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7대 지침 내리자.. 여행사들, 일제히 한국상품 삭제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7. 3. 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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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 보복']
중국 "관련 상황 잘 모른다"면서.. 뒤에선 국가차원 사드 보복 확대
- 中정부 "개인여행 업무도 중단"
국가여유국이 지침 내릴 때 베이징 상위 20대 여행사와 주요 省·市 20곳 간부도 참석
- 베이징 公安, 한국기업 불시 점검
직원 현황 요구하고 분위기 탐색.. 기업·교민, 피해 입을까봐 긴장
- 딴청 피우는 중국 정부
"사드 배치 강력히 반대하지만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환영"

3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국가여유국이 지난 2일 한국 여행 자제령을 내린 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겅솽 대변인은 "관련 상황을 잘 모르겠다"며 "근거 없는 소문을 믿거나 함부로 이것저것 의심하는 것은 민중의 호소에 귀 기울이거나 적절한 조치를 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중국의 여행업계에서는 "상하이(上海)시와 장쑤(江蘇)성, 산둥(山東)성, 산시(陝西)성 여유국이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오는 15일부터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구두로 지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돌았다. 중국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2일 회의에 베이징 상위 20대 여행사뿐만 아니라 주요 성·직할시 20곳의 여유국장도 참석했다"며 "이는 곧 한국 여행 금지령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날 국가여유국이 비공개 회의를 통해 하달한 지침이 '국가여유국 긴급회의'라는 제목으로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확산됐다. 국가여유국이 '절대 문건화하지 말라'는 지침이 누설된 것이다. 실제로 이 지침에 따라 중국 1·2위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과 투뉴를 비롯한 주요 여행사들이 이날 한국행 단체여행 상품을 일제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렸다.

그런데도 이날 중국 외교부는 '모른다'고 발뺌한 것이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금수 조치를 취했을 때도 그런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가여유국은 '한국 여행금지령'에 대해 이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제주 관광을 트집 잡았다. 국가여유국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제주도에 여행 갔던 중국인들이 입국도 못한 채 공항에서 장시간 잡혀 있다가 송환됐다. 중국인들은 목적지를 신중히 선택하라"고 자국민에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여행사는 벌써부터 한국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롯데를 압박하는 분위기도 계속됐다. 민간 여행사인 퉁청유뤼(同程遊旅)는 이날 "사드를 배치하려는 한국과 롯데의 행위에 분노한다"며 "한국 관광 상품 일체를 판매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롯데백화점 앞에서는 중국인 10여명이 '친구가 오면 좋은 술을 대접하고 승냥이·이리가 오면 사냥총을 준비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중국 정부는 이런 시위와 한국산 자동차 훼손에 대해서도 딴청을 피웠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 차량이 훼손되는 등 중국 내 사드 시위가 폭력화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 내에서 사드 배치 반대 행동과 폭력 행동은 없다"고 했다. 지난 2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한국산 차량 훼손 사건에 대해서도 발생지를 관할하는 장쑤성 치둥(啓東)시 공안국은 "사드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주중(駐中) 한국인을 상대로 인신공격을 하거나 기타 한국 기업을 상대로 불법적 공격을 가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에 대한 제재를 원하지만 평범한 한국인이나 한국의 국가 존엄에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27일 롯데 이사회의 사드 부지 제공 의결을 전후해 연일 롯데와 한국에 대한 보복을 선동해왔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한국에 대한 보복을 기껏 선동해놓고 이제 와서 적당한 선에서 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냐"고 했다.

한편 2일과 3일 베이징의 각 지역 공안이 관할 지역 한국 기업 및 단체를 불시 방문해 직원 현황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교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일부 공안은 사드 등과 관련해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지 여부, 사드에 대한 한국인 경영진과 본사의 의견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최근 사드 배치 등과 관련해 우리 국민의 안전 관련 유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대중 밀집 지역이나 유흥업소 출입을 가급적 자제하고 중국인과 접촉 시 불필요한 논쟁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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