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P2P 대출'가이드라인에 불만 많군요

고란 2017. 2. 2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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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해결 못하고 오늘부터 시행
1인당 1000만원까지 투자 제한
연소득 1억 넘으면 4000만원 허용
업계는 "투자상품인데 왜 제한"
투자자 보호 명목 선대출도 금지
업계 "급한 대출자 2금융권 간다"
당국 "상황 보고 1년 뒤 보완 가능"
“정 궁금하시면 연봉 까볼까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모 사무관과 민원인 사이에 벌어진 설전이라며 속칭 ‘찌라시’에 돌았던 내용이다. 당시 금융위는 P2P(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 대출 투자금액을 1인당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 시행을 예고했다. 이에 항의한 투자자가 “원금 손실 가능성도 알고 투자하겠다는데 너희들(금융당국)이 무슨 권리로 제한하느냐”고 전화로 따졌다. 이에 사무관은 “투자자 보호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투자자는 “너희들 연봉은 수억원씩 되고 해서 괜찮지만 우리는 좋은 투자처가 필요하다”고 언성을 높였고, 흥분한 사무관이 이렇게 되물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실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P2P대출 가이드라인에 대한 투자자와 업계의 불만이 표현된 일화다. 반발에도 가이드라인은 오늘(27일)부터 원안대로 시행된다.
금융위는 26일 “국내 P2P대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단, 전산시스템 구축 필요 등에 따라 기존 업체들에 대한 시행은 3개월간 유예된다.

가이드라인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투자금액 제한이다. 개인 투자자는 연간 한 P2P 업체당 1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동일 차입자에겐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연간 이자나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거나 사업·근로소득이 1억원을 넘는 소득 적격 개인투자자는 4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귀속 연말정산 근로소득자 중 총급여액이 1억원을 넘는 사람은 59만6000명이다. 경제활동인구(약 2751만명)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투자 한도를 규제한 것은 부동산 관련 대출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5월 1000억원에도 못 미치던 P2P 대출 잔액은 지난달엔 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누적대출액의 60%(약 3169억원)가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 부실화가 우려된다. 누적대출액 기준 업계 4위인 ‘빌리’는 지난해 6월 법인 사업자의 대출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11억5000만원을 모집했다. 만기 4개월, 수익률 연 12%라는 조건에 돈은 빠르게 모였지만 그해 10월 만기가 지나도 대출금 상환이 안 됐다. 대출금은 연체 4개월만에 회수됐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 공시를 보면 연체율·부실률이 0%인 곳이 대부분이라 안전해 보이지만 실상은 부동산 관련 대출로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P2P대출은 어디까지나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금액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국에서는 지난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P2P대출 상품을 편입시킬 정도로 시장을 키우려 하는데, 한국은 소비자 민원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금액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선(先)대출 금지다. P2P대출 업체는 대출자에게 일단 자기자본으로 먼저 대출을 해 주고, 투자자를 모집해 이 대출에 대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파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이때 대출은 P2P 업체가 100% 지분을 가진 대부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금융위는 P2P 업체의 선대출을 허용하면 대부업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선대출이 금지되면 돈이 급한 대출자들이 다시 고금리의 2금융권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P2P대출 시장이 커지면서 20%가 넘는 고금리로 신음하던 중신용자들에게 10% 안팎의 중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가이드라인으로 시장이 고사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발과는 별도로 업계는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올리펀딩 등 4개 P2P 업체는 지난달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의왕시 빌라에 투자하는 1억원짜리 상품을 내놨다. 최소 투자금액이 100만원이었던 테라펀딩은 이를 10만원으로 낮췄다.
금융당국은 일단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보고 시장 상황에 맞게 1년 뒤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주식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1인당 투자 한도 때문에 시장 성장세가 제약되는 것으로 보이면 한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업계 간의 갈등이 빚어진 것은 P2P 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P2P의 출발이 개인 간 소액거래였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넘어 기업 자금 조달 창구도 되고, 기관 투자처도 된다”며 “출발이 이렇다 보니 담당 부서도 ‘전자금융과’가 아니라 ‘서민금융과’일 정도로 금융위는 금융산업 발전을 추구하기 보다는 잡음만 안 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펀드처럼 불완전 판매가 없도록 감독하고, 차입자의 신용을 정확히 파악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중개하는지를 단속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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