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뜨거운 승부사' 박찬희 "아직 반에 반도 못했다"

안준철 2017. 2. 2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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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저는 코트에 나서는 다섯 명 중 한명일 뿐입니다.”

지난 23일 인천 삼산실내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포인트가드 박찬희(30·190cm)는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최근 활약상을 보면 박찬희는 전자랜드의 핵심 선수가 분명했다. 지난해 6월 한희원(24·195cm)과 드레이드 돼 안양 KGC에서 팀을 옮긴 박찬희는 어느새 전자랜드를 이끄는 야전사령관이 돼 있었다. 전자랜드의 공격은 박찬희의 손끝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역대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5일 SK전까지 박찬희는 득점과 어시스트로 8차례의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지난 2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프로 첫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선수로는 2012년 3월 4일 오세근(KGC) 이후 5년 만이었다. 그럼에도 박찬희는 “나는 팀을 이루는 톱니바퀴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 눈앞의 목표는 팀 성적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찬희는 여전히 배고팠다.

올 시즌 인천 전자랜드는 박찬희의 손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되고, 찬스가 만들어진다. 사진=KBL 제공

▲ 계속되는 트리플더블급 활약, 박찬희는 뜨겁다

2010-2011시즌에 프로에 데뷔한 박찬희는 그 해 신인상을 수상하며, KBL을 대표하는 가드로 자리 잡은 뒤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올해는 유독 뜨겁다. 특히 어시스트는 44경기에서 평균 7.5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박찬희는 “이젠 내가 동료들의 움직임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동료들도 내 패스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어시스트가 늘어났다. 동료들이 잘 움직여준 덕분이다”라며 “평소에 동료들과 얘기를 많이 한다. 동료들도 내가 주는 상황이 익숙해지는 것 같고, 잘 넣어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더블더블 행진이 눈에 띈다. 벌써 8차례의 득점-어시스트에서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있다. 2차례만 더해서 10번을 채운다면 2006~2007시즌 주희정(삼성)의 11경기 이후 10시즌만이다. 그러나 박찬희는 “개인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경기에 몰입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기록을 생각하다보면 밸런스가 무너져,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모두 안좋다”고 강조했다.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뒤에도 박찬희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 팀이 패했기 때문이다. 박찬희는 “경기 끝날 때까지 (트리플더블) 사실을 몰랐다. 라커룸에 들어와서 왔는데, 팀이 졌는데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나중에 5년 만에 나온 기록이라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승수를 더 쌓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 슛은 안고가야 할 부분 “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44경기를 뛴 박찬희는 커리어하이급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기록 중 커리어하이에 못 미치는 분야가 바로 슛이다. 올 시즌 평균 7.86점을 기록 중인 박찬희는 신인 시절이던 2010-2011시즌에 평균 11.95점을 기록했다. 장신 가드로 돌파와 센스, 수비 능력이 리그 탑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찬희지만, 유독 슛에 대한 평가는 박한 편이다. 미드레인지에서 시도하는 각종 슛도 정확한 편은 아니다. 수비수들이 박찬희에게 거리를 두고 수비를 하는데도 슛 성공률이 좋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특히 3점슛 성공률이 19.3%로 다른 가드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박찬희도 이런 주위의 시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슛 얘기 나오면 정말 싫었다”면서 “내가 노력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잘 해야지’라고 생각도 하는데 슛이 잘 안 들어간다고 비난을 받을 때는 조금 힘들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물론 지금은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박찬희는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많은 사람들이 내 슛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게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슛만 너무 아쉬워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것 아닐까. 슛만 올리면 가치 있는 선수가 될텐데라는 마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짧게는 라운드 별로 한 라운드 두 라운드별로 슛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패스는 올 시즌 박찬희의 전매특허다. 평균 7.5개로 어시스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가족은 나의 힘…“한 경기 한 경기 최선 다한다”

전자랜드는 박찬희와 함께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바로 그의 아들인 시유군이다. 이제 11개월인 시유군은 엄마 최혜림씨와 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홈경기를 찾고 있는데, 전자랜드팬들은 물론 농구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박찬희는 “가족이 힘이 된다”며 웃었다. 그는 “힘들 때는 아이 사진도 많이 보고, 와이프한테 털어놓는다. 와이프한테 힘든 걸 다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나는 내 아들이라서 예쁜데, 팬들께서도 많이 예뻐하시더라.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체육관 오셔서도 많이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아내 최혜림씨에게는 “나도 쉬는 날 2~3시간 애를 봐도 힘든데, 하루 종일 힘들 것이다. 너무 고생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더욱이 아내가 시즌 시작할 때 지어준 한약을 먹고 더욱 기운을 내고 있다.

박찬희는 올 시즌 평균 출전시간이 29분17초로 신인 시절 평균 34분4초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출전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 법도 하지만 박찬희는 “비시즌 동안 준비를 정말 많이 해서, 힘든 것은 모르겠다. 그만큼 책임감이 큰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지난 시즌을 돌이켜 “스스로 너무 안타까웠고, 서러웠다”고 회상한 박찬희는 “올해 농구로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아직 반에 반도 달성을 못했다”고 밝혔다. 전자랜드는 25일 경기까지 21승23패로 6위에 머물고 있다. 7위 창원 LG와는 2경기 차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커트라인에 걸려있다. 박찬희는 “작년에 팀 성적이 안 좋았다. 저 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비시즌에 너무 힘들게 준비했다. 이렇게 끝내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힘든 것만큼 결과물을 내야지 이치가 맞는 게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취득하는 등 개인적인 동기부여가 될 만한 목표가 많지만, 박찬희는 오로지 ‘팀’을 강조했다. “시즌을 몇 위로 마치겠다는 말보다는 당장 있을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면 목표도 높아질 수 있다.” 역시 뜨거운 승부사다운 다짐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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