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마·베네치아 몰락 닮아가나

전정홍,김규식,부장원 입력 2017. 2. 26. 18:18 수정 2017. 2. 2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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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에 빠져 쇠락의 길에 접어든 대표적인 국가가 중세 베네치아와 로마제국이다.

서기 810년 독립 이후 번영의 절정기를 맞았던 베네치아는 민회에서 선출한 종신직 수장인 도제가 도시를 운영하지만 대평의회, 원로원 등의 견제를 받아 정치적 균형을 유지했다.

그 결과 새로운 사업체와 계약 유형이 탄생하고 금융혁신이 진행되며 베네치아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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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실패 기로에 선 한국 ① ◆

'악순환'에 빠져 쇠락의 길에 접어든 대표적인 국가가 중세 베네치아와 로마제국이다. 서기 810년 독립 이후 번영의 절정기를 맞았던 베네치아는 민회에서 선출한 종신직 수장인 도제가 도시를 운영하지만 대평의회, 원로원 등의 견제를 받아 정치적 균형을 유지했다. 이런 정치 안정 속에 베네치아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계약제도인 '코멘다'를 통해 신흥 부자들을 배출했다. 이 제도는 투자 지분율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나누고, 자본이 없는 사업가는 이런 투자를 받아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수 있는 제도였다. 그 결과 새로운 사업체와 계약 유형이 탄생하고 금융혁신이 진행되며 베네치아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신흥 세력의 정치 진입에 위기감을 느낀 베네치아 지배층은 대평의회를 귀족 세력의 전유물로 폐쇄했다. 이어 번영의 열쇠 역할을 한 '코멘다'를 없애고 무역을 국유화하는 등 비포용적 제도를 잇따라 내놨다. 결국 베네치아는 경제를 소수 엘리트가 독점하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오늘날에는 관광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베네치아의 몰락과 관련해 "포용적 제도를 향한 움직임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직면해 뒷걸음치기도 한다"며 제도 면에서 '후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포용적 정치·경제제도에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과 맞닿아 있는 주장이다. 로마도 베네치아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공화정 시절 글로벌 교역에 힘입어 경제적 번영을 얻었지만, 이후 제정으로 국가 형태가 바뀌면서 정치제도가 비포용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로마를 지탱한 시민병 소유의 토지를 불법으로 귀족층이 수탈하는 등 비포용적 경제제도로 제도의 틀이 바뀌며 경제적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로마의 사례와 관련해 "비포용적 정치제도하에서 이룬 경제적 번영은 기술적 혁신을 낳지 못해 단명하고 만다"고 진단한 바 있다.

[기획취재팀 = 전정홍 기자 / 김규식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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