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각본'에만 익숙한 박 대통령 '자칫 말실수' 역효과 우려했나

손제민 기자 2017. 2. 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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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헌재 변론 ‘불출석’ 확정
ㆍ재판부 신문에 ‘부담감’…‘출석 자체 불명예’ 판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소추위원단·대리인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결국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불출석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의 최후 입장을 담은 서면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다. 당초 박 대통령은 자신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출석해 ‘최후진술’을 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들의 신문에 대한 부담감, 헌재 출석 자체가 불명예라는 점 등을 고려해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관과 국회 측의 ‘송곳 질문’에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으로선 답변 과정에서 자칫 당황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해서 탄핵심판과 특검, 검찰 수사에도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을 수 있다.

앞서 헌재는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최후진술만 하게 해달라는 대리인단 요구에 국회 소추위원단과 재판부 신문을 거부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죄를 지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헌재에 출석할 경우 각종 혐의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구체적 입장이 노출된다는 점 역시 불출석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를 보여주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팀 조사에 이어 헌재 탄핵심판에도 불출석하면서 법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를 답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의사를 번복했다.

박 대통령은 28일로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대면조사를 받기로 한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자 거부했다.

불리한 여건을 극도로 꺼리는 박 대통령 성향도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고, 그나마도 대부분 사전 각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 취임 후 약 4년 만에 처음 이뤄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지난달 보수성향의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 출연이었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서진의 대면보고도 꺼려 소통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대다수 대리인단과 청와대 참모들의 조언과도 배치된다. 참모들과 대리인단은 앞서 지난 24일 오후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헌재에 출석해 당당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며 출석을 권유했던 터다. 청와대 참모들과 대리인단은 이날 저녁 헌재에 박 대통령의 변론 불출석 입장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언론의 추가 문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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