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가 다 있슈] 부르는 게 값? 등골브레이커 산후조리원

파이낸셜뉴스 2017. 3.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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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인맥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예비맘들
비싼 가격에도 임신 초기에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어

산후조리원 인맥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예비맘들
비싼 가격에도 임신 초기에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어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정원(32·가명)씨는 산후조리원을 결정하는데 꼬박 5개월이 걸렸다. 출산 전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합리적인 가격의 산후조리원을 찾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2주에 300만원하는 집 근처 산후조리원에 가게 됐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의 열풍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임산부들이 즐겨 찾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임신과 동시에 ‘산후조리원 투어’를 다닌다는 예비맘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에 발표한 ‘2015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산부의 59.8%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집에서 산후조리를 한다는 응답은 29.4%, 친정은 8.7%의 순이었다.

■산후조리원은 인맥을 만드는 곳?

과거에는 친정이나 시댁에서 도움을 받기 어려워 산후조리원에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을 찾기도 한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동기들끼리 단체 채팅방을 열어 육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문화센터를 같이 다니는 등 그룹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출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임산부는 “주변에서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에게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보면 산후조리원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인맥 때문에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외국에서도 2주간 머무르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부르는게 값? 2주 이용료 금액이 무려..

산후조리원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특히 산후조리원 위치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서울시가 지난달 서울소재 157개 산후조리원의 가장 저렴한 요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신생아 1명을 데리고 서울지역 산후조리원을 2주간 이용하는 평균 금액은 315만원이다. 서울 산후조리원 5곳 중 1곳은 400만원이 넘는다. 강남·서초는 일반실 기준 평균 요금이 500만원에 달한다. 200만원 이하는 11곳으로 가장 저렴한 곳은 강동구 150만원, 강서구 160만원이다.

유명 연예인이 이용했다는 산후조리원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2주 기준 일반실은 600만원~1500만원, VIP룸은 1500만원~2500만원을 호가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임신 초기에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추가 서비스 금액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산전 마사지와 산후마사지가 이용금액에 포함돼 있지만 맛보기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금액을 내고 마사지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개인 좌욕기 추가, 아기 발도장 찍기, 탯줄 기념품, 스마트폰으로 신생아 24시간 관찰 가능한 서비스까지 이용하면 예상했던 금액을 훌쩍 넘겨버린다.

최근 300만원대(2주 기준·일반실)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는 A씨(36)는 “아내가 제왕절개를 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 들어간 비용이 6박에 130만원이었다”며 “2주라고 해도 숙식, 신생아 케어, 산모 요가가 주를 이루는데 300만원대의 금액은 너무 비싼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산후조리원 이용하는 사람들 불만↑

실제로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들은 서비스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산후조리원 이용경험 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마사지를 받은 204명 가운데 55.9%는 ‘이용요금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산후조리원 부가서비스 상담 134건을 분석한 결과 71.6%는 계약과정에서 불만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부가서비스 이용 강요 권유’는 40.4%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산후조리원 폐해를 방지하고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공 산후조리원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송파구와 전남 해남군, 제주도 서귀포시, 강원도 삼척에 있으며 가격은 일반 사설 조리원에 비해 저렴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소영 부연구위원은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산모의 건강 회복과 아이와의 관계 형성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며 “개인의 선택이지만 무작정 비싼 가격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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