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식투자 수익.. 외국인 78%, 개인 -74%

이진석 기자 2017. 3.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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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프앤가이드, 각각 선호 30개 종목 투자 시뮬레이션]
고수익 안겨줄 '정보'에 집착.. 99% 개미는 백전백패 불가피
- 증시는 역시 '개미지옥'
개인들 단타 고수익만 좇아.. 제약株 선호, 부실기업도 손대
100억 투자에 남은 돈은 25억
- 기관투자자 수익률은 9%
개인이 코스피 상승 웃돌았던건 중소형주 많이 오른 2015년뿐
"우량주 장기 투자로 가야"

주식 시장에서 개미(개인 투자자)들과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치열한 수익률 전쟁을 벌인다. 개미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30개 종목을 골라서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투자한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가상 실험)을 해보니 수익률이 -74%로 나타났다. 증시는 '개미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반면 같은 기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78%였다. 연기금·펀드 등 기관 투자가들이 주로 거래한 30개 종목의 수익률은 9%로 집계됐다.

6일 본지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분석한 지난 10년간의 수익률 결과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종목 가운데 개미와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비중(매수+매도)이 높은 30종목씩을 산출해 비교했다. 2007년 1월부터 6개월마다 지난 6개월간 거래 비중이 높은 30종목을 선정해 투자한 경우를 가정했다.

개미들, 10년간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 단 1년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분석된 수익률을 실제 거래에 적용하면 외국인과 개미의 성패가 실감 나게 갈린다. 2007년 1월에 개미와 외국인, 기관이 선호하는 30종목 투자 방식으로 똑같이 100억원을 투자했다면, 작년 말 개미들의 주식 계좌에는 25억원 정도만 남아 4분의 1토막이 났고, 외국인은 178억원으로 불어났다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개미들과 외국인, 기관의 투자 종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기준 개미와 외국인 선호 30개 종목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개미들은 영진약품·JW중외제약·일양약품·제일약품·아시아나항공·부광약품·두산인프라코어·대한전선·삼성엔지니어링·한미약품이 상위 10위에 포진해 있었다.

외국인의 경우는 삼성전자 우선주·아모레퍼시픽 우선주·코웨이·한국타이어·네이버·현대해상·동부화재·현대차 우선주·삼성전자·강원랜드 등이 상위 10위였다. 10위까지는 물론이고 30개 종목 가운데 한 종목도 겹치지 않았다.

개인 선호 30종목은 제약주가 상위권을 휩쓸다시피 했고, 대우조선해양(13위), 금호타이어(16위) 등 경영난에 몰렸거나,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에프앤가이드 인덱스팀 김진우 연구원은 "개미들은 호재나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고 있어 수익률 등락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미들이 선호하는 30개 종목은 전체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60%를 웃돌았다. 특히 작년 말 기준 개인 거래 비중 1위 종목인 영진약품의 경우 94%였고, 2~4위인 JW중외제약·일양약품·제일약품이 모두 80%가 넘었다. 외국인이나 기관들은 외면하는데 개미들끼리만 사고파는 종목이었다는 뜻이다. 외국인 선호 30종목은 외국인들의 거래 비중이 45% 정도였고, 기관 투자자의 경우는 35% 정도였다. 개미들보다 상대적으로 쏠림 현상이 덜했다.

개인 선호 30종목 투자도 수익률이 높았던 적이 있긴 했다. 2007년(29.67%), 2009년(20.16%) 등 수익률이 높았다. 하지만 당시 코스피 상승률에는 못 미친다. 2009년의 경우 코스피 상승률이 49.64%였다. 개인 선호 30종목에 투자했다면 코스피 수익률은 반 토막이었다는 얘기다. 개인 선호 30종목 투자가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중·소형주들이 많이 올라 수익률 4.91%를 기록했던 2015년(코스피 상승률 2.53%) 단 1년 뿐이다.

단기 고수익 집착이 만든 개미지옥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개미지옥'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단타(短打) 수익을 노리는 개미들의 투자 스타일을 꼽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은행(WB)의 국가별 주식거래회전율(일정 기간의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8개월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보유 기간이 짧은 국가는 중국(2.5개월), 터키(6.5개월), 미국(7.3개월) 등 3곳밖에 없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주식을 투자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영역으로 여기고, 작은 등락에도 주식을 쉽게 사고파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수익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다 보니 투자할 회사의 실적이나 향후 성장 가능성은 뒷전이고, 풍문에 휘둘린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은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은 전문가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정보를 몇 달에 걸쳐 샅샅이 뒤지는데 개인들은 대박을 가져다줄 '정보'만 구한다"면서 "일부 운 좋은 개미들을 제외하고는 99%의 개미들은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미지옥 탈출법으로 교과서식 투자를 제안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은 때일수록 장기 투자가 가능한 우량 종목을 골라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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