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보복에 車판매 반토막 났던 日, 냉정한 대응 1년후 완전 회복

이혜운 기자 입력 2017.03.04. 03:07 수정 2017.03.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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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 보복']
일본·대만은 어떻게 이겨냈나
- 2012년 '센카쿠 보복' 받은 일본
중국내 생산기지, 동남아 이전 등 '對中 의존도' 줄여 제재 무력화.. 34% 줄었던 유커도 폭발적 증가
- 작년 새 정부 출범후 보복받은 대만
中 여행 제한에 유커 18% 줄었지만 동남아 국가 등에 '무비자' 확대로 외국관광객 사상 최대 유치해 극복

중국이 이웃나라를 상대로 '협박성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토 갈등을 빚었을 때도 불매 운동 등 전방위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다. 대만의 경우, 지난해 5월 독립노선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하자 중국 정부는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은 냉정한 대응과 함께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중국 내 일본車 판매량 1년 만에 회복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에서는 대규모 반일(反日) 시위와 함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중국 칭다오(靑島)에 있는 도요타 대리점과 파나소닉 전자 부품 공장은 시위대의 방화로 전소됐다. 일본계 백화점과 점포는 약탈까지 당했다. 중국 정부는 반일 시위대에 소극적으로 대응, 사실상 약탈 시위를 용인했다.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는 "중ㆍ일 분쟁이 지속되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은 또다시 20년 불황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협박에 가세했다. 인터넷에서는 일본 영상에 대한 검색 제한 조치도 취해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자동차 산업이었다. 시위 한 달 만에 도요타·혼다·닛산의 중국 내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2012년에만 일본 차업계 순이익 1조7000억원이 사라졌다. 파나소닉·캐논은 중국 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 관광도 제재했다. 2012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6만9713명으로 전년 대비 34% 급감했다. 항공기와 호텔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국민, 언론은 냉정하게 대응했다. 기무라 간(木村幹) 일본 고베대 교수는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중국 정부가 이 카드를 더 강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일·중 경제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한쪽만 피해를 보는 것도 불가능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도요타·반다이 등 일본 기업들은 "중국은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태국·인도네시아 등으로 이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다. 이로 인해 일본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9.7%에서 2014년 17.5%로 떨어졌다. 이런 일본의 대응은 중국에 대한 학습 효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0년 센카쿠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 보안청 순시선과 충돌해 선장을 체포하자, 중국은 희토류 대일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고 희토류 수입처를 인도,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오사와 분고(大澤文護) 지바과학대 교수는 "일본은 중국이 언제든 과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가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중국의 위협적 대응에도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리한 대(對)일본 제재 조치는 결국 일시적인 효과만 거둔 채 효력을 잃었다. 중국 내 일본 자동차 판매는 1년 뒤인 2013년 가을부터 회복됐다. 2013년 11월 중국 내 일본차 브랜드 판매는 닛산의 경우에는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 혼다의 경우에는 2배 가까이 증가, 도요타도 41% 증가했다.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던 방일 중국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2013년 131만명이던 방일 중국 관광객은 2016년에는 637만명까지 늘어났다.

◇대만, 中 관광 통제에 새 시장 개척 돌파

대만도 지난해 5월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듣지 않자, 중국 국가여유국은 대만행 단체 관광객들을 통제했다. 그 여파로 차이 총통 취임 이후 4개월 연속 중국인 관광객이 30%씩 급감했고, 관광업계 종사자 2만명이 총통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지난해 대만은 외국인 관광객 1069만명을 불러들여, 전년보다 2.4%가 늘어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관광객 감소에 대응해 동남아 국가 등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확대하는 등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을 통해 새 시장을 개척했다. 일본·한국·싱가포르 등 기존 시장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했다. 중국의 제재로 인해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8%나 됐다. 특히 단체 관광객은 30% 이상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만을 찾은 태국 관광객이 전년보다 57%가 급증했고,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온 관광객들도 각각 34%, 24% 늘었다. 소득이 높은 일본과 한국의 관광객도 각각 17%, 34% 증가했다. 독일의 도이체벨레지(誌)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제재는 별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