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애플렉·김민희, 예술과 사생활의 상관관계

김윤지 입력 2017. 3.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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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 애플렉, 김민희(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인가.’ 최근 열린 몇몇 시상식이 던진 난제다.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시 애플렉과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 이 두 사람으로 좁혀진다.

◇불륜설·성추문, 수상 후 잡음

케이시 애플렉은 지난달 27일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일각에선 “영화계 일부로서 자랑스럽다”는 그의 수상 소감을 두고 파렴치하다고 지적한다. 케이시 애플렉은 7년 전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의 수상을 비난하는 이들은 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 중인 친형 밴 애플렉과 밴 에플렉의 절친 맷 데이먼이 없었다면 케이시 애플렉이 과연 성공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을 표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맷 데이먼이 제작한 영화다.

김민희는 지난달 19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국내 배우로는 최초 베를린영화제 주연상 수상이다. 축하받아 마땅하지만, 뒤끝이 씁쓸하다.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사생활 논란 때문이다.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다. 여론을 의식한 듯 김민희는 세계적인 영화제 수상 이후에도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사진=영화제작전원사)
◇스타의 영향력, 어떻게 봐야하나

유명하기 때문에 가지는 영향력이 있다. 각종 정부 부처에서 연예인 홍보대사를 선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에 거는 기대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활동을 중단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다. 실망 시킨 것에 대해 대중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다. 반면 김민희나 케이시 애플렉은 충분한 해명이나 자숙의 시간이 없었다.

불쾌감을 호소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특정 인물을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적인 호감도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다. 극중 중년 여성에게 절하는 김민희의 모습도 등장한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평가도 있다.

사진=‘맨체스터 바이 더 씨’ 스틸컷(사진=아이아스플러스)
◇죗값은 사법부가, 영화는 영화일 뿐

과거에도 대중에게 반감을 사거나, 범죄를 저지른 배우나 감독이 예술적 성과를 높이 평가 받은 사례는 여럿 있다. 앞서 아카데미는 미성년자를 강간해 유죄를 선고받은 ‘피아니스트’(2003)의 로만 폴란스키에게 감독상을, 입양아 딜런 패로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은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2013)에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이는 ‘영화는 영화’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범법자가 아닌 이상 시상식에서 잘잘못을 판단할 의무는 없다. 홍 감독과 김민희에 대해 대다수 반감을 드러내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 간통죄는 2015년 폐지됐다. 케이시 애플렉의 소송은 2010년 당시 합의로 마무리됐다.

스타에게 도덕과 윤리의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주장도 있다. 배우나 감독도 촬영장을 떠나면 평범한 사람이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대중은 스타에게 종종 ‘무결점 인간’이길 강요한다. 그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질문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연기를 잘하고, 작품을 잘 만드는 것이다. 사생활 논란을 떠나 김민희와 케이시 애플렉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의 예술적인 업적에 대한 평가는 작품이나 결과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격적인 평가나 그에 따른 잣대는 별개의 문제다. 두 가지를 분리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것 경우 예술적인 업적까지 부정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지 (ja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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