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으로 해수부 결정 막겠다"..부산 민심 뒤숭숭

최훈길 2017. 2. 2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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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바다모래 채취 기간연장..내달 재개
"건설업계, 지역·국가경제 영향 감안해야"
어민 반발.."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어획량 급감"
野 "중단해야"..해수부 "어민 피해대책 마련"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해양수산부가 어민 반대로 중단됐던 남해의 건설 골재용 바다모래 채취를 내달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건설용 바다모래가 필요한 건설업계 사정과 지역경제 파장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부산·경남지역 어민들은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로 피해가 만만치 않다며 물리적인 실력행사까지 검토하고 나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해수부는 27일 “국토교통부의 제4차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다모래 채취단지 지정연장 신청에 대해 채취 시 이행해야 할 조건을 부과해 내달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1년간 650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해역이용협의 의견을 이날 통보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지역·국가경제 미칠 영향 감안해야”

기계를 통해 바다모래를 빨아 들이는 모습. 바다모래는 손쉽게 많은 양을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산·경남 건설업계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앞서 정부는 2008년 부산신항 공사 등 건설용 모래 수요가 늘자 남해 EEZ와 서해 EEZ에서 한시적으로 모래 채취를 허용했다. 이후 채취 기간이 네 차례 연장되면서 건설업계는 모래를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로 어업인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 불법조업,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연·근해 어업 어획량이 44년 만에 최소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남해 EEZ의 경우 어민 반발이 심해 지난 1월 중순부터 모래 채취가 중단됐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날 “즉각적인 대체 골재원 확보의 어려움과 지역경제 및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했다”며 국토부의 골재채취단지 지정연장 신청을 수락하기로 했다. 이어 국토부에 △EEZ 골재채취단지 관리자를 수자원 공사에서 해수부 산하단체로 변경 △골재원 다변화 및 EEZ 모래채취 물량 단계적 축소 방안 마련 △골재채취단지 지정 해역에 대한 복원방안 검토 △어업인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및 제도개선 협의 등을 이행조건으로 제시했다.

강용석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허용한 채취 물량은 국토부가 당초 신청한 물량(1278만㎥)의 절반 수준으로 최소화했고 이행조건도 부과했다”며 “국토부가 이행조건을 실천하도록 하고 연내에 관련 제도개선, 어민 지원대책도 구체적으로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저지형 회복 불가능..환경·어민 피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다모래 채취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채취량이 급증할수록 인근 어획량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5차 골재수급기본계획을 재구성한 자료.(출처=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그러나 어민들은 강력 반발했다. 수협 관계자는 “즉각적인 채취 중단 외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어민들 정서”라며 “집행을 정지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해EEZ모래채취 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수협 조합장들은 “어선을 끌고 가서라도 모래 채취를 저지할 것”이라며 대규모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부산·경남지역 수협 조합장들이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한국수자원공사 전·현직 사장과 19개 골재채취업체 대표를 고소한 상태다.

야당도 반발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영춘 위원장(부산진구갑·더불어민주당)과 최인호·김해영·박재호·전재수 더민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해양·수산 자원을 황폐시키는 바다모래 채취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바다모래 채취를 즉각 중단하고 어업인, 수산업계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 23일 ‘남해 및 서해 배타적경제수역 모래채취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윤성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양정책연구실장은 “골재 채취에 따라 해저지형이 급격하게 변화되지만 변화된 해저지형은 원상태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당장의 경제적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지속된 바다모래 채취에 따른 환경 피해와 비용 발생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국토부 판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가 해수부 통보에 이견을 제기할 경우 논란이 장기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국토부 건설인력기재과장은 “해수부가 제시한 채취 물량대로 그대로 갈지, 부족하다는 건설업계 의견대로 더 늘려달라고 할지 고민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견이 있을 경우 국토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공문을 받은 27일부터 90일 이내에 해수부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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