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직장 처방전] 회사 안에서 멘토 찾다가 멘붕에 빠졌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 2. 28. 09:00 수정 2017. 3. 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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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후배 직장인들이 회사 안에서 멘토를 찾곤 합니다. 직장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맞춤형으로 가르쳐주는 과외 선생이자,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부모님 같은 존재를 원하는 거죠.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데다 성품까지 온화한 상사는 직장인들이 가장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일 겁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상사는 당신의 멘토가 아닙니다.

직책이 높을수록 시간이 빠듯합니다. 아랫사람의 시시콜콜한 고민을 들어줄 시간도, 가족처럼 품어줄 마음의 여유도 쉽지 않지요.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누군가의 멘토가 될 만큼 지적으로 충분하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상사는 드뭅니다. 그래서 저는 멘토를 찾는 후배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극소수 멘토를 찾아 헤맬 시간에 차라리 가까운 상사와 도제관계를 맺으라고요.

뜬구름 멘토 말고 알짜배기 마스터를 찾아라

도제란 스승에게 기술이나 학문, 예술 등의 지식을 전수 받는 제자를 뜻합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가 바로 도제관계죠.

과거에는 도자기나 판소리 명인이 되려면 도공이나 명창의 집에서 수년간 숙식을 하며 가르침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도 수많은 도제관계가 있었죠. 일례로 르네상스 시대를 연 3대 화가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도 처음엔 당대 유명 작가들의 공방에서 도제 생활을 하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처음 몇 년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우다가, 장인의 허락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술을 연마했던 겁니다.

현대에 와서는 도제식 교육을 찾아보기 힘들지요. 하지만 알고 보면 모든 회사에서 암암리에 도제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이나 자체 프로그램, 평소 업무 지시 등을 통해 그 회사만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으니까요. 숙식만 안 할뿐 직장 생활에 필요한 모든 노하우를 상사와의 관계를 통해 익히고 있는 겁니다. 말하자면 상사는 장인, 직장인은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연습생인 거지요.

그러고 보면 직장은 나에게 업무 스킬을 전수해줄 마스터가 차고 넘치는 공간입니다. 잠깐 모셨지만 저에게는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님이 그랬습니다.

두산그룹에 다닐 때 계열사 한 곳에서 음료 배송직원이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를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 부장이 열심히 사용법을 익혀서 임원실로 보고하러 들어갔죠. 그런데 박용만 회장님이 그 기기를 앞뒤로 만져보시더니 세게 던지시는 겁니다. 항상 들고 다니는 거면 자주 떨어뜨릴 텐데 내구성이 얼마나 좋은지, 혹시 깨져서 직원들이 다치지 않을지 확인해봐야 한다면서요.

처음엔 너무 이해가 안 갔는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와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겸비한 남다른 관점이 바로 이런 것이더군요. 그날부터 박용만 회장님은 저에게 ‘남다른 관점’ 분야의 스승이 됐답니다.

실사구시 마인드로 야무지게 복사하라

제가 후배 직장인들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잘하는 사람 옆에 가서 그대로 흉내 내라고요. 흉내만 잘 내도 절반은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경청의 달인 옆에선 듣기 역량을 복사하고, 스피치의 달인에게선 말 잘하는 기술을 복사하고, 인맥의 달인 옆에선 사람 관리의 노하우를 복사하는 겁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복사입니다.

과거의 도제 교육은 훌륭한 스승 아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보고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오늘날의 도제 교육은 결이 다르지요. 진정한 스승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도제는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존경할 만한 스승이 아니라 배울 만한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는 거지요. 말하자면 상사에게 배워서 상사의 자리로 가는 것이 도제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울 건 배우고 취할 건 취하는 실사구시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실제로 제가 하는 행동의 면면에는 그동안 제가 모신 상사들의 DNA가 잔뜩 묻어 있습니다. 회의할 때, 보고할 때, 하다못해 상갓집에 가서도 상사들의 DNA가 불쑥 튀어나옵니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들은 이럴 때 어떻게 했었더라?’ 하면서 수많은 복사본을 이리저리 끼워보게 되더군요. 상사들에게서 복사한 기술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편집해서 새로운 원본을 만드는 거지요.

직장 안에서 스승을 찾을 수 없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요즘에는 직장 밖에서도 스승을 찾을 수 있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남선경 대표가 운영하는 ‘100miin(100美人)’입니다. 100세까지 아름답게 놀고, 일하고, 배우자는 ‘Live to 100 Beautifully’를 모토로 설립된 교육 콘텐츠 기업인데요, 2015년에 각 분야 마스터에게 직접 현장실무를 전수받을 수 있는 ‘100miin 도제학교’도 개설했답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마스터를 만나고 도제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한 거지요.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이면 멘토라는 말에 휩쓸려서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실망하지 않게 됩니다. 그 사람의 흠은 그대로 놔두고 장점만을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지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필요한 것만 익혀서 나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 도제 마인드, 이것이 바로 직장병법의 최고 전략입니다.

문성후 Hoo소스 대표/미국 뉴욕주 변호사회원/<누가 오래가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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