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 대통령, 대기업 총수들에 준 사업계획서 '비문·오타투성이'

구교형 기자 2017. 2. 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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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선수를 발굴하기엔 사뭇 어려운 완성이 될 수 있다”… “선수출진 지도자”
ㆍ영재센터 관련, 최순실이 면담 하루 전 장시호 시켜 급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대기업 총수들과 면담하면서 오타와 비문이 뒤섞인 최순실씨(61·구속 기소) 측의 사업계획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계획서는 최씨가 설립에 관여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것으로 최씨가 센터 사무총장인 조카 장시호씨(38·구속 기소)를 시켜 급조한 것이다.

2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9개 대기업 회장들과 잡은 면담 일정에 맞춰 2016년 2월14일 장씨에게 “내일까지 예산안 10억원 범위 내에서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다.

장씨는 바로 다음날 오전 ‘예산금액 9억7618만원’이 기재된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이는 최씨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박 대통령은 그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을 독대하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협조해줘서 고맙다.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면서 “영재센터에도 추가로 후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에게서 받은 사업계획서를 이 부회장에게 건넸다.

계획서에는 ‘현재 영재센터의 영재선수는 초등학생이라는 정해진 규율에 있어 올림픽 선수를 발굴하기엔 사뭇 어려운 완성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난해한 문장이 담겨 있다. 또 ‘체력훈련에 구분과 배율을 알차게 하여’라거나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으로써’ 등의 비문이 포함돼 있다.

앞서 최씨는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25일 총수들과 면담할 때도 엉터리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면담자료로 활용하게 했다. 이때도 독대 전날 최씨가 장씨를 불러 ‘승마 관련 예산안’을 주면서 “비슷한 형식으로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이 계획서도 본문 세부 일정에는 ‘빙상 프로그램’만 적혀 있는 반면 예산안 부분에 ‘빙상’과 ‘설상’이 모두 기재돼 있는 등 체계가 맞지 않았다. ‘선수출진(신) 지도자’라는 오타도 발견됐다. 삼성은 이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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