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경북 성주군 긴박했던 하루.."끝까지 싸우겠다"

백경열 기자 2017. 2. 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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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롯데가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 초전면 롯데골프장을 주한미군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7일 오후, 사드 배치를 반대해 온 성주 지역 주민들이 230일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곳 주민들의 촛불집회는 정부가 사드 배치 입지를 발표한 지난해 7월 13일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27일 오후 7시 30분 경북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서 주민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230차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열렸다. 본격적인 집회에 앞서 주민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성주투쟁위)는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성주군청 앞 주차장 일대에서 주민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는 이땅으로”, “사드대신 남북대화 사드대신 평화협정”, “사드가고 평화오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회를 맡은 이재동 성주군농민회 회장은 “예측을 하긴 했지만 롯데가 결국 이사회를 열어 부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 때문에 손을 놓고 포기할 수는 없다”며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27일 오후 7시 30분 경북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서 제230차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집회 참가자들은 자유발언과 아이를 포함한 성주군민들의 오카리나 및 기타 연주, 사드 배치 반대를 주제로 한 시 낭송 등을 한 뒤 오후 8시 50분쯤 해산했다.

성주투쟁위를 비롯해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등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모임 관계자들은 집회에 앞서 오후 5시 30분 긴급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56)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날 때까지는 롯데가 버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늘 덜컥 승인을 했다. 아직도 찝집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면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내일까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27일 오후 7시 30분 경북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서 주민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230차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열렸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우선 투쟁위 측은 28일 법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국방군사시설법’에 따라 사업계획공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소송을 할 예정이다”면서 “또 국방부가 롯데골프장을 군사보호시설로 정해서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일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국방부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할 때마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투쟁위는 앞으로 롯데골프장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을 투쟁의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김충환 위원장은 “소성리에 별도의 상황실을 차리고, 추가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 기존에 성주군청에서 벌여온 집회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아직 여지는 있다. 앞으로도 차근차근 다양한 방식으로 싸워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오후 2시쯤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모임 관계자 20여 명은 성주군청 앞에서 긴급 모임을 가졌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국방부에서 군사보호구역 지정서류를 받아 서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27일 오후 2시 30분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오구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들은 군청 앞에서 “성주군수는 군사시설 동의하지 말라”, “국방부는 강압적인 토지 계약을 요구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수규 성주투쟁위 상황실장은 “김 군수에게 군사보호구역 지정 동의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항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군청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예고했으나, 국방부 관계자가 군청을 찾지 않아 집회를 열지 않았다.

성주투쟁위 등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모임은 성주골프장이 위치한 성주군 소성리를 중심으로 물리적인 행동까지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충환 위원장은 “국방부와 주민 간에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렸다고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국방부와 롯데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성주군청 앞 주차장을 비롯해 김천 농소면사무소 앞, 김천역 광장에서는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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