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게 조건없이 '집' 제공했더니..

정의길 2017. 3. 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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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 메디신햇에 사는 커트 렘플은 직업 없이 홀로 사는 알코올중독자로 이빨도 여럿 빠진 상태다.

메디신햇이 전개하는 '주거 우선' 전략은 노숙자라면 알코올중독, 정신질환을 따지지 않고 주거를 제공한다.

메디신햇의 주거 대책 관리인 제이미 로저스는 "수감자 감소만으로도 프로그램 비용은 나온다"고 말해, 노숙자들이 주거를 제공받은 뒤 범법행위가 현저히 줄었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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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캐나다 캘거리서 처음 시작한 '주거 우선' 전략
노숙자 대책 비용 1/7로 감소..61개 지자체로 확대

[한겨레]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서 집이 없는 한 노숙자가 길가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캐나다 앨버타주 메디신햇에 사는 커트 렘플은 직업 없이 홀로 사는 알코올중독자로 이빨도 여럿 빠진 상태다. 그는 작은 침대가 놓인 깔끔한 원룸 아파트에 산다. ‘홈리스 아닌 홈리스’인 그는 5년 전에는 다리 아래에서 노숙했다. 그는 지금도 자선단체의 무료식사에 의존하고, 여전히 술을 마시지만, 달라진 건 이젠 ‘집’이 있다는 것이다.

노숙자에게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은 채 주거를 제공하는 캐나다의 노숙자 해결책이 주효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인구 6만3천명의 소도시 메디신햇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메디신햇이 전개하는 ‘주거 우선’ 전략은 노숙자라면 알코올중독, 정신질환을 따지지 않고 주거를 제공한다. 보통 방 한칸의 깔끔한 아파트가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주거를 제공받고 있는 이들은 120명이다. 프로그램이 본격 실시되기 전인 2014년 야간의 노숙자는 하루 63명이었는데, 2016년에는 33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노숙자에게 일을 하라거나, 생활태도를 바꾸라거나, 단체생활을 하라는 등의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 곳을 제공하는 ‘주거 우선’ 전략은 1992년 미국 뉴욕주에서 캐나다 심리학자 샘 쳄베리스의 제안으로 처음 실험됐다. 노숙자는 안정적 주거가 확보된 뒤에만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대처를 시작한다는 이론에서 출발했다. 그 후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뉴올리언스·솔트레이크시티·피닉스 등에서 실시돼 효과를 봤다.

캐나다에서는 노숙자 문제가 심각하던 캘거리에서 2006년 처음 시작됐다. 캐나다 연방정부의 정신건강위원회는 밴쿠버 등 5개 도시에서 이 제도를 실시해 정신질환이나 중독 증세가 있는 노숙자 2200명을 임의로 선택해 주거를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주거만 제공하는 비용이 노숙자들에게 긴급 의료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보다 저렴했고, 근본적 효과가 있었다. 캐나다에서 노숙자 한명에게 들어가는 납세자의 비용은 1년에 12만캐나다달러(약 1억276만원)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한명에 1만8천캐나다달러(약 1541만원)만 소요됐다. 노숙자 대책 비용이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노숙자 동반자 전략’을 세우고, 연 1억7600만캐나다달러를 들여 61개 지자체로 이 제도를 확대했다. 메디신햇의 주거 대책 관리인 제이미 로저스는 “수감자 감소만으로도 프로그램 비용은 나온다”고 말해, 노숙자들이 주거를 제공받은 뒤 범법행위가 현저히 줄었음을 들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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