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법 앞에 서지 않았다

이상언 2017. 2. 28.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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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헌재 보낸 의견서엔 '약속'13번
"특검 조사 받겠다" 세 차례 약속은 어겨
기자간담회 열고 인터넷TV 인터뷰만

━ 사회부장의 뉴스분석

“지난 4년의 재임기간을 돌이켜 봤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고….” 헌법재판소에서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서’가 낭독됐다. 변론 당사자는 없었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이동흡(전 헌법재판관) 변호사가 대신 읽었다. 24일로 잡혔던 최종변론이 이날로 미뤄진 것은 대통령 출석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리인단 주장 때문이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국회 측의 질문은 받지 않도록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고, 재판관들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은 대심판정에 등장하지 않았다. 헌재는 청와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3㎞ 떨어진 곳에 있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서 약속을 강조했다. 이 글에서 ‘약속’이라는 단어를 13회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 이후 세 차례 국민과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4일 2차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일 청와대 기자단 간담회에서는 “특검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1월 25일에 공개된 정규재TV(인터넷방송) 인터뷰에서도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 임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특검팀 대면조사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28일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27일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특검팀과 대통령 측은 지난 9일로 조사 일정을 잡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 측은 계획이 사전에 보도된 것을 문제 삼았다.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도 불응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이런저런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의견서에서 말한 약속과 국민들이 기대한 약속의 의미는 달랐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선서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원 235명(총 재적 299명)의 탄핵소추안 찬성으로 그의 직무집행 권한은 정지됐다. 13개 소추 사유 중 5개는 헌법 위배 행위였다. 이후 박 대통령은 검찰·특검팀·헌재에서의 구두(口頭) 소명 기회를 모두 외면했다. 그러면서 정규재TV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은 거고요”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자 “고생이 많으시죠”라는 말로 만남을 끝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성실하게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에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 증거물이 속속 공개됐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지난해 4~10월 차명 휴대전화로 570회 통화했음도 드러났다.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검찰과 특검은 ‘강요’ 또는 ‘뇌물’의 대통령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진술은 없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치를 관장하는 국가기관들이 대통령에게 진실을 묻고 있는데 답을 해야 할 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상언 사회2부장 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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