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103)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의료 발전 선도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7. 3.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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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 의료진이 신생아중환자실 1번방에서 1kg미만 초극소저체중출생아의 치료일지를 검토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이경 신승한 교수, 신재석 윤영미 임상강사, 김한석 교수(신생아중환자실장).김지훈 기자

지난 2011년 2월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가 탄생했다. 체중은 370g, 신장은 25㎝. 출생 예정일보다 4개월이나 앞당겨 세상의 빛을 본 아기였다.

한 손바닥 위에 올라갈 정도로 몸집이 아주 작았다. 이 아이는 몇 차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기상황을 모두 이겨내고 4개월 만에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졸업했다. 이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서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초극소저체중출생아 하시은(가명·6)양 사연이다. 손바닥 크기의 시은이가 숱한 고비를 기적적으로 넘기고 무사히 자라기까진 서울대어린이병원 NICU 의료진의 헌신적인 돌봄 치료와 간호가 큰 힘이 됐다.

김한석(52·신생아중환자실장) 김이경(48) 신승한(39) 교수팀을 중심으로 한 신생아 전담 전문의들과 60명이 넘는 전문 간호사들, 소아외과 소아안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등 진료 각 과 의료진이 그들이다.

“미숙아 진료는 단순히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습니다.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예상되는 합병증을 미리 발견하고, 적절한 성장과 발달을 유도해 퇴원이 가능한 시기엔 만삭 아기와 비슷한 수준의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신생아 전문의 혼자선 이 같은 목적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간호사들의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미숙아의 각종 합병증을 진료하고 수술할 수 있는 진료 각과 전문의와 협진도 필요합니다.”

김한석 교수는 6일 그간 시은이의 치료 과정을 전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국내 최대 신생아의료 네트워크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같이 출산율이 줄고 있는데다 고(高)위험임신의 증가로 미숙아 출생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NICU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신생아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조산아 또는 미숙아는 재태(在胎)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출생체중이 2.5㎏도 안 되는 아기다. 몸무게가 1.8㎏을 넘어 스스로 자랄 힘을 얻기까지 생후 최소 30일 이상 NICU에서 인공보육 및 집중치료를 받는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협력관계인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 NICU 네트워크를 구축, 국내 미숙아 치료 및 신생아의료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1980년 불과 13병상으로 시작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85년 20병상, 2006년 40병상으로 병상수를 계속 늘려왔다. 2014년에는 감염관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이를 다시 6개 유닛(구역)으로 분할하고 격리실도 3개로 증설했다.

현재 서울대어린이병원 NICU를 이용하는 환자 수는 연간 600여명. 시은 양과 같이 한동안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1.5㎏ 미만 극소저체중줄생아도 130∼140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4분의1가량은 수술이 필요하거나 및 상급 중환자 관리를 위해 다른 병원이 의뢰한 아이들이다.

환자 중심 맞춤 진료 선도

최근 들어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의료진 중심 진료에서 환자 중심 진료로 NICU의 진료 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있다.

2014년 실시한 NICU 개보수 공사 때 단순히 병상 수를 늘리는 방향을 선택하지 않고 감염 관리에 초점을 맞추어 중환자실을 6개 유닛(구역)으로 구획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수술방도 별도로 구축해 상태가 불안정한 신생아를 일반 수술실로 옮기지 않고 중환자실 안에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또 5년 전부터 소아소화기영양분과 의료진, 전담 약사, 영양사, 간호사로 구성된 영양지원팀을 조직, 미숙아들의 영양공급에 소홀함이 없도록 했다. 그 결과 미숙아들의 재원기간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2011년도에는 ‘캥거루 케어’를 도입했고, 2005년부터는 고위험 신생아의 안전을 위해 안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과 공동으로 미숙아 추적 관찰 프로그램을 구축,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미숙아 생존율은 최근 15년간 놀랍게 성장했습니다. 국내 의료 환경 개선이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의료진도 최신 치료기법에 관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선진국에서는 중환자실을 1∼4병상 단위로 나눠 운영하고 한 명의 간호사가 한두 명의 아기만 담당하게 하는데 우리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김한석 교수는 간호사 1명 당 최소 3∼4명 이상의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우리의 열악한 병실 환경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저수가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한석·김이경·신승한 교수팀은

김한석 교수는 미숙아의 기관지폐이형성증과 폐동맥고혈압 치료 전문가다. 일본 오사카의대를 나와 부속병원 소아과 교수로 지내다가 2004년 8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로 옮겼다.

김 교수는 미국 조지타운대와 펜실베니아대 소아청소년과에서 각각 연구강사 자격으로 미숙아들의 기관지폐이형성증과 폐동맥고혈압을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집중 연구했다. 현재 신생아소생술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ILCOR) 제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올바른 미숙아 치료에 필요한 진료지침을 만드는 작업을 돕고 있다.

김이경 교수는 미숙아에서의 괴사성 장염과 퇴원 후 재가 건강관리 및 발달 평가 분야를, 신승한 교수는 신생아의 신경계 집중치료 분야를 담당하며 미숙아 뇌손상 예방 및 치료법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신 교수는 "미숙아는 뇌 세포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라 뇌 손상이 일어나기 쉬운데, 미성숙 희소돌기아교세포 손상으로 발생하는 뇌실 주위 백질연화증을 예방 및 치료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이경 교수는 요즘 재태 32주 미만 또는 1.5㎏ 미만 극소저체중출생아로 태어났으나 NICU서 집중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초등학교 입학단계에 이른 어린이 84명을 대상으로 발달지연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우선적으로 필요한 의료지원대책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미숙아들은 NICU서 집중치료를 받고 일단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상당 수준 회복해도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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