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해진 오스카, 트럼프에게 '한 방'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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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과감한 선택'이 돋보였다.
27일 오전(한국 시간)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은 흑인 아이의 성장기를 다룬 흑인 감독 배리 젱킨스(41)의 '문라이트'에 돌아갔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참여한 흑인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반트럼프 정서가 높아진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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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과감한 선택’이 돋보였다.
27일 오전(한국 시간)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은 흑인 아이의 성장기를 다룬 흑인 감독 배리 젱킨스(41)의 ‘문라이트’에 돌아갔다. 감독상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32)이 수상하면서 역대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남녀 조연상도 모두 흑인 배우에게 돌아가는 등 아카데미 최초, 최연소 기록이 여럿 나왔다.
○ 역대 가장 정치적인 시상식
스타들의 ‘트럼프 저격’ 발언은 이전 다른 시상식들에 비해 적었지만, 수상작과 수상자 면면에서 ‘반(反)트럼프’의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흑인 아이가 청년으로 커가며 겪는 정체성 혼란을 다룬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참여한 흑인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반트럼프 정서가 높아진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에 출연한 흑인 배우 마허샬라 알리(43)는 무슬림 배우로선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오프닝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꼬집었다. “지난해 오스카상이 인종차별적으로 보였지만 올해는 그게 사라졌다. (아카데미가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게 한)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 드린다”고 비꼬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배우”라며 깎아내린 메릴 스트립을 향해서는 “그녀는 올해까지 20차례나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됐다. 우리는 올해도 ‘습관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적었다”며 풍자했다.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대리 참석자를 통해 “비인간적인 법(반이민 행정명령)으로 결례를 당한 우리 국민과 다른 6개 국민을 존중해 불참한다”며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상식 전 열린 레드카펫에서도 드레스보다 ‘반트럼프’ 메시지가 더 돋보였다. ‘러빙’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흑인 배우 루스 네이가를 비롯해 여러 스타가 ‘파란 리본’을 달고 레드카펫에 섰다. 파란 리본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해 소송까지 제기한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대한 지지를 뜻한다.
○ ‘라라랜드’ 6관왕
주제가 2곡 등 13개 부문에서 14개 후보를 올리며 독주가 예상됐던 ‘라라랜드’는 ‘문라이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핵소 고지’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촬영상, 주제가상 등 6관왕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감독상을 거머쥔 셔젤 감독은 하버드대 재학 시절 단편 영화(가이 앤드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츠·2009년)로 데뷔했다. 2015년 첫 장편 ‘위플래시’를 연출하며 주목받았고 ‘라라랜드’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여우주연상은 ‘라라랜드’에서 배우 지망생 미아 역을 맡은 에마 스톤(29)이 수상했다. 영화를 위해 탭댄스와 왈츠까지 철저하게 준비한 스톤은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보인 케이시 애플렉(42)에게 돌아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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