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미래 불안한데, 현재에 돈 쓰라니..동문서답

입력 2017. 2. 27. 16:36 수정 2017. 2. 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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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소비 낮추는 요인, 양극화도 검토해봐야
- 아껴쓰는 생활 확산,지속되면 불황의 장기화
- 소비심리개선, 소득증대 모두 '영구적'인가가 관건
-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닌 장기적 구조의 문제
- 1인가구 등 특성파악을 통해 정책수립해야.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정국은 혼란스러운데 경제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지난달 정부가 내수 위축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경제 기본을 지탱하는 내수, 불안감과 대책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어려울 때 가계는 어떨까요, 지출은 줄이고 가급적 위기에 대비해 돈을 모아두려고 할 겁니다. 그게 더 당연히 보이겠죠. 그런데 경제를 위해서 정부는 지출을 더 하라고 하는 게 모순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저축을 더 해라는 얘기도 있었죠.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대책 중 하나로 제시되는 소득 증대, 어떤 점을 더 고려해서 이 대책을 생각해보아야 할까요. 전문가와 함께 그 방향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하 하준경)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요즘 냉장고 파먹기, 봉투 살림법, 이렇게 짠테크, 돈을 줄이고 줄여서 안 쓰는 것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수님도 아시다시피 정부는 돈 좀 써라, 소비 좀 증진하자고 하고 있거든요. 이러한 현상,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 하준경> 지금 돈들을 많이 안 쓰는데요. 알고 보면 굉장히 불황형 흑자입니다. 실제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 지출은 더 많이 감소하는 현상인데요. 지금 제일 큰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겠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0대 젊은분들은 앞으로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비정규직에 많이 계시니까 일단 저축하고 보자. 30, 40대이신 분들은 빚을 많이 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주택담보대출도 많고요. 앞으로 금리가 오를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일자리도 불안하고요. 여기서도 지출을 줄이자고 생각하고요. 50대분들은 노후 대책을 생각하셔야 하니까 또 저축해야 하고요. 경제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소비를 많이 줄이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다른 측면을 본다면, 경제가 최근 양극화가 심해졌어요. 그래서 소득 하위 20%이신 분들은 재작년 153만 원 정도 월수입이 있었는데 작년에 145만 원으로 줄었거든요. 소비를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상위 20%인 분들은 818만 원에서 835만 원 정도 월 소득이 오르긴 했지만 불안함이 많이 있으시고, 기본적으로 소득 상위 계층은 소비 성향 자체가 크지 않거든요. 이러한 양극화 자체가 경제 전반적 소비 성향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 김우성> 세대별로 어려워지는, 각각 상황마다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과 양극화라는 구조적인, 순환을 막는 여러 문제점들이 전체적으로 소비에 대한 심리를 떨어뜨리고 있는데요. 시작하면서도 말씀드렸는데요, 저도 경험한 것이지만 과거에는 저축왕도 뽑았거든요. 돈 쓰지 말고 잘 모아두라는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돈 좀 쓰세요, 여가시간 주겠다고 얘기를 합니다. 이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어려우면 돈 안 쓰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돈 안 쓰면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 하준경> 옛날에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습니까. 자본이 없으니 저축을 하는 게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시절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러한 시대는 지났고요, 우리가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가 되었고요. 지금 돈을 안 쓰시고 절약하신다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며 미래를 위한 준비일 수 있는데요,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아무도 돈을 안 쓰면 총 수요가 줄지 않습니까. 수요가 줄어든다는 건 안 팔린다는 거거든요. 매출이 감소하게 되고, 이윤이 줄어들고, 어쩔 수 없이 고용을 줄여야 하고요. 고용이 줄어들면 소득이 줄어들고, 소득이 줄어들면 수요가 또다시 줄어들고요. 경제가 축소 지향적인 균형으로 되어가고, 불황의 늪이라고 할까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데요.

◇ 김우성> 정말 악순환이라는 점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악순환이 아니라 가계가 돈을 쓰는 만큼 수입이 많아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려면 무언가 추락해가는 고리를 끊어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비 심리에 방점을 찍은 것 같습니다. 시간을 좀 더 주겠다, 여가도 보장하고 가족과의 시간도 주겠다고 하고요. 몇몇 대선 주자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소득 증대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런 것 필요 없고 직접 돈을 드려라, 중하위계층에 많이 줘라, 이런 말을 하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하준경> 소비 심리나 소득 증대 다 필요하죠. 그런데 문제는 소비 심리라는 것이 사실 단순히 어떤 시간을 더 준다고 생기는 건 아니고요. 앞으로 내가 안정적으로 소득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소비 심리가 살아나거든요. 그러니까 소득이 일시적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늘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항상 소득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기대가 있어야지 정말 소비심리가 살아나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불확실성이 근본적으로 없어져야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거지, 당겨서 쓰라, 시간 줄 테니까 쓰라는 건 정말 약간의 효과, 이런 것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소득 증대라는 것, 이것도 중요한 과제이긴 한데요. 일단 일시적으로 잠깐 소득이 는다고 하면 소비로 연결시키기보다 빚을 갚는다거나 일단 모아두자는 식으로 반응을 할 가능성이 많고요. 소비가 안 늘어나죠. 그러니까 영구적으로 소득을 늘려준다는 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소비 심리나 소득 증대에 대한 교수님 말씀에서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공감을 하셨을 텐데요. 순환되기 위해서, 내 안에 들어온 게 아니라 다시 나갔다 돌기 위해서는 영구적이고 계획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식의 정책이어야 한다. 지금 나온 정책들을 보면 눈앞의 얘기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통계청 1인 가구에 대한 통계 오류가 오늘 아침 화제가 됐습니다. 왜 이러한 얘기를 하냐면, 실질적으로 국민들 소득이 얼마나 줄었는지, 어떻게 줄었는지, 어떤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모집단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돈을 써라, 무엇을 해주겠다. 이렇게만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이러한 대책과 데이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하준경> 저도 기사를 봤는데요. 2011년에서 12년 사이에 1인 가구 부채가 3분의 1 넘게 줄어들었다고 통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부채가 3분이 1 넘게 줄었다는 얘기는 얼마나 재정이 건전해졌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요. 건전해졌다고 한다면 금융 당국에서도 느슨하게 생각할 수 있고요, 은행들 입장에서는 건전해졌으니 이쪽에 금융 상품을 좀 더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요. 현실 인식이 잘못된다면 이렇게 정책적 대응이나 금융권 대응 등 왜곡되는 거고요.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겠죠.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지 않습니까. 이쪽에 대해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특히 이쪽 가구들에 취약 계층이 많습니다. 노인들이나 소득이 불안정한 부분인데요. 이쪽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더 어려움이 커지죠.

◇ 김우성> 소비와 대책이 과소비,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너무 줄이고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인데요. 1인 가구, 4분의 1을 차지하는 1인 가구에 대한 대책 인식도 정확하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과거 교수님께서, 겨울 땔감을 미리 당겨서 지금 쓰는 것 자체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혹독한 겨울을 맞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소비라는 것, 쉬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는 미래의 땔감, 내년 땔감이라도 다 당겨서 쓰고 싶은 마음일 텐데요. 그렇게 보면 안 될 것 같고, 어떤 대책들을 세워야 할까요?

◆ 하준경> 근본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으로 계속 들어온다는 인식을 갖게 해줘야 하는데요.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거죠. 기업들이 해야 하는 건데요.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를 보시면 잘 아시다시피 상생이 아니고 가혹한 약육강식 정글 같은 거거든요.

◇ 김우성> 상하로만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 하준경> 그래서 사실 대다수 사람들이 취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이런 쪽에서는 사실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없고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야 하고요.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고요. 그건 우리 사회가 어떤 위험을 분담하는 장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기업 생태계를 개선해서 공정 경쟁, 이런 것을 좀 더 자리 잡게 하고요. 불공정 거래에 대해 지금도 처벌을 하지만 굉장히 가볍지 않습니까. 몇백만 원 벌금을 내면 넘어가고요. 이런 식으로 한다면 공정 거래라는 것이 자리 잡을 수 없죠. 미국처럼 그로 인한 이득은 다 토해내라, 더 추가적으로 벌금을 매기는 경우가 많고요. 이러한 기업 생태계를 상생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하기 힘든 부분도 물론 있겠죠. 사회 안전망 같은 것들이요. 위험을 분담해서 내가 최소한 어느 정도 먹고 살 것은 보장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소비 심리도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정부 입장에서는 미래 소비를 당겨 쓰고 싶겠지만 경기 순환 문제가 주된 과제라고 한다면 맞는 것일 수 있지만 지금은 구조적 문제이거든요.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근본적 문제로서 개개인 선택을 얘기하기보다 전체 환경과 생태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 다시 한 번 강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하준경>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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