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대타출전으로 AG 금메달' 최다빈의 극적 반전드라마

이석무 입력 2017. 2. 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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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미 실내 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최다빈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8일간의 열전을 마감한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은 최다빈(17·수리고)이라는 새로운 ‘요정’을 탄생시켰다.

최다빈은 지난 25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끝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에서 총점 187.54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최다빈이 처음이었다. 그전에는 1999년 강원 대회 아이스댄스에서 양태화-이천군 조가 동메달을 차지하고,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여자 싱글에서 곽민정이 동메달 따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심지어 세계 피겨 역사를 다시 썼던 김연아도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없다. 2007년 창춘 대회 때는 부상 때문에 불참했고, 2011년 대회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우승 이후 휴식기에 들어가는 바람에 역시 출전하지 않았다. 김연아도 없는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최다빈이 목에 걸면서 한국 피겨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스포츠 스타는 스토리를 먹고 산다. 최다빈은 스토리가 풍부한 선수다. 아시안게임에 나온 것 자체가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다빈의 금메달은 야구로 비유하면 ‘대타 끝내기 결승 홈런’이다. 당초 최다빈은 동계아시안게임 출전권이 없었다. 원래는 박소연(단국대)과 김나현(과천고)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소연이 지난해 연말 훈련 도중 복숭아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다음 순위였던 최다빈에게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최다빈의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최다빈은 이달 초 강릉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61.62점), 프리스케이팅(120.79점), 총점(182.41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며 5위를 차지했다.

비록 대체 선수로 갑작스레 출전했지만 최다빈은 자신감이 넘쳤다. 워낙 상승세가 뚜렷해 두려울 게 없었다. 결국 아무도 예상치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피겨의 새 역사를 썼다.

어린 피겨 선수 대부분이 그렇듯 최다빈도 김연아를 따라 피겨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았다. 피겨를 시작한지 2년 만인 2007년 1월 ‘김연아 장학생’으로 뽑혀 장학금을 받았다.

지금도 최다빈은 김연아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재학 중인 수리고는 김연아의 모교다. 소속사도 김연아가 속한 올댓스포츠다. 김연아의 관리를 직접 받고 있는 셈이다.

사실 최다빈은 올시즌 극심한 기복을 겪었다. 두 차례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7위와 9위에 그쳤다. 국내 대회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선 5위에 그쳤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이 걸린 지난 1월 피겨 종합선수권대회도 4위에 머물렀다. 임은수(한강중), 김예림(도장중) 등 동생들에게도 뒤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강릉 4대륙 대회를 불과 2주 앞두고 쇼트프로그램의 음악을 바꿨다. 시즌 중에 음악과 안무를 바꾸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하지만 최다빈은 기존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안무코치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신의 한 수였다. 훨씬 밝고 상큼해진 음악은 최다빈의 귀여운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최다빈 본인이 더욱 신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강릉 4대륙 대회 5위에 이어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다빈의 다음 목표는 오는 3월 29일부터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다. 원래 이 대회도 최다빈은 출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래 출전권을 가지고 있던 동갑내기 친구 김나현이 발목 부상 때문에 출전을 포기하면서 최다빈이 대신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다. 최다빈이 3~10위 안에 든다면 한국은 여자 싱글에 2명을 출전시킬 수 있다. 그 이하 순위면 1명만 나가게 된다. 최다빈의 어깨는 더 무거운 이유다.

최다빈은 “세계선수권 때 지금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컨디션이 좋더라도 좋은 성적이 안 나올 수 있다. 일단 운에 맡길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처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친구 나현이 몫까지 해내겠다”고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지금의 상승세와 좋은 기분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얼마나 잘 끌고 가느냐가 최다빈의 중요한 숙제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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