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 "박근혜 게이트, 한국의 실상 그대로 반영"

조일준 2017. 2.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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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치에 '스캔들과 성공' 제목으로 사설
정경유착 역사 꼬집으면서도 시민의 힘 강조

[한겨레]

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의 직위를 위태롭게 만든 논란은 우리가 간과해왔던 이 나라(한국)에 관한 많은 것을 실상 그대로 말해준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이 26일 사설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사건을 ‘스캔들과 성공’이란 제목으로 다루면서 한국 사회의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 병폐와 시민사회의 저력에 주목했다.

신문은 먼저 한국이 1953년 전쟁 직후만 해도 미래가 암담했으머 평균 기대수명은 50살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세계의 주요 경제국이자 2030년 출생 여성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장인 90살을 넘었다고 소개했다. 케이팝(K-Pop)으로 불리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화장품, 연속극 등은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고도 했다.

사설은 이어 “가장 최신 드라마는 눈길을 꼭 붙들면서도 가장 황당한 것”이라며 본론의 운을 띄웠다. 이 드라마는 (가상의 이야기인 연속극과 달리) 사실에 바탕하고 있으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으로 임기 중 조기 퇴진하는 지도자로 만들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사설은, 박근혜 게이트에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을 수백만달러의 뇌물과 말을 선물로 준 혐의로 구속까지 되게 만든 ‘한국의 라스푸틴’(최순실을 지칭함)이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국회에서 탄핵됐으며, 헌법재판소가 27일 최종변론 종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말기이던 19세기에 니콜라이 2세의 환심을 사서 나라를 쥐락펴락했던 요승이다.

사설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가 집권하는 데에는 상당수 노년층에게는 ‘한국의 (경제개발) 기적’을 일군 것으로 평가받는 군부독재자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에 부분적으로 힘입었다는 배경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대통령은 경제 민주화와 가족경영 중심의 재벌 개혁을 약속했으나, 정작 집권 뒤에는 기업 규제를 철폐하고 노동조합과 언론, 심지어 문화예술인들까지 탄압하며 수천명에 이르는 ‘블랙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박근혜 정권의 가혹한 실력행사가 무능력과 짝을 이룬 것이라고 사설은 지적했다. 특히 시민들은 박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때 7시간이나 묘연했던 행적을 지금도 확실히 공개하지 않는 것을 ‘빈약한 전체주의(독재)’로 본다는 것이다. 사설은 또 박대통령이 최순실에 휘둘린 인사 실패와, 최순실 일당이 국가 예산 및 기업의 돈을 가로챈 행태들도 언급했다.

<가디언>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부패 스캔들과 인기(지지도) 폭락은 예외 없는 법칙이었다”며 “한국인들은 정치 지도자들과 재계 인사들이 (부패 혐의에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풀려나는 등 엘리트 집단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좇는 것에 갈수록 지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설은 특히 한국이 중국·일본·미국 등 3대 교역 상대국들과도 새로운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고 봤다.

우선 산업 연관사슬에서 중국 기업들에 치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추진으로 중국 정부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일로이며,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등장한 것도 동맹 관계를 흔들리게 한다.

신문은 그러나 좋은 뉴스도 있다며 한국사회의 저력을 들었다. 불과 30년만에 가난한 독재국가에서 번영하는 민주국가로 발전했고, 언론인들이 정경유착 스캔들을 파고 들고 있으며, 의회는 박대통령을 탄핵했고, 법원은 법에 근거에 박대통령의 미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만명의 촛불시민들이 끈질기게 평화시위를 벌이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가디언은 결론적으로 “현재 박근혜 스캔들은 한국의 실패를 돋보이게 하고 있지만, 동시에 성공을 이룰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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