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깊이보기]'아키에 스캔들'..잘 나가는 아베 발목 잡나?

도쿄|윤희일 특파원 2017. 2. 26. 15: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잘 나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한 사립학교 재단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2012년 12월 총리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아베 총리의 정치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본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사카(大阪)시에서 ‘쓰카모토(塚本)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모리토모(森友)학원은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6월 오사카부 도요나카(豊中)시에 있는 국유지 8770㎡를 수의계약을 통해 감정가(9억5600만엔, 약 96억3542만원)의 14%에 불과한 1억3400만엔(약 13억5057만원)에 사들였다. 부지의 땅 속에 콘크리트나 폐자재 등 쓰레기가 대량으로 묻혀 있어 이를 제거하려면 거액(8억1900만엔, 약 82억5461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 땅의 가격이 낮아진 이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지만, 지자체인 도요나카시는 2010년 이 부지의 동쪽에 있는 땅(9492㎡)을 10배나 비싼 14억2380만엔(약 143억5033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모리모토학원에 대한 특혜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 문제가 아베 총리의 정치 스캔들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이유는 학교법인과 아베 총리 사이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모리토모학원은 오는 4월 개교 예정인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昭惠·사진) 여사를 위촉했으며, 학교 설립을 위한 모금 과정에서 교명을 ‘아베 신조기념소학교(초등학교)’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 등은 부지 매각 과정에 정권 차원의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추궁하고 나섰다. 야당 등은 문제의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재무성 긴키(近畿)재무국과 모리모토학원 사이에 오고 간 자료가 계약이 이루어진 지난해 6월 이후 파기된 사실을 놓고 ‘은폐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야당의 추궁이 계속되자 “토지 매각 과정에 나와 아내는 전혀 관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내가 해당 학교의 명예교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당 법인이 자신의 이름을 딴 학교를 건립한다면서 모금에 나선 것에 대해 “나도 매우 경악했다”면서 법인 측에 항의해 사과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내 이름이 사용된 것을) 처음 들었다”며 “나와 처가 관계가 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회계검사원은 이번 매각이 적법하게 이뤄진 것인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야당과 회계검사원 등의 향후 조사에서 정권 차원의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 아베 총리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리토모학원의 이사장은 아베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개헌을 지지하는 우익단체 ‘일본회의’의 오사카 지역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우리는 일왕의 충량한 신민이 되어야 한다”는 옛 군국주의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거나 옛 일본 군가를 가르치는 등 ‘우익교육’에 힘을 쓰고 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