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인강의 그늘을 만드는 인간의 맹점

조선에듀 입력 2017. 2. 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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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는 인강 사업의 부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강 사업이 떠오르면서 인강 강사들도 스타로 떠올랐다. 설민석, 강성태, 채사장 등이 인터넷 강의, 혹은 팟캐스트 등의 뉴 미디어로 떠오른 강사들이다.

이들은 강신주, 조승연, 송길영 등의 ‘지식 연예인’과 함께 방송에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 상대로 이해하기 쉽게 입시 지식을 전파하던 이들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강 강사의 전성기다.

강사들이 연예인 같은 인기를 누리면서 인강에 승자 독식은 더욱 심해졌다. 인기 있는 ‘1타 강사’에게만 몰린다. 과거 학원 강사는 물리적 한계로 받을 수 있는 학생의 수가 제한되어 있었다. 인터넷 강의는 그렇지 않다. 최고의 강사 외에는 필요 없는 환경이 된 셈이다.

최고에만 몰리면서 부작용도 커졌다. 인강 업체가 ‘댓글 부대’를 조직하여 인강에 대한 가짜 정보를 커뮤니티에 올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스타 강사 ‘삽자루’는 인강업체 ‘이투스’와 법적 분쟁 끝에 이투스가 가짜 댓글 부대를 운영한다고 폭로했다. ‘공단기’ 또한 댓글 부대를 운영한다는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를 받았다.

물론 업체들은 부정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가 커지면서 갑자기 수험생 커뮤니티에 글 수가 급격히 줄었다. 학생을 입장에서는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인강은 디지털화된 정보의 특성상 1등이 모든 걸 가져간다. 강사가 받을 수 있는 학생 수에 제한이 없고, 정보 전달이 빠르기 때문이다. 승자가 모든 과실을 가져가기에 경쟁이 과열된다. 정보 전달이 빠르기에, 가짜 정보의 효과도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몫이다. 비틀린 경쟁이 만든 허위 정보 때문에 진짜 정보를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강사가 좋은 강사인지 기준을 확립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할까? 있다면 그걸 공시한다고 과연 사태가 달라질까?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워렌 버핏은 올해 투자자 연례 서한에서 헤지펀드와 인덱스 펀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덱스 펀드는 절대다수의 헤지펀드보다 수익률이 좋다. 수치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자는 고액의 수수료를 내면서 헤지펀드를 쓴다. 더 좋아서가 아니라 더 특별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버핏은 말한다.

사교육 문제도 펀드와 마찬가지 아닐까? 고액 사교육과 스타 강사는 좋아서가 아니라 ‘특별해 보여서’ 많은 돈을 번다. 명품 브랜드와 마찬가지다. 인간의 맹점이 인강 사업의 부조리를 만든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의 맹점을 해결해야 한다. 교육 미디어 ‘아이엠스쿨’에서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의 부조리, 나아가 인간의 부조리가 사교육의 부작용을 줄일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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