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보다 경쟁사 CEO..달라진 은행권 사외이사 지형도

권다희 기자 2017. 2. 28. 04: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 우리은행 사외이사 구성 교수 줄고 금융권 CEO 늘어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KB금융지주, 우리은행 사외이사 구성 교수 줄고 금융권 CEO 늘어 ]

교수 일색이던 은행권 사외이사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경쟁사와 비은행권 최고경영자(CEO) 등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 이사회 멤버로 영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배구조가 불안정해 인사 외풍이 유독 심했던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이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KB금융은 2014년과 현재(내정자 포함)비교, 우리은행은 2015년과 현재 비교

<b>◇KB금융지주·우리은행 사외이사 교수 10명→3명 급감</b>=KB금융지주는 지난 24일 스튜어트 솔로몬 전 한국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새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최운열 전 사외이사가 국회에 입성하면서 1년간 비어있던 자리가 채워지며 9인의 사외이사 체제로 복귀했다. 이로써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은행(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카드(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에 이어 보험까지 다양한 금융권 CEO 출신이 고르게 포진하게 됐다.

우리은행도 과점주주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과 사모펀드 IMM PE의 장동우 사장, 중국 공상은행 출신의 톈즈핑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졌다. 우리은행 상황에 정통한 박상용 전 공적자금관리위원장과 보험업에 정통한 노성태 이사회 의장까지 합류하며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금융 전문가들로 이사회가 꾸려졌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유독 지배구조가 취약해 ‘낙하산’ 논란이 많았던 곳이다. 이런 약점으로 인해 시장에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자 이사회 선임 과정을 투명화하고 이사회 멤버의 전문성을 높이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는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른바 ‘KB사태’로 7명의 옛 사외이사 전원이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 모두 물러났다. KB사태는 시장이 KB금융그룹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아오던 지배구조 문제가 주전산기 교체를 계기로 응축돼 터져 나온 사건이었다.

KB금융지주는 KB사태 후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구성부터 투명하게 바꿨다. 서치펌에서 사외이사 후보군을 받아 삼성그룹과 신한금융 출신 CEO를 이사회로 영입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은행권에서 경쟁사 출신인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긴 ‘파격 행보’도 보였다.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해 어느 곳보다 높은 잣대를 요구해온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의 추천을 받아 이병남 전 LG인화원장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외국계 주주를 대표한다는 뜻으로 한국계 미국인인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b>◇순혈주의 완화 긍정적..자회사 사외이사는 여전히 ‘낙하산’ 우려</b>=정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였던 탓에 정치권 입김을 많이 받았던 우리은행도 민영화를 계기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외이사에 여당 부대변인, 현 정권 대선캠프 출신 등 정치권 인사가 유독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과점주주 5개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이사회가 꾸려졌다. 과점주주들은 우리은행의 가치 제고가 목적인 만큼 여기에 부응하는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진을 추천했다. 우리은행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각 과점주주들이 독자적으로 선임했으며 선임 과정에 어떤 외부 개입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임 과정의 독립성 제고와 함께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이사회가 돋보이는 이유는 경쟁사의 전임 CEO를 영입하는 등 은행권 순혈주’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나 은행은 여신 거래가 있는 기업의 경영진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어려운데다 순혈주의가 강해 다른 금융사 CEO를 영입하는 사례도 극히 드물다. 사외이사 후보군이 주로 교수로 제한됐던 이유다다. 영미권 금융회사의 이사회가 능력 있는 전직 CEO로 다수 채워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선 경영 능력이 시장에서 검증된 CEO라도 임기가 끝나면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경우가 드물고 이런 경향이 유독 금융권에서 강하다”며 “전직 CEO를 적극 영입하면 사외이사 인물난도 해소되고 이사회 역량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이 투명해지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사외이사는 여전히 대선 이후 새 정권 인사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지주사에 비해 자회사 사외이사는 선임 과정이 여전히 불투명해 외풍을 타기 쉽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금융지주사의 완전자회사에는 사외이사가 없어도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는 금융지주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배임 행위 등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지만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가능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금융지주사의 완전자회사 사외이사들은 조언하는 수준으로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며 “완전자회사의 경우 사외이사가 필요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