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 서구에선 이미 낯익은 이슈..핀란드선 실업자에 매달 70만원씩 지급

남지원 기자 2017. 2. 2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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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본소득제 도입은 한국 제도권에선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지만, 세계적으로는 유럽을 중심으로 수년째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인 낯익은 주제다.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과 일자리 감소, 복지제도에서의 소외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기본소득제를 실제로 실험해보거나 도입을 시도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핀란드 중도우파 정부는 지난 1월부터 25~58세 실업자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약 70만원)를 조건없이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평균 월소득(3500유로)의 16% 수준이다. 이 돈은 용처를 보고하지 않고 자유롭게 써도 되고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계속 지급된다. 다만 실업급여 등 기존 사회보장혜택은 기본소득으로 대체된다. 핀란드가 기본소득제 실험에 나선 것은 아주 낮은 소득만 있어도 복지혜택이 크게 줄어들도록 사회보장제도가 짜여 있어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실업률은 8.1%에 달한다. 핀란드는 기본소득제의 효과를 살핀 뒤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핀란드의 경우처럼 유럽 국가에서 기본소득은 복잡한 사회보장제도를 보편적 현금지급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선별해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하는 데 드는 행정력과 비용을 줄이고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도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가 단위에서 기본소득제 실험에 나선 것은 핀란드가 처음이지만 지역별로 기본소득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실험하고 있는 곳은 많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천연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액을 알래스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 이탈리아 리보르노는 시민 중 가장 가난한 100가구에 월 500유로를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제를 지난해부터 실험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대상을 200가구로 늘렸다.

캐나다 온타리오는 올해부터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고 영국 스코틀랜드의 파이프와 글래스고 시의회도 올해 시범사업 실시를 검토 중이다.

기본소득제를 주장하는 정치세력도 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인 브누아 아몽은 전 국민에게 매달 750유로(약 90만원)를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2022년까지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기본소득동맹’이라는 정당이 새로 생겼다. 영국 녹색당도 복지제도 단순화를 위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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