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취재 후기 2편] 가짜뉴스에 휘둘린 기자들..뛰면서 "왜?왜?"
현지 시민들 "한국 '런닝맨' 촬영인가요?"
15일 오후 1시 20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닿은 나는 곧장 공항 제2청사(KLIA2) 3층으로 향했다. 이틀전 김정남이 암살당한 곳이다. 도움을 얻기 위해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로 향했다. 김정남도 독극물 피습 직후 이곳으로 와 도움을 청했다. 기자라고 밝히자 직원은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며 명단에 이름을 적으란다. 소속ㆍ이름ㆍ연락처를 차례로 적으며 명단을 훑어보니 한국 언론 6곳을 포함해 워싱턴포스트(WP)ㆍ아사히신문 등 21개 매체가 이미 이곳을 다녀갔다. 험난한 취재의 서막이었다.
#말레이에 나타난 양치기 소년 가짜뉴스가 글로벌하게 판을 치더니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20일 오후 기자들 사이에선 김정남 아들 한솔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진원지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왓츠앱’이었다. 마카오발 AK8321편을 타고 오후 7시40분에 도착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현지 보도도 이어졌다.
내외신 기자 200~300명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과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가 ‘뻗치기’를 시작했다. 나는 공항으로 갔다. 한 명이 뛰면 수백명 기자가 우르르 뛴다. 다들 뛰면서 선두 기자에 “Why? Why?(왜? 왜?)”라고 외친다. 그러다 그 기자가 뒤를 보며 역시 “Why?”라고 말한다. 다들 허탈한 표정으로 출국장 앞에 복귀.
김한솔 입국설은 경찰청장이 직접 오보라고 확인해주면서 일단락됐지만 23일에도 양치기 소년은 또 나타났다. 오전 9시 30분 북한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연단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대사관으로 향했지만 이 역시 낭설. 바깥으로 나온 대사관 직원을 붙잡고 “기자회견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런 계획 없습니다”란다. 쿠알라룸푸르에 같이 온 신경진 선배는 “말레이에 늑대가 자주 출현하는구만”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신 선배는 김정남이 자신의 가게 단골이라고 주장하는 주인 A씨를 만났다. 내가 말레이에 온 바로 다음날 접촉했던 인물이다. 당시 휴대전화 번호를 가장 먼저 알아내 단독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종북 언론과는 절대 인터뷰 안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3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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