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사랑하세요", 거리에 등장한 청소년용 콘돔 자판기

입력 2017. 3. 3. 16:37 수정 2017. 3. 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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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섹스를 권장하는 게 아니에요, 안전한 피임은 인간의 권리잖아요. 청소년도 예외 없이" 최근 강남, 이태원, 광주 등에 생긴 '청소년을 위한 콘돔 자판기' 설치를 주관한 이브콘돔 박진아 대표의 말이다.

100원에 2개의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 앞에는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콘돔 구매가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부각되며 각 포털사이트들은 '자체 검열'의 수위를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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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섹스를 권장하는 게 아니에요, 안전한 피임은 인간의 권리잖아요. 청소년도 예외 없이…" 최근 강남, 이태원, 광주 등에 생긴 '청소년을 위한 콘돔 자판기' 설치를 주관한 이브콘돔 박진아 대표의 말이다.


(▲ 광주에 설치된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 / 사진 제공 = 인스팅터스)

100원에 2개의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 앞에는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판기의 목표는 성(性)적 약자인 청소년의 콘돔 접근성을 높이고, 청소년들의 성문화에 대한 성인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 자판기 속 콘돔은 모두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한 '비건 인증' 콘돔이다.

박 대표는 "콘돔을 사려는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요구받거나, 판매를 거부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경제 ·사회문화 ·심리적 이유 등으로 콘돔을 구매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치 동기를 밝혔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포털사이트에서 콘돔의 검색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성인인증이 필수 절차였다. 그러나 청소년의 콘돔 구매가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부각되며 각 포털사이트들은 '자체 검열'의 수위를 완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콘돔 정보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은 제한적인 편이다.

(▲ 각 포털사이트의 '콘돔' 검색 결과)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은 검색결과를 제외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콘돔'에 대한 온전한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콘돔 관련 내용은 선정적이거나 미성년자 구매 불가 제품 정보가 포함된 '유해 게시물'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

정보에 대한 접근만 제한적인 것이 아니다. 돌기형이나 사정 지연 기능이 있는 특수콘돔은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돼 청소년은 구매가 불가능하다. 청소년 보호법과 동법 시행령은 특수콘돔을 '청소년을 지나치게 성적 자극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는 물건'의 하나로 정의하고 있다.

청소년의 특수콘돔 구매 금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성관계 시 쾌락을 느낄 우려가 있다"며 청소년의 특수콘돔 구매 불허 고시를 개정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쾌락통제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여가부는 "음란하고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유통을 제한한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았지만, 논란은 더 증폭됐다.


(▲ 콘돔 판매 사이트의 초박형 콘돔 판매 홍보 문구 모음)

또한, 두께가 매우 얇아 '착용한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초박형 콘돔의 경우에는 청소년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해당 법률의 폐지 및 수정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관련 법령 개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가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


(▲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콘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첫 성경험 시작 연령은 평균 12.8세까지 낮아졌다. 매년 연령은 낮아지지만 피임에 대한 교육이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학교마다 콘돔 자판기를 비치하고, 청소년 전용 콘돔까지 개발하는 미국·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청소년의 콘돔 구입 자체를 불건전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 콘돔 사용율 최하위라는 오명은 이처럼 잘못된 선입견과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 대표 역시 "콘돔을 부끄러워하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전한 사랑을 위해서는 피임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자판기를 통해 판매된 모든 수익금은 성폭력·성병·성매매 등의 위험에 노출 된 여성청소년을 돕는 서울시립청소녀건강센터에 기부된다.

YTN PLUS 김성현 모바일PD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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