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수차'가 어때서"..경찰, 살수차 대체 명칭 내부 공모 '왜'?
경찰이 내부적으로 집회·시위 관리 장비인 ‘살수차’를 대체하는 명칭을 정하기 위한 공모에 나섰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 살수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해 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6일간 전 직원과 의무경찰을 상대로 ‘살수차에게 새 이름을 붙여 주세요’ 공모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경찰청은 공모를 알리는 글에서 “살수(撒水)? 왠지 거부감을 주지 않나요?”라며 “국민들이 부르기 쉽고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살수차의 용도, 특성 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을 찾습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경찰이 2015년 11월17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살수차의 직사 살수를 취재진에게 시연해 보이고 있는 모습. 남정탁 기자 |
이번 공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에 참여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의 살수차 직사 살수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뒤 지난해 결국 숨지면서 살수차 사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방한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살수차 사용이 과도하게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월 “살수차는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고 운용 방법에 따라 개인의 신체 및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살수차의 사용 근거와 범위를 제한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직사 살수 금지 △최루액 등 위해 성분 혼합 살수 금지 △발사 전 경고 방송 3회 이상 실시 등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살수차 운용 지침을 내부 규정으로만 두고 있다.
경찰이 2015년 11월17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살수차의 곡사 살수를 취재진에게 시연해 보이고 있는 모습. 곡사 살수는 물을 위로 쏘아 물이 포물선 모양으로 가게 하는 것으로, 직사 살수보다 강도가 덜하다. 남정탁 기자 |
대부분 국가는 살수차를 ‘물대포’나 ‘물포’라고 부른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영미권(Water cannon·물대포)과 독일(Wasserwerfer·물포), 중국·대만·홍콩(물포)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살수차를 방수차(放水車)라고 부른다.
시민사회단체 측은 경찰청의 이번 공모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백남기 투쟁본부 한선범 언론팀장은 “경찰은 살수를 통해 집회를 진압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말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며 “살수차 명칭을 바꾸는 꼼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살수차로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살수차 명칭을 바꾼다 한들 국민들이 새로운 명칭을 좋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요즘처럼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뤄지는 때에는 살수차를 갈수기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물 공급 차량으로 이용하는 게 민심을 얻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살수차의 굳어진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반감을 사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공모는 살수차보다 더 좋은 명칭이 있는지 여론을 들어보려는 차원”이라며 “명칭이 무조건 바뀌는 건 아니고 명칭을 변경할지 여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추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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