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대기업 진입 막으려다 중견기업 성장도 '발목'

강경래 2017. 2.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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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계 "중견기업도 약자, 대기업만 규제해야" 주장..美등과 통상마찰도 우려
[이데일리 정태선 강경래 김정유 김태현 기자] 적합업종 법제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한국경제 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는 중견기업계의 발목을 잡아 산업전반에 걸쳐 ‘하향평준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안 통과 및 ‘생계형 소상공인 적합업종’ 법제화 등을 추진 중이다. 상생법 개정안은 다음 달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적합업종 취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방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한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최장 6년간 해당 업종 진출이 제한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제과와 장류, 두부, 김치 등 제조업 56개, 서비스업 18개 등 74개 품목이 지정됐다. 이 중 49개 품목은 올해 해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합업종 지정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실효성 논란이 계속됐다. 지정기간이 끝나면 대기업이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이에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은 기존의 ‘일반 사업조정’과 ‘적합업종 사업조정’을 구분·정비 하면서, 적합업종 제도는 동반위에서 민간 자율합의를 통해 권고·공표하고, 합의실패나 합의가 미이행되면 중기청에서 사업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 개정안은 중소기업단체가 동반위에 적합업종 합의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동반위가 적합업종 신청을 받으면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 적합업종 합의를 도출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이해관계가 다른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또 다시 엇갈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생법 개정안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생계형 적합업종이 법제화할 될 수 있도록 힘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적합업종 법제화 움직임, 중견기업 발목 잡을까 ‘우려’

현재 발의된 적합업종 관련 법안은 백재현 의원의 상생법 개정안 이외에도 이훈 더민주 의원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생계형 적합업종)’, 우원식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등이 상정돼 있다. 특히 중소업계는 생계형 소상공인들을 제한해 적합업종을 법제화하자는 이훈 의원의 법안 통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생계형 소상공인’ 개념화 △중소기업청장 직권으로 매년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 진출·미진출 업종 명문화 등이 골자다. 힘이 없는 동반성장위원회 대신 중기청이 직접 적합업종 지정에 나서고 대기업 진출 업종을 제한하자는 것이 법의 내용인만큼 국회 통과시 파장이 클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와 대기업 측은 이같은 중소기업계의 적합업종 법제화 여론 몰이를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통상마찰 문제, 반(反) 시장경제 조성 등의 문제가 결국 국익이나 소비자 후생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견기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제과·제빵과 장류 등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경쟁력을 쌓아온 중견기업들은 회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받는다면 향후 대기업으로의 성장은 커녕 회사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불만을 내비치고있다.

제과·제빵 분야 중견기업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재수정되면서 제과·제빵에 대한 진입 규제 기간이 당초 지난해에서 2019년까지로 늘어난 상황에서 법제화까지 될 경우 사업을 확대하는데 제동이 불가피하다”며 “제과·제빵 업종을 비롯해 대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발목이 묶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장류 분야 중견기업인 B사 관계자 역시 “오랜 기간 독자적인 기술 개발 및 품질 향상 등 노력을 통해 장류 분야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권고사항이었던 적합업종이 법제화를 통해 강제사항이 될 경우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중견기업계는 적합업종 범주에 중견기업도 포함시키거나 아예 법제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적합업종 법제화는 ‘자유경쟁’이라는 경제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철회가 최선”이라며 “차선책으로는 중견기업을 제외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만 규제하는 등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래 (but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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