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나라곳간 넘쳐나는데 웬 '세수 부족' 타령?

김현주 2017. 2. 2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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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걷어들인 20조원이 넘는 유류세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주요 국가 대비 싸다는 의견과 세금이 과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작년 유류세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낮은 국제유가 덕분이라는 분석입니다. 유류세는 국제유가와 상관없이 일정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거둡니다. 그렇다 보니 유가가 낮으면 반대로 세금 비중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런 과세방식 때문에 소비자들은 국제유가 인하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수 증가로 인해 정부의 배만 불렸다는 것인데요.
높은 유류세는 가짜 휘발유 등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유류세를 국제유가에 맞춰 탄력적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습니다. 
현행 세법을 보면 휘발유 등에 기본세율을 정한 뒤 일정 수준(±30%)에서 조정할 수 있는 ‘탄력세율’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아래로 낮아진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정부는 지금보다 유류세를 낮추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크다는 입장인데요. 유류 소비가 급증해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부채질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오는 2021년 시행되는 파리기후협약을 앞두고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되레 유류세를 높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제유가가 내려가도 세금이 낮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최근 각종 물가가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더 커졌습니다. 유류세 등 간접세를 내리면 가계부담이 줄어 내수소비 진작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의 약 62%는 세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10만원 주유 시 유류세로 대략 6만2000원을 내는 셈이다.

유류세의 비중은 미국 21%, 일본 53% 등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높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유류세가 기름값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28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일반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L당 1455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유류세 등 각종 세금을 뺀 가격은 549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세금은 905.75원으로, 비중이 62.3%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휘발유 자체 가격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셈이다.

◆기름값 62% 수준의 유류세, 국제 시세와 관계없이 일정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정액제'(定額制)가 적용돼 국제 시세와 관계없이 일정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이 붙는다. 여기에 L당 16원의 수입 부과금, 원유가의 3%인 관세, 소매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가 더해진다.

경유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좀 더 낮은 유류세가 적용되기 때문.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375원, 교육세가 56.25원, 주행세가 97.50원으로 모두 합쳐 528.75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수송용 에너지인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에너지 관련 세금 가운데 수송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내 휘발유의 소매가격은 L당 1427원이었는데, 정유사의 휘발유 가격은 550원에 그쳤고, 여기에 세금이 877.3원 붙었다.

세금 비중이 무려 61.5%인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L당 126엔의 소매가격에서 세금이 66.7엔으로 52.9%였다. 미국은 세금 비중이 훨씬 낮아 갤런당 2.18달러의 소매가격에서 세금이 0.4548달러로 20.9%에 그쳤다.

◆비싼 유류세, 가짜 휘발유 양산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비싼 유류세가 이른바 '짝퉁 석유'를 양산하는 주범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짜 휘발유나 경유의 제조 원가는 실제 휘발유나 경유의 생산 단가보다 높지만, 탈세를 통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보니 짝퉁 제품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것이 이 같은 비판의 뼈대이다. 가짜 석유의 경우 원가는 높지만, 유류세가 워낙 커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나치게 높은 국내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전반적인 조세 체계를 감안할 때 낮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전체 세수 부담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아 되레 증세가 필요하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수송용 세제를 낮추는 것도 부담이고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감축 대책에도 역행(逆行)한다는 논리이다.

정부도 현행 유류세 체계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불거진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수송용 에너지의 상대가격 조정 문제에 대한 정책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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