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삿포로 동계 AG..한눈에 보는 대회 역사

신명철 편집국장 입력 2017. 2. 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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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아오모리 대회 입장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들어오는 남북 선수단.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이 8일 동안의 열전을 뒤로하고 26일 막을 내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6개와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로 애초 목표한 15개 이상 금메달과 종합 2위를 어렵지 않게 이뤘다. 편의상 금메달 우선 기준, 메달 중심의 성적으로 얘기하지만 이번 대회도 메달 외에 여러 의미가 있었다.

먼저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느 정도 활약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종목별 국가 대표 선수들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탁구와 유도 레슬링 등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해 각자의 기량을 점검했다. 선수들만 움직인 게 아니었다. 기자들은 올림픽을 2, 3년여 앞둔 때부터 각종 국제 대회를 부지런히 취재하며 서울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 선수들의 성적과 기량을 파악하는 등 정보를 축적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1987년 2월 뉴델리(인도)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에서 양영자-현정화 조는 중국의 다이리리-리후이펀 조를 꺾고 우승했다. 양영자는 1983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준우승자여서 국제 무대에 알려진 선수였지만 현정화는 그때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다. 중국 신화통신 기자들은 관심 종목에 나타난 신예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고 한국 기자들에게서 단편적이나마 현정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년 6개월여 뒤인 1988년 9월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서 양영자-현정화 조는 중국의 자오즈민(프로 골퍼 안병훈 어머니)-천징(서울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이후 대만으로 이주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단식 은메달) 조를 누르고 올림픽 탁구 여자 복식 초대 챔피언 조가 됐다. 1년여 전 뉴델리발 신화통신 기사를 참고로 중국 기자들은 양영자-현정화 조의 금메달, 자국 선수 조의 은메달 관련 기사를 보다 상세하게 쓸 수 있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11개 세부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했다. 1986년 제 1회 삿포로 대회 이후 8번째 출전만에 이룬 특별한 기록이다. 한국은 스키와 빙상경기, 아이스하키, 바이애슬론, 컬링 등 5개 종목의 11개 세부 종목에 걸려 있는 모든 메달 가운데 하나 이상을 차지했다.

전통의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과 스피드스케이팅은 변함없는 경기력을 자랑했고 새로운 메달 유망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설상 종목에서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심석희와 최민정,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스노보드 이상호 그리고 은메달에 빛나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은 각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 2월 강원도의 링크와 설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피겨스케이팅 최다빈을 다시 볼 가능성도 있다.

▲ 한국은 2007년 창춘 대회 여자 컬링에서 우승해 메달 획득 종목의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대한체육회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노력 끝에 특정 종목에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한국 동계 스포츠가 지난 30여 년 동안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사로 살펴본다.

아시아인의 스포츠 잔치인 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51년 제 1회 하계 대회(인도 뉴델리)가 열리기 훨씬 전인 1913년 마닐라에서는 제 1회 극동아시아선수권대회(Far Eastern Champioship Games)가 개최국 필리핀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영국령 동인도(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 대회는 이후 상하이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2년 또는 3, 4년 주기로 1934년 제 10회 대회(마닐라)까지 벌어졌다.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1938년 예정됐던 제 11회 대회(오사카)가 취소되면서 이 대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시아 스포츠 관계자들은 이 대회를 오늘날 아시안게임의 뿌리로 보고 있다. 이 대회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1986년 3월 삿포로에서 제 1회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까지 오랜 기간 여름철 종합경기대회만 열렸다.

1986년 현재 36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 가운데 대부분의 나라가 기후적인 요인 등으로 동계 종목이 활성화돼 있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1회 동계 아시안게임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7개국에서 300명이 채 안되는 선수들이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조촐한(?) 대회였지만 1951년 하계 대회가 출범한 이후 35년 만에 동·하계 대회를 모두 치르는 아시아 지역의 국제종합경기대회가 완성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등 7개 종목의 35개 금메달을 놓고 겨룬 이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12개를 획득해 메달을 손에 넣은 4개 나라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배기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20초22의 기록으로 이 대회 유일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일본이 메달(금 29, 은 23, 동 6)을 휩쓴 가운데 ‘스포츠 공룡’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한 중국(금 4, 은 5, 동 12)이 나름대로 선전했다.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 올림픽에서 한필화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은메달을 차지하며 일제 강점기부터 빙상경기에 강세를 보였던 한반도 북쪽 지역의 전통을 이은 북한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 메달 5개로 4위를 기록했다. 북한의 유일한 금메달은 피겨스케이팅 페어(김혁-남혜영)에서 나왔다.

창설 대회 개최지인 삿포로는 1972년 제11회 동계올림픽을 치른 바 있고 이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우승자인 구로이와 아리카는 2년 뒤인 1988년 제15회 캘거리 동계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일본은 동계 종목의 시설과 경기력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모든 여건에서 뒤지는 한국이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의 경우 일본이 자랑하는 또 한 명의 스프린터인, 1984년 제14회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기타자와 요시히로를 제치고 나윤수가 은메달, 배기태가 동메달을 따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대회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아이스하키 남북 경기에서 한국은 불리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2-1, 4-3으로 이겨 중국과 일본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남북 경기에서는 승리했지만 중국과 일본에 각각 0-6 2-9, 1-20, 2-10으로 지는 등 아이스하키는 아시아권에서도 상위 수준 나라들과 상당한 경기력 차이를 보였다.

이 대회 6년 뒤인 1992년 제16회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남자 1,000m 금메달리스트인 김기훈이 1,500m에서 동메달에 그쳤을 정도로 이때까지만 해도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은 일본과 중국의 경기력이 한국보다 앞서 있었다. 그러나 여자 1,000m와 3,000m에서 유부원이 은메달 2개를 따 종합 순위 경쟁에서 북한을 앞지르는 데 보탬이 되는 등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은 이때부터 효자 종목으로 한몫했다.

▲ 최다빈은 2017년 삿포로 대회 여자 싱글에서 동계 아시안게임 사상 첫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1990년 3월 삿포로에서 9개국 3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제2회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이 대회는 애초 인도가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반납하는 바람에 일본이 떠맡아 열게 됐다. 한국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일본(금 18, 은 16, 동 13)과 중국(금 9, 은9, 동 8)에 이어 두 대회 연속 3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로 4위에 그쳤다. 이 대회에서는 특정 국가가 메달을 독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한 나라가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차지하면 동메달은 4위를 한 다른 나라 선수에게 주고 3위는 기록만 인정했다.

제1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일본과 다른 나라들의 실력 차는 여전했다. 일본은 스키 알파인과 크로스컨트리 전 종목 그리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부 전 종목을 휩쓸었다. 그러나 일본의 독주는 이 대회까지였다. 중국은 다음 대회인 1996년 제3회 하얼빈 대회에서 종합 순위 1위에 올랐고 일본은 카자흐스탄에 뒤진 것은 물론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을 앞세운 한국과 금메달 숫자(8개)는 같았으나 은메달 숫자에서 14-10으로 앞서 ‘겨우’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4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의 김기훈은 남자 1,000m와 1,500m 그리고 5,000m 계주에서 우승해 3관왕이 됐고 배기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와 1,500m에서 1위로 골인해 2관왕이 됐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은 김기훈의 활약 외에 김소희가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금메달 4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이때부터 효자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1994년 릴리함메르 대회와 1998년 나가노 대회 2연속 올림픽 2관왕의 기록을 세우게 되는 전이경은 14살의 나이로 이 대회에 출전해 여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전이경은 이에 앞서 1989년 제7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초등학교부 500m와 1,500m에서 우승하며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북한이 대회를 반납하는 우여곡절 끝에 2년 뒤로 밀려 1996년 열린 제3회 하얼빈(중국)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스키 알파인의 변종문이 슈퍼대회전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금메달을 따며 기세 좋게 출발했으나 동계 대회에 첫 출전해 스키에서 강세를 보인 카자흐스탄이 일으킨 돌풍에 밀려 직전 대회인 1990년 제2회 삿포로 대회 3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1999년 강원도 춘천과 용평, 강릉에서 열린 제4회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2년 전인 1997년 전북 전주와 무주에서 치른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이어 한국의 동계 대회 개최 능력을 확인한 무대가 됐다. 종합 순위도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라 역대 대회 가운데 가장 좋았다. 이 대회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과 중국은 메달 수 13(금 6 은 3 동 4)–12(금 4 은 5 동 3)의, 말 그대로 용호상박의 접전을 펼쳤다.

2003년 제5회 아오모리(일본)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과 2002년 부산 하계 아시안게임 등에 이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북한 선수단과 공동 입장했다. 한국은 남자 컬링과 스키점프 단체전 등에서 예상 밖의 금메달을 따는 등 선전을 거듭해 중국을 따돌리고 2개 대회 연속 2위에 올랐다.

2007년 창춘(중국)에서 열린 제6회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종합 순위 2위를 지키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컬링에서 남녀 동반 우승하는 등 국외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가장 많은 33개(금 9 은 13 동 11)의 메달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는 개최국 카자흐스탄이 스키 오리엔티어링과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프리 스키 등 설상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1위(금 32 은 21 동 17)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한국은 알파인스키(금 3 은 1 동 3)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전통의 강세 종목인 빙상경기(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10개, 동메달 4개를 모아 일본과 금메달 숫자에서 13-13으로 같았지만 은메달에서 12-24로 밀려 직전 대회인 창춘 대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6일 끝난 삿포로 대회는 개최지 반납 같은 우여곡절이 없었는데도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렸다. 2009년 OCA 총회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동계 올림픽 1년 전에 연다고 정한 내용이 이번 대회부터 적용됐기 때문이다. 2015년 열릴 예정이던 이번 대회가 2017년으로 2년 미뤄진 것이다. ■ 오늘의 스포츠 소식 '스포츠 타임(SPORTS TIME)'은 매일 밤 10시 SPO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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