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골든보이' 헤나투 산체스의 뮌헨 적응기

2017. 2. 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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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투 산체스(19). 그의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 축구팬들은 '아빠미소'를 짓는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재능을 인정받은 산체스는 지난해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를 통해 세계 축구팬들에게 존재감을 분명히 알렸다. 그의 엄청난 스피드와 파워는 포르투갈이 예상을 뒤엎고 유로2016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산체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 레알 마드리드)가 보유한 유로 대회 최연소 결승전 출전 기록을 바꿔치우며 대회 최고의 ‘영 플레이어’로 선정됐다. 더불어, 슈퍼스타의 등용문이라고도 불리는 ‘골든 보이’ 상까지 수상하며 명실상부 유럽의 샛별로 떠올랐다.

바이에른 뮌헨은 오래 전부터 그를 지켜봤다. 유로2016이 시작될 때는 이미 산체스 영입 작업을 끝낸 뒤였다. 선수영입에 있어 그 어떤 구단보다 까다롭고 이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뮌헨이 열여덟 살 젊은 선수에게 무려 3500만 유로(약 418억8600만원)라는 거액을 이적료로 지불한 데서 그에 대한 확신과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산체스는 유로2016이 끝난 뒤 많은 기대 속에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났다.

지금 산체스는 안첼로티 체제에서 어떤 존재감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에서도 극강의 스쿼드를 자랑하는 뮌헨이기에 팀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하지만 기회를 얻었을 때 기대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27일(한국시간)까지 리그경기(선발출장 4회, 교체출장 7회)에 열한 번 나갔지만 골이나 어시스트가 없다. 챔피언스리그와 독일축구협회컵(DFB포칼) 경기까지 합치면 열여덟 경기에서 0골·0어시스트다. 물론, 산체스는 스트라이커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공격 포인트로 활약이나 공헌도를 평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반적인 움직임이나 경기력이 만족스러운 경기가 극히 드물다.

산체스의 활약이 저조하자 일부 독일 언론은 그의 영입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체스가 자국 포르투갈 언론 Sport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자신의 상황과 친정팀 벤피카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 쉽지 않은 뮌헨 적응… 성장통?
산체스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포르투갈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변화였다. 하지만 선수로서 큰 성장을 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만 한다. 나는 요즘 포르투갈 음식보다 독일 음식을 더 먹으려고 노력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 독일어는 영어보다 더 서툴다.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고 가장 먼저 배운 말은 당케(Danke, 감사합니다)와 구텐 모르겐(Guten Morgen, 아침인사)이다”라며 독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모두 엄청난 스타라 거만하리라 짐작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겸손하다. 모든 선수들이 내가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또한, 이곳에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포르투갈어를 쓰는 하피냐와 더글라스 코스타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알라바와 리베리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들의 존재가 나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 벤피카에 대한 무한 애정
산체스는 자신이 유스 때부터 뛰었고 프로선수로 성장시켜 준 친정팀 벤피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난 벤피카의 팬이기 때문에 팀에 계속 남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로서 최고 수준의 축구를 하기 위해서 뮌헨으로의 이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화제가 된 등번호 35번과 관련해서는 “벤피카에서 달던 85번을 달고 싶었지만 분데스리가에서는 40번이 넘어가는 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 벤피카가 포르투갈 리그에서 작년에 35번째 우승을 했고 그 때 나 또한 함께 했기에 고민 없이 35번을 선택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뮌헨 이적으로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됐고 이를 통해 포르투갈에 있는 자신의 부모와 형제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포르투갈의 레전드 루이스 피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바이에른 뮌헨이 산체스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뮌헨의 산체스 영입은 좋은 결정이었다. 뮌헨은 산체스가 포르투갈을 떠나 도착한 첫 장소다. 또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모두 그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그가 엄청난 재능과 기량을 가졌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감쌌다.

카를로 안첼로티 바이에른 뮌헨 감독 또한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산체스는 아주 어린 선수다. 나는 어린 선수들과의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며 “우리는 그를 기다려 줘야 한다. 15일, 혹은 한 달, 어쩌면 두 달 내로 그가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했다.

올해 뮌헨은 2013년 이후 다시 한 번 트레블을 노리고 있다. 분데스리가,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DFB포칼에서 모두 순항 중이다. 트레블을 위해서는 시즌 마지막까지 적절한 로테이션을 통한 다양한 전술 구사와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산체스는 아직 주전이 아니지만 함부르크 SV와의 경기에서 보듯 교체멤버로는 1순위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기량을 회복(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산체스가 모두의 믿음과 염원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뮌헨의 트레블 달성에 기여할지 팬들의 관심이 크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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