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각본'에만 익숙한 박 대통령 '자칫 말실수' 역효과 우려했나
[경향신문] ㆍ헌재 변론 ‘불출석’ 확정
ㆍ재판부 신문에 ‘부담감’…‘출석 자체 불명예’ 판단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결국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불출석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의 최후 입장을 담은 서면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다. 당초 박 대통령은 자신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출석해 ‘최후진술’을 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들의 신문에 대한 부담감, 헌재 출석 자체가 불명예라는 점 등을 고려해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관과 국회 측의 ‘송곳 질문’에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으로선 답변 과정에서 자칫 당황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해서 탄핵심판과 특검, 검찰 수사에도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을 수 있다.
앞서 헌재는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최후진술만 하게 해달라는 대리인단 요구에 국회 소추위원단과 재판부 신문을 거부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죄를 지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헌재에 출석할 경우 각종 혐의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구체적 입장이 노출된다는 점 역시 불출석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를 보여주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과 특별검사팀 조사에 이어 헌재 탄핵심판에도 불출석하면서 법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를 답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의사를 번복했다.
박 대통령은 28일로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대면조사를 받기로 한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자 거부했다.
불리한 여건을 극도로 꺼리는 박 대통령 성향도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고, 그나마도 대부분 사전 각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 취임 후 약 4년 만에 처음 이뤄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지난달 보수성향의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 출연이었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서진의 대면보고도 꺼려 소통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대다수 대리인단과 청와대 참모들의 조언과도 배치된다. 참모들과 대리인단은 앞서 지난 24일 오후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헌재에 출석해 당당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며 출석을 권유했던 터다. 청와대 참모들과 대리인단은 이날 저녁 헌재에 박 대통령의 변론 불출석 입장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언론의 추가 문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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