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모 씀씀이에 대학 결정..사교육 통한 '富의 대물림'

송민섭 입력 2017. 2. 26. 19:34 수정 2017. 2. 2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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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후 급여차 월 23만원 / EBS 수능 강의·방과후학교 효과도 의문 / 활용도 높을수록 사교육 지출액 늘어나 / 당국 "대체재 아닌 보완재로 봐야" 반박
국회예산정책처의 ‘저출산 문제와 교육실태’ 보고서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긴 지 오래인 한국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모의 사교육비 지출 정도가 자녀의 학벌은 물론 취업 후 임금과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결정한다. 사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 재산에 따라 자녀 학벌 달라져

26일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지출한 사교육비는 자녀의 학벌과 졸업 후 임금을 좌우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한국노동패널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2년 월평균 61만1000원을 사교육비로 쓴 5분위 가정 학생의 2014년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분위(4만5000원) 가정의 1.3배 높았지만, 서울 소재 대학은 2.1배, 주요 대학은 2.2배, 대학원은 3.7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들의 졸업 후 월 급여는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5분위가 210만8000원, 4분위는 203만9000원, 3분위는 191만5000원, 2분위는 189만7000원, 1분위는 187만8000원이었다.

사교육비 지출은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많았다. 마 교수가 2014년 노동패널조사자료 중 2078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자녀 1인당 27만3000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교육부·통계청의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 실태조사’의 초·중·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 24만4000원보다 2만9000원 많다. 소득 5분위(연 5248만원)는 45만1000원으로 1분위(1125만원)의 13만3000원보다 3.4배 많았다.

◆사교육비 경감 정책도 별로 효과 없어

정부의 대표적 사교육 경감 대책은 방과후학교와 EBS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다. 교육부는 17조8000억원(2015년 기준) 규모인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EBS 수능 강의와 수능 70% 이상 연계 출제’ 정책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자부한다.

한국직업능력평가원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최근 내놓은 ‘EBS 수능강의 성과분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EBS 수능 강의에 따른 사교육비 경감액은 지난해 1조1178억원으로 추산된다. KEDI는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EBS 수능 강의를 폐지하면 사교육비가 1조2329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수능과 EBS 수능 강의를 연계하는 게 그만큼의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내는지는 의문이다. 고교생의 경우 EBS 수능 강의 활용도가 높으면 사교육 참여시간이나 지출액도 늘었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도 중학생들의 과학고나 외국어고, 자사고 입시 관련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데는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방과후학교 지출 비용이 높은 중학생이 진로고등학교 유형으로 자사고와 특목고를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EBS 수능 강의와 방과후학교 등 공교육 프로그램이 사교육비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급별로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EBS 수능 강의나 방과후학교 정책은 공교육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개념”이라며 “특히 EBS 수능 강의가 도농 간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한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 교수도 특정 교육정책이 사교육 수요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마 교수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계층 상승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라며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 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함께 입시제도 개혁, 경쟁 위주 평가, 학벌사회 탈피 등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민섭·김주영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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