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끝에 닿는 쌉쌀함.. 아, 봄이 왔구나

구성 및 제작/뉴스큐레이션팀 정영민 2017. 3. 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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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봄나물

사계절 중 봄에 나는 나물을 최고로 치는 이유는 단연 영양소가 풍부해서다. 땅속에서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란 봄나물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지천에서 자라는 봄나물은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중요한 식재료였다. 귀한 봄나물은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고 약의 재료로 쓰였다. 오늘날에는 재배 기술의 발달로 일 년 내내 봄나물을 맛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제철에 자라난 봄나물이 맛으로나 영양으로나 최고인 건 두말할 게 없다. 아삭하고 쌉싸래하며, 때로는 향긋하고 달콤한 봄나물의 유혹에 빠져보자.

'나물 덕후'를 설레게 하는, 골라먹는 재미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 인연이 깊은 나물이다. 도심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등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나물이기도 하다. 쑥은 식용 외에도 방향제, 화장품 등에 두루 쓰이는데, 음식으로 쓰는 쑥은 4월에 채취하는 것을 최고로 친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쑥은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 특히 좋은데, 자궁을 따뜻하게 해 주어 냉, 생리통 등 여성 질환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피를 맑게 해주는 효능 덕분에,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나물이다. ▶쑥 베개에서 쑥차(茶)까지…쑥 활용법 총정리

(왼쪽부터) 도다리 쑥국, 쑥 빵, 쑥 영양밥. /조선DB·여성조선

++ 먹는 방법 쑥 된장국, 쑥떡, 쑥 반찬 외에, 쑥차, 쑥밥, 쑥 빵 등을 해 먹을 수 있다. 쑥잎을 우려낸 쑥차는 지방질이 많은 육류 식사를 한 뒤에 마시면 소화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빵이나 밥을 지을 때 쑥을 곁들이면 풍미를 한층 살릴 수 있다. 봄철에 나는 쑥을 살짝 데쳐 냉동고에 보관해두고 사계절 내내 먹어도 된다.

봄나물의 대표 격인 식물로, 일본에서는 봄나물 중 으뜸으로 여긴다. 봄 냉이는 뿌리째 캐 먹어야 나물에 함유된 영양분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다만, 독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끓는 물에 데치는 것이 필수다. 냉이는 봄나물 중 단백질이 가장 풍부하고, 칼슘, 비타민A도 많은 봄나물의 제왕이다. 특비 비타민A는 눈이 충혈되거나 피로할 때 좋으며, 단백질과 칼슘은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한의학에서는 냉이를 설사, 출혈을 멎게 하는 약재로도 쓴다. ▶봄에 먹는 인삼, '냉이'의 놀라운 효능

(왼쪽부터) 냉이 된장국, 냉이 비빔국수, 냉이 피클. /헬스조선·여성조선

++먹는 방법 가장 손쉽게 냉이를 섭취하는 방법은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이다. 뿌리만 따로 떼어 무쳐도 된다. 입맛이 없을 땐 냉이를 잘게 썰어 죽, 국 등에 넣어 먹으면 색다른 음식이 된다. 뿌리를 뗀 뒤 식이섬유가 풍부한 잎으로만 즙을 내어 아침마다 마시면 몸이 가벼워진다. ▶봄철 입맛 돋우는 냉이된장국·냉이무침 만드는 법

구정 무렵인 2월 즈음부터 먹는 봄나물이다. 봄나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초봄 때가 가장 맛있다. 봄동은 배추의 한 품종인데, 겉잎과 속잎이 한데 뭉쳐있는 김장배추와 달리 겉잎이 벌어져 자라는 게 특징이다. 일반 배추보다 식감이 아삭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이 때문에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찬 성질이 있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좋고, 비타민C와 칼슘도 풍부하다. ▶봄동… 사각사각 씹는 맛, 다이어트에 좋아

(왼쪽부터) 봄동 겉절이, 봄동 무침, 봄동 나베. /조선DB·헬스조선

++먹는 방법 사각거리는 식감을 살릴 수 있도록 겉절이를 해 먹는 것이 보통이다. 겉절이를 할 때는 소금에 절이는 단계를 생략하고, 먹기 직전에 썰어 무쳐야 봄동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간단히 씻어 쌈으로 먹어도 훌륭하며, 가끔 국으로 끓이기도 하는데 다른 채소에 비해 비타민의 손실이 적은 장점이 있다.

두릅나무의 가지 끝에 달리는 새순을 말하는데, 독특한 향과 쌉쌀한 맛 덕분에 미식가들로부터 자주 예찬받는 나물이다. 지금보다는 4~5월경이 가장 맛있는 제철이다. '봄 두릅은 금'이란 말이 있을 만큼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다. 특히 인삼의 주요 성분이자, 면역력에 좋은 사포닌이 풍부해 환절기 건강 관리에 효과적이다. 사포닌은 유방암, 자궁암 등 여성 암 예방 효과도 있는 것도 알려져 있다. 쌉쌀한 향을 내는 성분은 신경 안정 및 숙면에도 도움을 준다. ▶두릅의 효능, 인삼의 항암효과와 비슷하다고?

(왼쪽부터) 두릅 무침, 두릅 적, 두릅 새우 볶음밥. /푸드조선·여성조선·조선DB

++먹는 방법 순, 잎, 뿌리까지 통째로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흔하다. 주로 어리고 연한 두릅을 이렇게 해 먹는다. 잡채나 산적 요리에 곁들여도 좋다. 다만, 삶은 두릅은 오래 두면 색깔이 변하므로 주의해야 하고, 오래 보관하려면 소금에 절이거나 얼린다. 억센 두릅은 장아찌를 해 먹으면 적당하다. ▶두릅무침 만드는 법

뿌리 끝에 마늘과 비슷한 알맹이가 달린 것이 특징인 봄의 대표 나물이다. 영어로는 '야생 마늘'을 뜻하는 'Wild garlic'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이 달래에도 들어 있는데, 이것이 톡 쏘는 알싸한 맛을 내는 성분이다. 이 때문에 마늘을 대신해 돼지고기와 먹어도 궁합이 잘 맞는다. 다소 강한 향 덕분에 식욕이 없을 때 곁들여 먹기에 제격이다. 한방에서 달래는 복통과 종기, 타박상 등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로 쓰였으며, 산과 들 어디에서나 잘 자라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먹었다.

(왼쪽부터) 달래 된장찌개, 닭가슴살 달래 냉채, 달래 무침. /푸드조선·조선DB

++먹는 방법 달래 요리를 할 때는 특유의 향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구수한 된장찌개에 매콤한 맛을 더하는 재료로 많이 쓰인다. 무침이나 장아찌를 해 먹는 것도 좋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육류에 곁들여 먹으면 입 안에 퍼지는 향을 풍부히 할 수 있다. ▶봄의 설레임 '달래 된장찌개'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로, 이른 봄인 2월 말~3월 초쯤에 꽃을 피운다. 꽃부터 줄기, 잎, 뿌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 머위는 쓴맛이 강한 식물로, 물에 데쳐도 특유의 쌉쌀한 향이 살아있다. 머위 역시 다른 봄나물과 마찬가지로 영양소가 풍부하고 약효가 있다. 환절기 질환인 기침, 감기, 기관지염에 특히 좋으며 해독 효능이 있어 황사가 심할 때 먹어도 좋다. ▶머위, 최고의 암 치료약이며 치매 치료약

(왼쪽부터) 머위 무침, 머위 쌈, 머윗대 볶음. /조선DB·여성조선

++먹는 방법 줄기와 잎은 데친 후 물에 우려서 먹어야 쓴맛이 덜하다. 꽃은 덩어리째 떼어 튀김을 해 먹으면 별미를 즐길 수 있으며, 뿌리는 주로 약용으로 쓰인다. 특히 뿌리를 찧어서 종기나 벌레 물린 곳에 붙이면 부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

노란 꽃을 피우는 원추리는 산과 들에 자생적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다. '원추리'라는 독특한 이름은 중국어로 근심을 잊게 하는 식물이라는 '훤초(萱草)'에서 기원한 것으로 본다. 여성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원추리 꽃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도 한다. 원추리는 8월 무렵에 꽃을 피우는데, 꽃은 술을 담그거나 향수를 만드는 데 쓰인다. 봄철에는 막 자라난 어린잎으로 나물을 해 먹으면 좋다. 달착지근한 맛이 입맛을 살려줄 뿐 아니라, 피로 회복과 춘곤증을 쫓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정서 불안과 우울증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니, 기분이 싱숭생숭한 봄철 요리에 활용해보자.

(왼쪽부터) 원추리 나물, 원추리 고기볶음, 원추리 조개살 무침. /조선DB·여성조선

++먹는 방법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맛을 낸 원추리나물이 대표적이다. 원추리 술은 꽃으로 담글 수도 있고, 소주와 뿌리를 재료로 담가도 된다. 꽃잎 서너 장을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원추리꽃차는 심신 안정에 좋다. 더욱 간편히 먹고 싶다면 밥을 지을 때 원추리를 솔솔 뿌려도 된다.

참취·곰취·수리취 등 '취'자가 붙는 식물을 총칭해 취나물이라고 하는데, 종류가 100여 종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24종 정도를 먹고 있다. 참취가 가장 흔하고, 곰취는 곰이 사는 깊은 산 속에 자생한다는 뜻에서 이름 붙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쌉싸름한 향과 맛이 취나물의 특징이며, 칼슘과 철분, 비타민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감기, 두통 등을 치료하는 한약재로도 이름이 높다.

(왼쪽부터) 취나물 무침, 취나물 비빔밥, 곰취 장아찌. /조선DB·여성조선

++먹는 방법 살짝 데쳐 쓴맛을 뺀 뒤 무쳐서 먹는다. 이때 부드럽고 어린 순을 이용해야 맛있다. 간장이나 된장, 매콤한 양념과 모두 잘 어울리며, 국이나 부침개에 넣어도 된다. 억센 곰취 잎으로 장아찌를 담그면 피로 회복을 위한 좋은 반찬이 된다.

어떻게 먹어도 좋은 봄나물이지만, 섭취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생으로 먹는 나물들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식중독균을 없애야 하고, 두릅·고사리 등 독성이 있는 나물은 반드시 데친 뒤 먹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조리 과정을 거치면 영양소가 손실되므로 먹기 직전 살짝만 데친다. 또한 대로변이나 아파트 단지에 자라난 봄나물을 직접 따 먹는 건 위생상 좋지 않다.

그 시기에만 나오는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 건 가장 손쉽게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수십 가지 봄나물,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든 수백 가지 음식을 즐기기에 봄은 너무 짧다. 그러니 서두르자. 초록색 새 옷을 입은 봄의 전령사들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변현단·안경자 팔도식후경 /황교익 헬스조선·푸드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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