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통파' 트럼프와 의회 이어줄 연결고리

박종현 입력 2017. 2. 2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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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거침없는 질주에 2주를 보내고, 뒤이은 2주 동안 극도의 혼란을 경험했다. 5주차에 들어서는 질주와 혼란의 강도를 줄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공동체협정(TPP) 탈퇴, 반이민 행정명령 발동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다가 연방항소법원의 반이민 행정명령 중지 결정에 이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진 사퇴,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후보자의 사임 등으로 아웃사이더 정치인의 한계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좀더 세밀한 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H R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임명하면서 격변의 파고를 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기간 질주와 혼란의 양극단을 체험할 때 백악관 인사들도 부침을 겪었다. 그 정점에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있다. 프리버스는 아웃사이더 정치인과 보수·극우 인사가 주력부대인 ‘트럼프의 권력 자장’에서 온건한 보수파와 공화당이 기대한 인물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프리버스가 비서실장에 내정되자 미 언론과 워싱턴 정치권은 그가 트럼프 당선자의 시행착오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프리버스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 출신으로 공화당 주류와 대화가 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프리버스는 7살 때 위스콘신주로 이사해 그곳에서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위스콘신주를 지역구로 삼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막역하게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원활한 소통을 고려해 프리버스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각과 백악관 요직에 정통 관료나 정치인 출신보다는 월스트리트 갑부와 극우·보수 인사를 임명할 때도 프리버스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불과 몇 주 만에 비서실장인 프리버스가 백악관을 장악하지 못해 트럼프 정부의 초보적 국정운영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극우 성향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보다 발언권이 약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백악관 고위 관료인 켈리엔 콘웨이 선임 고문이 언론의 출연금지 명단에 오르고,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언론의 비판을 받을 때도 프리버스가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급기야 국정 장악력 제고를 위한 ‘프리버스 경질설’까지 불거졌다.

그런 그가 비서실장 격에 맞게 백악관 최고 실세로 부상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프리버스는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상원 인준을 앞두고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맥마스터 보좌관 인선으로 언론의 호평을 받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WP는 “프리버스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통파 정치인으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백악관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명실상부한 백악관 참모 서열 1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출범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강곡선을 긋는 상황에서 프리버스가 당초 기대대로 공화당, 더 나아가 의회와 백악관의 연결고리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프리버스가 또 다른 정통파인 맥마스터 보좌관과 함께 백악관의 기류를 바꿔놓을지도 관심사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의회와 군대의 정통파 출신인 두 사람이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1972년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프리버스는 마이애미 대학을 졸업한 뒤 위스콘신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뒀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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