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결론만 남은 탄핵심판.. 7가지 주요 쟁점

박현준 2017. 2. 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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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측 "의혹만으로 탄핵 안돼" 국회측 "증거 차고 넘쳐"

헌법재판소가 27일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의 마침표를 찍었다. 헌재는 앞으로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국민주권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 남용 △뇌물죄 등 형사법 위반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나눠 사건을 판단할 예정이다.

2013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최씨 지시에 따라 박 대통령이 기업 등에서 각종 사익을 취하고 반대 세력을 억눌렀다는 기본구조 때문에 실제로는 5가지 사안을 개별적으로 무 자르듯 나눠 판단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동일 사건이 형사법 위반과 대통령 권한 남용 혹은 국민주권주의 위반에 동시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도출된 국회와 박 대통령 측의 쟁점은 차라리 △탄핵심판 가능 여부 △세월호 7시간 △언론자유 침해 △비선의 도움을 받은 대통령 통치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란 4가지 덩어리로 나눠봐야 전체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밖에 △헌재 권한의 범위 △탄핵심판에서 증거의 법적 성격이 숨어있는 쟁점이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최종변론기일에서 대통령측 변호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 가능 여부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최근 꺼내든 카드는 ‘각하’다. 탄핵절차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자체 판단하지 말고 심리를 종료하는 ‘각하’ 처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핵안을 발의·의결할 때는 증거를 붙이도록 돼 있는데, 국회가 증거로 붙인 공소장과 언론 기사는 검찰의 주관적 의견이거나 의혹 제기에 불과해 명백한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 측은 법 절차상의 하자 외에 ‘정치적 이유’도 들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기각 혹은 인용의 정당성 여부는 별도로 하고 둘 다 국민분열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관 9인이 아닌 ‘8인 체제’에서 선고된 헌재 결정은 “판결법원 구성의 위법이 최고도에 달한 것”이어서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내세웠다.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오른쪽) 법사위원장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국회 측은 ‘각하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 공소장에 공동정범으로 명시돼 있고 검찰이 수사를 통해 차명 휴대전화(대포폰), 계좌, 증언 등 증거를 전부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재판관 임명 지연 등으로 헌재가 7∼8인 체제에서 결정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분열을 두고 “박 대통령이 비선과 함께 국정농단을 일으키는 바람에 국론이 분열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 측 입장이 절대적 다수설”이라며 “박 대통령 측이 사실은 헌재에 정치적 호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7시간

헌재가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명시한 사안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과연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쟁점이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당일 오전 10시에야 사건을 인지했고 9시30분으로 추정되는 ‘골든 타임’을 이미 넘긴 시점이라 객관적 구조 가능성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며 “사건 인지 후에는 해경과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대통령이 9시20분쯤 언론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사건을 10시에야 인식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구조 지시를 내렸다는 김 실장과의 통화내역을 대통령이 아직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침실에 불과한 관저에서 집무실로 출근조차 않은 채 오후 3시에야 전원구조가 오보란 걸 알았다는 해명도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언론들은 오전 11시쯤 오보를 냈지만 30분 만에 정정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관저엔 텔레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세월호 7시간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려면 헌재가 사건 당시 행적의 입증 책임과 입증 정도를 박 대통령 측과 국회 측에 어느 만큼 배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어느 누구도 실체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사안이지만 그럼에도 의혹을 풀기에는 어려운 세월호 7시간을 두고 헌재가 사건의 실체 확정과 법적 평가를 결정문에 담으려면 기교적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언론의 자유 침해

언론자유의 침해는 박 대통령이 헌법 21조의 언론 관련 기본권을 훼손했는지가 쟁점이다.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말부터 최씨의 옛 남편인 정윤회(62)씨와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51)·안봉근(51)·정호성(48) 청와대 비서관이 포함된 ‘십상시’가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세계일보는 계열사 세무조사, 광고 게재 중단 압력 등 청와대의 전방위적 공격을 받았다.

청와대가 배후로 지목한 조응천(55)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관천(51) 전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 수사로 고초를 겪었다. 국회는 이런 부분이 헌법상 권리인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 탄핵 소추안에 포함했다. 이후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발견되면서 언론 탄압의 증거가 더욱 또렷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정윤회 문건은 허위이고 박 대통령이 부당한 언론 탄압에 개입하거나 이를 묵인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수사, 계열사 세무조사, 광고 게재 중단 압력 등 객관적 정황을 박 대통령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김영한 수석 비망록’ 속에 등장하는 세계일보 외에 시사저널 등 비판적 언론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조치 기록이 의미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왼쪽부터)
◆비선 도움을 받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

국정농단 사건의 본령이자 탄핵심판의 최대 쟁점이다. 여러 사건이 얽혀 있지만 최씨의 사실상 ‘지시’에 따라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에서 돈을 뜯어내거나 지인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려 했다는 구조가 서로 겹친다. △770여억원을 뜯어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한 사건 △차은택(48)씨 등 최씨 지인이 기업으로부터 금전적 특혜를 받은 사건 △KT 등 민간기업 요직에 최씨 지인이 임명된 사건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하게 된 사건 등이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공무원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찍어내거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비판적 인물을 제거하려 했다는 점도 포함된다. 최씨에게 지속적으로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문건을 유출해 현안에 대한 ‘지령’을 받은 것도 관련 사안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최씨가 사적 이득을 취한 사실을 몰랐고 △훌륭한 인재나 중소기업을 대기업에 추천한 것뿐이며 △공무원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항변하고 있다. 최씨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해선 “일반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방어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대기업, 최씨가 얽힌 사건의 숨은 논점은 ‘국민주권주의’란 추상적인 헌법 원리 위반 여부다. 박 대통령이 형사법 위반을 했는지와 별개로 범행의 배후에 ‘비선’으로 지칭되는 ‘법 밖의 권력’이 어느만큼 국정에 개입했을 때에 이를 탄핵이라고 봐야 하는지 아직 명확한 선례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최씨 ‘지시’를 받고 직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인 반면 대통령 측은 ‘도움을 받은 것’뿐이라고 항변 중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 측이 전반적으로 행위 자체를 부인하지는 못하고 고의 여부를 다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에 국민주권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각종 범법행위의 몸통이 박 대통령이란 말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이 속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의 권한은 어디까지

탄핵심판 심리 도중 명시적으로 드러난 쟁점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은근히 신경전을 벌인 부분이 있다. 바로 최씨 등에 대한 재판이다.

최씨 일당의 각종 이권챙기기에 대해 법원 재판은 진행 중이고 혐의에 대한 최종적 확정은커녕 1심 선고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탄핵소추안에는 박 대통령의 형사법 위반 부분이 들어 있는데, 헌재가 탄핵인용 여부라는 형식을 통해 법원보다 먼저 사실상의 형사 재판을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이 “국회 탄핵안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한 것”이라고 공격한 것 역시 사법부의 판단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정미 재판관 후임 지명을 시사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헌재가 탄핵심판이란 국민적 관심사를 기회로 사법부의 권한을 넘볼 수 있게 된 점을 겨냥, “대법원과 헌재 중 누가 우위에 있는가”를 양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대표해 선공을 날린 것이란 얘기다.

물론 헌재나 국회 측은 “형사재판이 아닌 탄핵심판”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유무죄를 판단해 처벌하는 형사재판과 달리 탄핵재판은 징계 판단의 일종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형법 구성요건 위반 여부 보단 헌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란 것이다.

◆탄핵심판에서 증거의 법적 성격

박 대통령 측은 국정농단의 ‘스모킹 건’이 된 최씨의 태블릿 PC를 헌재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다퉜다. 심지어 박 대통령 측은 태블릿 PC의 내용이 조작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놨다. 다만 헌재가 태블릿 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탄핵심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인용 혹은 기각을 판단하는 데 전혀 쟁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측은 “태블릿 PC는 훗날 조작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쟁점화를 시도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헌재를 이용해 일종의 선전전을 펼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쟁점이 아닌 것을 쟁점화하면서 법정 밖의 친박 세력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국회 측은 일관된 입장이다. “태블릿 PC가 없어도 최씨의 사익추구를 위해 박 대통령이 헌신한 것을 입증할 증인과 증거는 넘쳐난다”는 것이다.

박현준·장혜진·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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