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96마일 받아친 박병호 "이게 홈런이 될 줄은.."
“와, 그게 넘어가네요.”
“그러게요. 이게 홈런이 될 줄은 몰랐는데.. 펜스가 다른 구장보다 가까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아니요. 타구는 펜스를 훌쩍 넘겼는데, 배트 끝에 맞은 공이 ‘퍽’ 소리와 함께 담장을 넘어가더라고요. 배트 끝에 맞은 타구가 저렇게 빨리 날아가나 싶었어요. 파워도 대단했고, 타구 속도가 엄청났던 것 같아요.”
기자는 박병호가 쏘아 올린 투런포에 놀라 물었습니다. 박병호는 “외야 펜스가 가까워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지만, “배트 중앙이 아닌 끝부분에 맞았는데도 파워가 엄청나서 놀랐다.”는 기자의 되물음에 박병호도 “맞다. 배트 끝부분에 맞았는데, 사실 이게 넘어갈 줄은 몰랐다.”며 홈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2스트라이크에서 나온 과감한 스윙, 배트 끝에 맞았는데도 담장을 넘겨버린 파워, 96마일 속구에 적절히 대응한 타이밍.
마이애미 선발 호세 우레나를 상대로 터트린 2호 홈런은 박병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속구 대응과 볼카운트 싸움을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만합니다. 박병호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결과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타석에 오르기 전에 95마일 이상 던지는 투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불안한 느낌보다는 그동안 빠른 볼을 치려는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잘 치려고 했죠. 더구나 초구 96마일 패스트볼이 파울로 연결됐기 때문에 세 번째 속구는 자신 있게 치려고 했어요.”
빠른 볼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는 박병호는 타격 준비 자세를 수정하면서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타석에 올라 타격 준비를 일찍 하고 있어요. 들고 있는 배트에서 최단 거리로 나오려고 상체 움직임을 줄이고 있는데, 시범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경기를 조금 더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을 상대할 거고, 연습 많이 했으니 빠른 볼에도 잘 치는 모습이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박병호는 초청 선수 신분으로 바뀌면서 되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부담감을 덜어낸 상황에서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채워나가겠다는 생각입니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바뀌면서 되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여기 동료들도 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고요. 그래서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성적을 내야 하고,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 경기 볼을 배트 중심에 맞히기 위해 신경 쓰고 있는데, 혹여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더라도 경기 결과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음이 편해지니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 박병호는 한 타석을 소화하고 나면 곧바로 실내 비디오실로 직행했습니다. 본인의 타격을 비디오를 통해 분석하고, 코치의 의견을 들어 수정, 보완해 나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2회말 1사 2루에서 타석에 올라 삼진으로 물러난 박병호는 또다시 제임스 로손 타격 코치에게 달려가 조언을 구합니다. 통역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야구 관련 소통은 혼자서도 해결할 정도입니다.
혹여 삼진을 당하더라도 결과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한 박병호. 하지만 같은 실수는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하며 단점을 보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박병호의 모습을 보면서 바뀐 신분을 다시 되돌려 놓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