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도지사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다"

유지만 기자 입력 2017. 2. 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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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政·재산·사상 등 혹독한 검증대 통과해야

안희정 충남지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5%대에 머물렀던 자신의 지지율을 어느새 20% 안팎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본래 안 지사가 가지고 있는 깔끔하고 젠틀한 이미지에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일각에선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를 두고 “마치 2002년의 노무현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노무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세도 최근 주춤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이른바 ‘선의(善意) 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도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과도한 우(右)클릭으로 비춰지면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내 지지자들의 반감을 크게 샀다. 실제로 안 지사의 최근 여론조사는 20% 언저리에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 한 인사는 이를 두고 “이제 본격적인 계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에 대한 대중의 검증이 시작될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은 그의 과거 이력과 함께 일종의 ‘사상 검증’ 무대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에는 이미 그의 대선자금 관련 구속 이력에 대한 내용이 정리돼 퍼지고 있다. ‘삼성 장학생’이란 세간의 말 역시 그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만약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대선 본선에 올라갈 경우 더욱 매서운 검증이 시작될 것은 자명하다. 시사저널은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앞서 안 지사의 역량과 재산, 개인 문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2월23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한국여성정치연맹과 정경뉴스가 주최한 2017 제19대 대선 주자 초청토론회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석해 본인의 정견과 가치관, 대통령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얘기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안 지사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풍부한 행정 경험이다. 안 지사는 선출직인 충남지사를 연임하면서 쌓은 행정 경험을 내세워 자신이 국가 경영 적임자라는 면을 강조하고 있다. 한때 논란을 일으킨 ‘대연정’ 역시 지방행정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언론 인터뷰에서 안 지사는 “연정을 제안한 것도 이런 도정(道政) 경험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개혁과 민생 법안도 의회가 합의해야 법제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지사는 지역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매월 실시해 발표하는 ‘정례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 안 지사는 1월까지 10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안 지사에 대한 긍정평가(‘잘한다’)는 70.8%로, 2위인 김관용 경북지사(60.4%)를 제쳤다. 안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52.5%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지지율이 18%가량 더 높아진 셈이다.

반면 도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다수 있다. 충남도의 행정력이 전국에서 하위권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2016년 7월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16년도(2015년 실적)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에서 최고등급인 ‘가’ 등급을 1개밖에 받지 못했다. 당시 충남도는 9개 분야 중 1개 분야(문화가족)에서만 가 등급을 받았고 이어 나 등급 7개 분야(일반 행정, 보건위생, 지역개발, 환경산림, 안전관리, 중점과제), 다 등급 1개 분야(사회복지)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 중 최하위권이다. 안 지사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안 지사는 도지사 재임 동안 잘한 것도 없고, 못한 것도 없다”고 지적한다.

 

재산은 대선 주자 중 최하위권

안 지사의 재산은 현 대선 주자 가운데서 가장 적은 편이다. 2016년 3월 발표된 관보에 따르면, 안 지사의 재산은 총 8억8654만6000원이다. 전년보다 2911만원 늘었다. 공시지가 1억4523만6000원인 배우자 명의의 제주 서귀포시 소재 임야와 3억2500만원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은 총 3억9698만원이다. 제주 땅은 안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부친인 민병석씨로부터 증여받은 땅이다. 총 6370㎡(약 1900평)로 상당히 넓은 땅이다. 제주 올레길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땅 주변은 주로 산림지이거나 농지다. 주식으로는 현대아산 주식 27만원어치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아산 주식이 코스닥에 상장돼 있을 때는 71만8000원어치였으나, 비상장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예금과 보험 재산은 안 지사 본인 명의로 총 5541만2000원을 가지고 있으며, 부인 명의로는 2억8379만원이 신고됐다. 또 부모 계좌에 4500여만원의 예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 슬하 2남의 재산은 따로 나와 있지 않았다. 차량은 본인 명의가 아닌, 부인 명의로 된 2013년식 투싼 차량만 소유하고 있다. 차량 가액은 약 1900만원이다.

 

2004년 4월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 공개변론에 안희정 증인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골수 운동권’ 출신…安 “헌법 수호 정치인”

최근 안 지사의 행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우클릭’이다. 그는 ‘대연정’과 ‘협치’ 등을 앞세워 중도보수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제스처를 취해 왔다. 이로 인해 50대 이상의 지지율에서는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소폭 앞서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철학적인 면모가 풍기는 특유의 말투 때문에 ‘애늙은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며, 젊은 세대에서는 “누구를 가르치려 하는 것 같다”는 반감을 사기도 한다.

안 지사의 삶의 궤적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그는 젊은 시절 접한 《러시아혁명사》에 반해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해 고교 입학 6개월 만에 제적당했고 검정고시를 거쳐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이후에도 민주화운동 중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강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상대의 어떤 말이라도 일단 선의가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국정 농단 세력과도 손잡겠다는 것이냐”는 강한 반감을 샀다. 2월22일 참석한 관훈토론회에서는 “전향한 것이냐”는 질문에 “헌법 이념 체제를 수호하고 지키려 하는 정치인이다”며 “과거에는 북한 출판물을 읽다 잡혀가기도 했지만 사회주의 시대는 끝났고, 동서의 체제 경쟁은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의 승리로 끝났다”고 말했다.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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