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형제더비 꿈꾸는 이재권 "재성이 만나면 괴롭혀 줄 생각"

입력 2017. 2. 2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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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드필더 이재권은 나름 오랜 경력에도 불구, ‘전북 이재성의 형’으로 더 알려져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의 ‘형제 더비’를 목전에 둔 새 시즌, 이재권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자신의 전성기를 향해 힘껏 뛰어오를 참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클래식 일정 나오자마자 전북전부터 체크 자랑스러운 형이 되기위해 더 열심히 뛸것

프로 스포츠에서 형제가 같은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례는 종종 접할 수 있다. 다만 한 무대를 누비는 특별함을 경험하는 이들은 흔치 않다. 그런데 다가올 새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형제가 실력을 겨루는 흥미진진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재권(30)·재성(25) 형제가 딱 그렇다. 이름값과 유명세는 국가대표팀과 전북현대에서 꾸준히 맹위를 떨쳐온 동생이 앞선다. 하지만 그런 동생은 자신에게 가장 크고 강렬한 영감을 주는 존재로 형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인천 유나이티드∼FC서울을 거쳐 지금은 대구FC에 몸담은 프로 8년차의 베테랑 형과 4년차 동생은 묘하게 길이 엇갈렸다. 동생이 프로에 데뷔한 2014년, 형은 안산(경찰청)에 입대했고 ‘형제 더비’가 성사되지 못했다. 돌고 돌아 절호의 기회가 왔다. 대구가 챌린지(2부리그)를 탈출하면서 2017시즌, 미뤄진 형제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이재권은 “클래식 일정이 나오자마자 전북과 언제 만나는지부터 찾아봤다. 이전에는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을 뿐, 축구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새로운 대화의 소재가 추가됐다”며 깊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매불망 기다려온 형제의 첫 번째 클래식 빅뱅은 5월 6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형에게 동생은 어떤 존재인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 심부름을 하던 어린 친구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처지가 뒤바뀌고 말았다. 집안 서열이 바뀌지 않아 여전히 심부름을 시키긴 해도 동생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같은 축구선수로서 (동생을) 보고 배우는 상황이 됐다.”

-동생과의 만남이 특별할 텐데.

“정말 너무 기대된다. 꽤 오래 프로 생활을 했는데도 이상하리만치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앞으로도 마주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우리 대구가 승격하면서 전북을 만나게 됐다. 가슴 설렌다.”

대구 이재권. 사진제공|대구FC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좀더 잘하고 싶었고,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한계에 부딪힌 시간이었다. 선수의 전성기가 20대 후반이라는 데, 이를 경험한 적이 없다.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른다. 다만 그 느낌을 한 번은 받으리라는 생각이다. 난 여전히 꿈꾸는 선수다.”

-대구 선수단의 연령대가 높지 않다.

“주변에서 우리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시선을 느낀다. 난 달리 본다. 역설적으로 그게 최대의 장점이다.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할까? 자신감만 더 채워지면 올 시즌 생존의 목표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 분위기가 관건이다. 초반만 잘 버티면 2가지를 얻지 않겠나.”

손현준(45) 감독의 대구는 초반 3경기가 1차 승부처라는 생각이다. 대등한 전력을 갖춘 팀들과의 대결에서 얼마간 승점을 쌓으면 팀 전체가 깨어날 것으로 본다. 광주FC(원정)∼인천 유나이티드(홈)에게 승리를 얻고, 이어질 수원삼성 원정에서 잘 버티면 클래식에서의 오래 전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대구는 강등 1순위 후보로 꼽히는데.

“그래서 더 오기가 생긴다. 보란 듯 이겨내고 싶다. 걱정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지만 ‘원 팀’이라는 의미를 새삼 느끼곤 하는 요즘이다. 결국 조직이다. 리듬과 템포에 익숙해지면 못할 것은 없다.”

이재권의 개인 목표는 소박하다. 부상 없는 시간이다. 서울에서 발목 비골골절로 거의 1년 가량 쉬었다. 누구보다 ‘뛰는 선수’의 소중함을 안다. 초록 그라운드에서 다치지 않는 것이 ‘형제 더비’의 1차 조건임을 알고 있다.

-자신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유명하지 않아도 운이 좋은지 나름 꾸준히 출전하면서 성장했다. 국가대표로도 A매치를 뛰고 싶다는 꿈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를 깨달았다. 부상도 겹쳐 몸도 마음도 아팠다. 이제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세 살배기 아들에 곧 있으면 둘째 딸도 태어난다. 가족이 늘었으니 더욱 당당한 가장이 돼야 하지 않겠나. 롱런해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추가됐다. 아, 물론 자랑스러운 형이 되기 위해 전북을 만나면 동생을 한 번 제대로 괴롭혀 줘야지.” ● 이재권 ▲생년월일=1987년 7월 30일 ▲키·몸무게=176cm·72kg ▲포지션=미드필더(MF) ▲출신교=학성고∼고려대 ▲프로 경력= 인천 유나이티드(2010∼2011), FC서울(2012∼2013), 안산 무궁화(경찰청·2014∼2015), 대구FC(2016∼현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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