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춘FC 그 이후, '축방'의 매력에 빠진 이강

한준 기자 2017. 2. 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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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손흥민, 김진수, 이종호, 윤일록 등과 `2009 FIFA U-17 월드컵`에 참가해 8강 진출의 성과를 낸 공격수 이강(25)은 2015년 방영된 청춘FC를 통해 이른 나이에 현역을 마감했던 비운의 스토리가 알려졌다. 일본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이강은 동일본 대지진과 치명적인 무릎 부상으로 몸과 마음을 모두 다친 뒤 지도자의 길로 선회했다.

`청춘FC` 이후 2년. 이강은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청춘FC' 이후 개인 레슨이 번창하면서 수도권으로 근거지를 옮긴 이강은 아프리카 개인방송을 통해 다양한 축구콘텐츠를 생산하는 `축방BJ'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본업은 아니지만 어영부영 하다 말 생각은 없다"는 이강은 BJ순위 25위, 신인 BJ 2위에 등극하며 만여명의 고정팬을 확보했다.

`풋볼리스트`는 26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 옆의 풋살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이강배 BJ풋살리그` 현장에서 이강을 만들었다. 팬들과의 소통부터 기술 레슨, 축구 중계는 물론 아마추어 풋살 경기 주최 및 중계까지. 축구로 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이강에게, 현역 생활 이후 축구인으로 사는 법을 들었다.

-청춘FC 이후, 어떻게 지냈나?
방송은 2015년에 끝났다. 2016년 설 특집으로 한 번 더 나왔다. 방송 전에 했던 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처음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건 축구 선수였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축구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축구 선수를 꿈 꾸는 유망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레슨을 시작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쭉 해오고 있었다. 대구에서 시작했고,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서 사람도 많고 시장도 큰 경기도로 옮겨왔다. 계속하고 있다.

-청춘FC를 하면서 선수로 돌아올 생각도 했었는데?
사실 청춘FC를 안하려고 했다. 처음엔 거절했다. 안정환 선생님이 찾아오셨을 때도 거절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에 나가서 나를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떤 축구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하게 됐던 것이다.

-방송 이후 달라진 것은?
어마어마하다. 알아보는 사람이 생긴 것은 둘째 치고, 가르치고 있던 선수가 방송 전에 10명 정도였는데, 방송 이후로는 100명 가까이 늘었다. 역시 방송의 힘을 무시 못 하겠더라.

-개인 레슨은 어떤식으로 하고 있나?
보통 선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개인 레슨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기본기 위주로 가르쳐주는 것 이상으로, 나는 항상 선수를 만들어서 내보자고자 한다. 장점 하나는 만들어서 내보낸다. 사람이 늘면서 내 밑에 코치를 두세 명 두려고 했는데, 부모님들이 좋아하시지 않더라. 부모님이나 선수들은 저를 보고 오는 거니까. 힘들더라도 내가 모두 직접 하고 있다. (그 많은 인원을 커버할 수 있나?)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경합 상황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 3명 내지 4명을 그룹을 잡아서 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게 되었나?
지금 `아프리카 대통령`으로 불리는 감스트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청춘FC를 잘 봤다고, 팬이라고 하면서 방송 게스트로 출연해달라고 했다. 나가서 해보니 반응이 뜨겁더라. 내 개인 방송도 해달라고, 나보고 BJ를 해보라는 분도 있었다. 난 내가 하면 `노잼`일 거라고 말했는데, 그래도 해달라고 해달라더라. 재미있어서 한번 더 게스트로 나갔고, 역시 재미있었다. 그래서 개인 방송도 시도해봤다.

-방송은 어떤 내용인가?
축구로 하는 방송이다. 축구를 몰랐던 분들에게도 알라고, 또 직접 축구를 하고 싶게 만드는 방송이다.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려드리나. 지금은 이강배 풋살리그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LK아트사커를 더 알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는데, 해보니 재미있다. 사실 내 방송이 웃기지는 않은데,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재미가 있을 것이다.

캠을 켜고 소통하자, 축구에 대해 물어봐라. 이렇게 시작을 했다. 일단 청춘FC부터 물어본다. 어땠는지, 뭐 내 축구인생도. 어떻게 축구를 시작해서 그만두고, 지금은 뭐하고 있는지. 시청자들은 채팅창을 읽어주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들어온다.

-방송경험이 많지 않다. 실시간 채팅을 하면 악플도 있을텐데?
어그로를 끄는 사람도 있고, 관종도 있고. 나도 채팅창을 읽다가 열 받았다. 욕하는 것도 많고. 축구나 하지 왜 방송하냐. 재미 없다. 뭐하러 하냐. 그런 말들. 이제는 그런 말을 하면 무시하고 강퇴시킨다. (웃음) 방송에 팬 가입이라고 있다. 별풍선을 쏘면 가입하게 된다. 팬 가입한 사람들과 주로 소통을 한다.

-방송으로 기술도 알려주고 축구경기 해설도 하더라.
맞다. 운동장에 캠을 설치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레슨 하는 것도 방송으로 내보내고 했다. 중계는 내가 선수 출신이니까.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안다. 예를 들어 슈팅이 홈런이 됐다. 시청자나 관중들은 재 뭐야, 하면서 욕하고 마는데, 왜 그렇게 슈팅이 됐는지 자세한 이유를 잘 모른다. 그런 걸 설명해준다. 좋은 장면은 어떻게 좋았는지, 슈팅이 높이 뜨면 리플레이로 디딤발의 위치부터 뜨게 된 원인을 기술적인 면에서 중계한다.

-방송이 좀 진지한 것 같은데 재미있었던 일은 없나?
시청자분들이 저한테 질문을 많이 한다. 레슨을 하면 선수들은 별로 질문이 없고, 내가 주로 말하는 식인데, 여기에선 날카로운 질문, 쓴소리 같은 질문도 많다. 거기에 답을 해준다. 방송하다보면 내가 대가리 박는 경우도 많다. (웃음) 한번은 피자 먹방을 하는 데 왜 뒷부분은 안먹냐고 뭐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원래 뒷부분을 안좋아한다고 했더니 치즈크러스트를 시켜놓고 왜 뒷부분을 안먹냐고 대가리 박으라고. (웃음) 별풍선을 쏠테니 피클 국물을 원샷하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진짜 별풍선을 보내고 원샷 한 적도 있다. 죽겠더라.

-노잼이라고 했는데 재미있는 것 같다.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래 보더라. 절 즐겨찾기 한 애청자가 만 명 정도 된다.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신인 BJ 2위다. 전체 랭킹은 25위다. 아프리카 BJ는 몇 천명인데 그 중 25위다. 100위 안에 든 것도 대단한 건데, 그만큼 내가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딴 짓 할 시간이 없다.

-부업이라고 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BJ라고 어영부영 하다가 그만두고, 이런 건 싫다. 하면 제대로 하고. 끝까지 하고. BJ풋살리그를 처음 시작했고, 풋살이든 축구든 공으로 하는 콘텐츠 계속 할거다. 공으로 직접 하는 BJ는 나뿐이다. 내가 이걸 잘 살려나간다면 축구를 잘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일반인들의 축구의 동네 축구의 저변을 넓히고 싶은 목표인가?
맞다. 아마추어다. 동네축구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하는 풋살대회 마찬가지. 보다가 시청자분들이 너무 못한다고 얘기도 하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 용기를 내고 도전하는 것이다. 그 정신이 좋은 거다. 못하지만 도전해보자. 10골 먹어도 되니까 한번 붙어보자. 대회에선 내가 심판을 하고, 해설하면서 직접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럴 때 이런 위치가 좋고,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게임에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 내게 피드백도 받고, 대회를 하다보면 다들 보람을 느낀다. 나도 보람이 있다.

-아프리카 방송으로 수익이 되나?
이걸 하면서 돈을 벌거나 그런 것은 사실 없다. 그럼 왜 목까지 쉬어면서 고생하냐. 재미없으면 안한다. 재미가 있고, 이렇게 한 것이 나중에는 좋은 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앞으로 한 6개월 정도 열심히 하면, 알려지고, 후원도 들어오고. 그러면 더 크게 대회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작은 규몽, 이강이 누구냐하는 사람도 많다. 회차를 늘려서 계속하다보면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불운한 부상으로 그만두게 되면, 축구를 아예 떠나거나, 축구가 싫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화려한 시절을 보내면 더더욱 그럴 것 같다. 이렇게 축구를 통해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난 축구인생으로 보면 실패했다. 물론 부상 때문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본다. 무릎 잡고 벤치에만 있었으니, 인정 받을 수 없다. 내 실패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다. 13세부터 17세까지 연령별 대표팀은 다했다. 축구로 하는 건 누구한테도 안 질 자신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렇게 일하고 있는 것도 행복하고 보람이 있다.

-앞으로 목표는?
아프리카BJ는 부업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한등급 높은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5월에 교육에 들어간다. 지도자 자격등을 차례로 취득할 것이다. 지금 프로팀 감독님들 중 나이가 4-50대인 분들이 많다. 10년 뒤면 우리 세대가 지도자를 할 것이다. 지금은 이강이 누구냐 할 수 있지만, 그때가 되면 다를 거싱다. 난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방송이 첫 번째는 아니다. 지도자로 인정받는 게 궁극의 목표다. 조만간 이강FC라는 유소년 클럽도 만들 생각이 있다. 청춘FC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난 그 이전에 축구선수로 더 많은 경력이 있던 선수다. 앞으로는 청춘FC 이강이 아니라 지도자 이강으로 알려지고, 인정받고 싶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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