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본이 위안부 합의금으로 출연한 107억중 5억원, 화해치유재단 운영비로 들어간다

남지원 기자 2017. 2.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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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돈 10억엔(약 107억원) 가운데 5억원 넘는 금액이 화해·치유재단의 올해 운영비로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협상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전액 피해자에게만 쓰겠다”고 정부가 공언했던 일본 측 출연금이 재단 자체의 존속에까지 투입되게 된 것이다.

화해 ·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한 지난해 7월28일 서울 서대문구 바비엥 스위트에서 김태현 이사장,(오른쪽 세 번째) 윤병세(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현판 제막식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26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공개한 ‘화해·치유재단 이사회 회의결과’ 문건을 보면, 재단 이사회는 올해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5억3500만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일본 출연금에서 사용하기로 지난해 말 의결했다. 재단은 “일본 출연금은 그 의미를 감안할 때 온전히 피해자분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부 예산 삭감 등 현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의 행정비용을 일본 출연금에서 사용한다”고 적시했다. 전체 출연금의 5%, 생존 피해자 1인에게 지급하는 현금 1억원의 5배가 한해 운영비로 들어가게 된 셈이다.

당초 정부는 일본 정부 출연금 전액을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정부 예산 1억5000만원을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 재단 운영비로 지원했다. 하지만 일본이 출연한 돈을 집행하기 위해 우리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국회도 올해 예산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 6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지난 20일 국회 여가위에서는 “예산을 삭감한 것은 재단을 청산하라는 취지였는데, 모두 피해자에게 쓰는 게 맞다던 일본 출연금을 운영비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단 이사회 관계자는 “정부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됐고 수익사업을 하거나 기부금을 받을 수도 없어 부득이 출연금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예산안과 실제 결산 내역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으라고 종용하고 있다는 정황도 또 나왔다. 지난 25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공개된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과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살아계실 때 돈을 받고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한일 위안부 합의의 내용을 설명하기보다 시종일관 돈을 받으라고 설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라고 합의문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장은 “아베 정권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일단 시작을 해야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합의 내용을 왜곡해 전달하기도 했다. 화해치유재단 관계자는 “현금지급과 관련한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 대화 중 특정 부분만 발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8%에 그쳤지만 지난 17일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는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도 화해치유재단 해산 촉구 결의안, 10억엔 반환 결의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박주민 의원은 “정부는 그동안 화해·치유 재단을 민간 성격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기금 전액을 피해자를 위해서만 사용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을 펴왔는데 이는 일본의 출연금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피해자 등의 반발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화해치유재단이 현금 지급을 강행하고 있어 피해국인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 의사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화해·치유재단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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