한 전문직을 경험하기도 했지요.

그래서인지 이직에 대해 상담을 청하는 후배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때마다 저의 조언은 딱 두 가지입니다. 우선 평판 관리는 기본이다, 그리고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겁니다.

인재의 또 다른 조건, 평판

과거에는 이력서와 추천서, 면접만으로 경력직 채용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평판조회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화려한 이력이나 뛰어난 언변에 속아서 잘못된 채용을 하지 않도록 전 직장에서 팀워크는 어땠는지, 상사와의 관계는 괜찮았는지, 혹시 불법행위가 있었던 건 아닌지 시시콜콜 알아보는 거지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평판조회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채용은 물 건너간 겁니다. 지원자가 차고 넘치는데 이전 직장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들려오는 사람을 굳이 뽑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실제로 뛰어난 스펙과 경력으로 최종면접까지 통과했다가 평판조회에서 이전 직장상사의 혹평에 낙방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는 국내 여성 헤드헌터 1호이자 수십 년간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해온 ‘원조 플랫포머’입니다. 최근에는 ‘하이어베스트’라는 평판조회 전문기관을 설립해 차별화된 인재 검증 서비스로 기업들의 건강한 인재 등용을 돕고 있지요. 유순신 대표는 평판관리에 대해 이렇게 조언합니다.

“고객사에 인재를 추천할 때 반드시 이전 직장의 상사와 잘 지냈는지를 꼭 봅니다.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선진 기업일수록 팀과의 조화를 먼저 생각하니까요. 심지어 창의력이 필수인 IT 업종에서도 일정 위치에 올라가면 리더십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사와의 관계를 반드시 평가합니다. 만약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면 지금 직장에서 좋은 평판을 쌓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사회가 투명해질수록 개인의 평판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지금은 평판 사회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상사와 갈등을 빚는 직원을 예쁘게 볼 회사는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이전 직장의 평판조회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한번 뒤틀린 관계지수가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기회는 현직에 충실할 때 찾아온다

많은 직장인들이 성과가 안 나오는 이유로 회사 탓을 많이 합니다. 연봉이나 복지나 조직문화가 더 나은 곳으로 옮기면 지금보다 훨씬 일을 잘하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지금 내가 저평가되는 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회사 문제라는 거죠.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보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일을 참 잘합니다. 저는 수없이 경력자 채용 면접을 했는데,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우리 회사에 와서도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게 일하더군요. 반면 전 직장에 대해 심드렁한 사람은 회사를 옮겨서도 계속 심드렁하게 일하고요.

저는 취미로 클라이밍을 가끔 합니다. 그런데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더군요. 그때 코치가 이런 조언을 해줬습니다. 옮겨갈 홀드(인공암벽)가 아니라 지금 잡고 있는 홀드를 단단히 쥐고 끝까지 쳐다보라고요. 그의 조언대로 했더니 거짓말처럼 조금씩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직장을 옮기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재 잡은 홀드를 꽉 붙들어야 다음 홀드를 잘 잡을 수 있는 것처럼, 현재 다니는 직장에 충실해야 다음 직장도 잘 잡을 수 있습니다. 빨리 옮기려는 마음만 앞서면 자칫 지금 잡고 있는 직장마저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삼년불비(三年不蜚)’라는 말을 아실 겁니다.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를 말하죠. 화려하게 비상할 순간을 위해 함부로 날지 않고 준비하는 자세를 뜻합니다. 성공적인 이직을 원한다면 삼년불비의 자세로 현재 직장에 충실하세요.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기회는 언제나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생기는 법이니까요.

문성후 Hoo소스 대표/미국 뉴욕주 변호사회원/<누가 오래가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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