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카바니 발굴한 '경질 마니아', 참파리니의 15년

김정용 기자 2017. 2. 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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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구단을 대표하는 인물은 선수일 수도, 감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칠리아섬을 대표하는 팔레르모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구단주가 가장 주목받아 왔다. 감독들은 구단의 상징이 되기 전 목이 날아갔고, 선수는 스타가 되자마자 팔려나갔다. 팔레르모를 좌지우지해 온 마우리시오 참파리니 구단주가 약 15년 만에 지분을 매각하고 물러났다.

올해 76세인 참파리니의 구단 경영은 베네치아(현 3부)에서 시작됐다. 4부에 있던 베네치아를 인수해 파산을 막아내고 세리에A까지 승격시키며 성공적으로 경영한지 25년이 지나 베네치아를 매각하고 팔레르모를 새로 인수했다. 2002년의 일이었다.

당시 팔레르모는 세리에A를 경험한지 29년이나 지난 팀이었다. 2부와 3부를 오가는 처지의 팔레르모는 잠파리니 부임 이후 빠르게 체질을 바꿨다. 두 시즌 만인 2003/2004시즌 세리에B 우승으로 1부 승격을 달성했다. 승격 첫 시즌인 2004/2005시즌부터 3년 연속으로 6위, 5위, 5위를 기록해 유럽대항전 경쟁팀 반열에 합류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전성기였다. 참파리니가 아무리 제멋대로 팀을 운영해도 능력만큼은 인정 받던 시절이었다.

8시즌 연속 잔류 끝에 2013/2014시즌에 세리에B로 강등됐지만 1년 만에 재승격했다. 이번 시즌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쉽지 않다. 26라운드 순위는 강등권 중 가장 높은 18위다. 한 계단만 올라가면 강등권을 탈출할 수 있다지만 17위 엠폴리와 승점차가 7점이나 된다. 이번 시즌 세리에A는 강등 당할 세 팀이 일찌감치 정해진 듯한 분위기다. 아니나 다를까 참파리니는 이번 시즌에도 벌써 감독을 세 번 갈아치웠다.

감독 한 명을 4번 선임했다 4번 경질

참파리니 구단주를 무엇보다 유명하게 만든 건 상습적인 감독 교체다. 구단 인수 당시 감독이었던 로베르토 프루초를 자르는데 겨우 1일이 걸렸다. 첫 시즌에만 프루초 포함 감독 4명을 기용하며 자신이 부하직원의 직업안정성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한 번에 보여줬다. 재임 기간 중 총 40회 감독 교체를 통해 29명이 재직했다.

가장 오래 연속으로 근속한 쥐세페 피아키니 감독도 2년 2개월에 그쳤다. 팔레르모의 감독 잔혹사는 `감독에게 오랜 시간을 줘야 성공한다`는 축구계 통념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나 마찬가지다. 팀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2004~2007년에도 세 시즌 동안 무려 5명(공동 감독 포함)이 팔레르모를 거쳐 갔지만 계속 유럽대항전에 진출할 수 있는 순위를 이어갔다.

가장 괴상한 행보를 보인 인물은 최근 스완지시티를 지도해 친숙한 프란체스코 귀돌린이다. 귀돌린 감독은 팔레르모에만 네 번 부임했다. 세리에A 승격과 6위 돌풍을 이끌고도 일자리를 잃었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시칠리아 쪽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귀돌린 감독은 2006년 5월 팔레르모로 복귀해 약 10개월 동안 지휘한 뒤 4월에 쫓겨났다가 경질이 번복되며 5월 다시 선임돼 시즌 종료와 함께 또 경질됐다. 그리고 11월에 또 선임됐고, 이듬해 3월 경질됐다.

이탈리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감독들은 대부분 팔레르모를 한 번씩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파노 콜란투오노, 다비데 발라르디니, 델리오 로시, 쥐세페 산니노, 지안피에로 가스페리니, 이아키니는 두 번 이상 팔레르모 지휘봉을 잡았던 인물들이다.

토니, 아마우리, 카바니, 디발라, 파스토레...

팔레르모의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은 유망주 위주로 이뤄진 과감한 투자였다. 특히 재능 있는 공격수를 여럿 발굴했고, 참파리니다운 떠들썩한 언론 플레이를 활용해 비싸게 팔아넘기며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승격과 세리에A 첫 시즌 돌풍을 이끈 루카 토니는 2005년 피오렌티나로 떠났는데, `대기만성의 아이콘` 토니가 스타 공격수로 발돋움하며 처음 이탈리아 대표로 발탁된 팀이 팔레르모였다.

2008년 여름, 주전 공격수 아마우리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며 2,280만 유로(약 273억 원)를 남겨줬다. 이때 안드레아 바르찰리와 크리스티안 차카르도의 `수비수 세트`는 볼프스부르크로 가며 총 2,100만 유로(251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지금처럼 선수 이적료가 폭등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팔레르모의 성공적인 이적 시장은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참파리니가 이적시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건 2011년 여름이다. 파리생제르맹의 관심을 받던 하비에르 파스토레를 두고 참파리니가 직접 수시로 인터뷰를 하며 시끌벅적한 줄다리기를 벌인 결과 4,200만 유로(약 502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때 에딘손 카바니도 나폴리로 1,700만 유로(약 203억 원, 앞선 시즌 지급된 임대료 포함)로 이적시키며 `장사의 달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최근 강등과 승격을 겪으며 팔레르모가 흔들린 이유 중엔 파울로 디발라의 부진도 있었다. 팔레르모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고 유망주는 아니었던 디발라를 2012년 영입하며 1,200만 유로(약 143억 원)나 되는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를 지불했다. 영입 이후 부진에 빠진 디발라는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고, 세리에B에서도 뾰족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실패한 영입`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2014/2015시즌 승격한 팔레르모는 마침내 유럽 축구에 적응한 디발라를 한 시즌 동안 잘 활용한 뒤 유벤투스로 이적시키며 3,200만 유로(약 383억 원)를 벌 수 있었다.

디발라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던 프랑코 바스케스는 세비야에서 활약 중이고, 당시 후보 공격수였던 안드레아 벨로티는 토리노로 이적한 뒤 기량이 만개해 지금은 이탈리아 대표팀 주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참파리니 구단주가 주도하는 팔레르모의 공격수 영입은 늘 주목의 대상이었다.

많은 공격수가 오가는 동안 파브리치오 미콜리는 꾸준히 팔레르모를 지켰지만, 마지막이 나빠 `레전드`는 되지 못했다. 유벤투스에서 건너온 뒤 6시즌 동안 득점과 플레이메이킹 등 공격의 여러 임무를 떠맡았던 미콜리는 팔레르모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칠리아 생활에 나쁜 쪽으로 너무 잘 적응한 것이 문제였다. 2013년 미콜리가 시칠리아의 악명 높은 마피아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피아와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다 암살당한 국민 영웅 지오반니 팔코네 검사를 "쓰레기"라고 조롱했다는 뉴스가 나온 뒤엔 시칠리아 시민의 역적이 됐다. 이 즈음 팔레르모와 계약이 끝났고, 3부리그의 레체를 거쳐 지금은 몰타 리그에서 뛰는 신세다.

미국계 투자자가 인수

참파리니 구단주를 대신해 팔레르모를 운영하는 건 미국계 투자자들이다. 팔레르모 공식 홈페이지는 28일(한국시간) "참파리니 회장이 사임한다. 15일 안에 새 회장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구단주가 될 컨소시엄은 이미 팔레르모 경기장과 훈련장 등 관련 사업을 함께 진행해 왔다. 3~5년 계획에 따라 유럽에서 경쟁력 있는 팔레르모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목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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