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맨도 골라쓰자".. 매티스, 백악관과 '人事전쟁'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7. 2. 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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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미는 후보들 퇴짜놓고 부장관에 오바마시절 차관 추천
"국방은 당파초월" 소신으로 버텨..
같은 해병 출신 켈리 장관도 동조, 백악관 견제 위해 동시 출장 자제
해군장관 내정자 재산문제로 사퇴

제임스 매티스〈사진〉 미 국방부 장관이 취임 초부터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전장(戰場)은 이라크도 시리아도 아닌 백악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국방부 인사를 둘러싼 매티스 장관과 트럼프 백악관의 전투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1호 장관 인준자이다. 상원 인준에서 찬성 98표에 반대는 단 1표에 그쳤을 정도로 여야의 신망이 두텁다. 그는 일찌감치 장관으로 안착했지만 국방부의 부장관, 차관, 차관보 등 고위직 후속 인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백악관이 원하는 국방부 인사에 대해 "안 됩니다(No sir)!"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매티스 장관은 "국방 문제는 초당파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야당 성향 인사 중용을 주장하면서 백악관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이 부장관 후보로 추천한 인물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차관을 지낸 미셸 플러노이다. 플러노이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캠프가 국방장관 1순위로 꼽았던 인물이다. 매티스 장관은 또 공화당 계열이지만 반(反)트럼프 성향을 가진 메리 베스 롱 전 국방 차관보를 고위직에 추천하기도 했다.

반면 백악관은 매티스 장관이 점찍은 인사에 대해 질색하는 분위기다. 대신 보잉사 중역 출신으로 트럼프 캠프에서 활동했던 미라 리카델 등을 강하게 밀고 있다. WSJ는 "매티스가 '록 스타'처럼 유명한 보수계 후보들을 퇴짜 놨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같은 해병 출신인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과 손을 잡고 백악관을 견제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로 진격했던 해병 1사단장이었는데, 당시 부사단장이 켈리 장관이었다. 두 장관 모두 사병에서 해병 대장까지 오른 '전쟁 영웅'이다. 대선 승리 후 국방장관을 물색하던 트럼프가 매티스와 켈리를 따로 만났을 때 매티스는 켈리를, 켈리는 매티스를 서로 추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AP통신은 최근 매티스 장관과 켈리 장관이 백악관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미국에 남아 있자며 해외 출장 일정을 겹치지 않게 잡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백악관이 이라크 등 이슬람 7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막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했을 때 매티스 장관은 미군을 도운 이라크인은 예외 대상으로 해달라고 켈리 장관에게 요청했고, 켈리 장관은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이 물밑에서 보완 작업을 한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20일 이라크를 방문해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빼앗으려고 온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석유를 '전리품'으로 표현하면서 "미국이 이라크 석유를 차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무마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켈리 장관도 지난 23일 멕시코 방문에서 "대규모 추방은 없을 것이고 군대 투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도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등을 겨냥해 "불법 체류자 추방은 나쁜 놈들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고 말한 직후에 나왔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의 전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펜타곤(미 국방부) 수뇌부가 빈 상황에서 필립 빌든 해군장관 내정자가 26일 '이해 상충' 우려 때문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모펀드 회사 임원을 지낸 빌든은 자신의 재산과 관련해 미 행정부의 윤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억만장자 사업가인 빈센트 비올라 육군장관 내정자도 지난 4일 비슷한 이유로 사퇴했다. 군 수뇌부 공백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양상이다.

WSJ는 "매티스 장관이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모든 정치적 자산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사 논란으로 백악관과 마찰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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