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원 "빛나는 스타보다 겸손한 배우 될래요" [인터뷰]

권남영 기자 2017. 2. 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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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미디어 제공


이 작은 체구에 어쩜 그리 풍부한 감성이 내재돼있을까. 정준원(13)은 작품마다 아역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어엿한 배우다. “스크린에 나오는 저를 보면 가슴이 두근대고 떨린다”며 해맑게 웃다가도 연기 이야기엔 누구보다 진지해진다. 연기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때의 진중함은 기특해 마지않다.

영화 ‘그래, 가족’에서 속 깊은 막둥이 낙이 역을 소화해낸 정준원을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 중 사남매의 막내로 나오는 그는 이요원 정만식 이솜 등 선배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하드캐리’를 해냈다. 맛깔 나는 사투리와 애늙은이 같은 말투로 깨알 같은 웃음을 안기다가도 끝내 진한 감성 연기로 관객을 울린다.

실제 정준원은 낙이와 닮은 구석이 많다. 그는 “낙이처럼 능청스럽고 천진난만하고 밝고 유쾌한 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귀엽게 난 덧니를 드러내며 환히 웃어 보이는 그는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상대를 덩달아 미소 짓게 하는 치명적인 천진함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낙이가 살림을 잘 하잖아요. 캐릭터를 잘 살리고 싶어서 실제 집에서도 낙이처럼 ‘살림왕’이 돼보려고 노력했어요.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밥 차리는 것도 거들고…. 많이 연습을 해봤습니다(웃음). 물론 평소에도 엄마를 잘 도와드리긴 하지만요.”

정준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을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어떤 감정이나 말투를 표현할 때의 미세한 차이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저보다 연기를 오래하신 선배님들과 함께하다 보니 배울 점이 엄청 많았다”고 말했다.

영화 '그래, 가족' 현장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낙이를 연기하며 가장 공감됐던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문득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한때 속앓이 했던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2년 전쯤 저도 낙이처럼 슬럼프가 온 적이 있어요. 겉으로는 잘해 보이려고 계속 밝은 모습으로 연기를 하곤 했는데 (속으로는 힘들었던 거죠). 엄마랑 단둘이 있다가 그게 터져버린 거예요. ‘엄마, 나 요즘 연기가 잘 안 되는 것 같아’라며 투정부린 적이 있어요. 너무 속상해가지고….”

정준원은 “연기를 할 때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마음에 공감을 해야 되지 않나. 그런데 (그때는) 공감이 잘 안 되고 왠지 감정도 잘 잡히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힘들었던 시기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떨쳐냈다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마음껏 놀다보니 어느새 고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팔팔해요.” 그는 다시 해맑게 웃었다.

영화 ‘페이스메이커’(2012)로 데뷔한 정준원은 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영화로는 ‘그래, 가족’ 이후 ‘7년의 밤’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드라마로는 ‘사임당, 빛의 일기’(SBS) ‘보이스’(OCN) ‘아버지가 이상해’(KBS2)를 통해 연달아 시청자를 만난다. 여느 성인배우 못지않은 ‘열일’ 행보다. 그럼에도 틈틈이 공부를 하며 학업 또한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건 7세 때였다. “유치원에 다닐 때 제가 친구들이랑 잘 안 어울리고 한 곳에만 집중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을 때가 많았대요. 그래서 아빠·엄마는 제가 자폐아인 줄 알았대요. 아빠가 ‘연기학원에 다녀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셔서 다니게 됐는데, 그때부터 친구들이랑 잘 어울렸어요. 다른 사람에게 저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됐죠.”


스크린 속 자신을 보고 희열감을 느꼈다는 정준원은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돼 너무 즐겁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과 마음도 표현할 수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도 나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연기하는 게 좋고,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롤모델로는 대선배 유해진을 꼽았다. 그는 “유해진 배우님은 작품마다 캐릭터가 전혀 다르시다.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자연스럽기도 하다. 연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으시다는 점에서 본받고 싶다. 진짜 말이 필요 없는 것 같다”며 존경을 표했다.

본인 역시 역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해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그는 “풋풋한 첫사랑을 다룬 로맨스나 SF 장르를 해보고 싶다. 지성 배우님께서 다중인격을 연기하신 드라마 ‘킬미 힐미’(MBC) 같은 작품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려고요. 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는 겸손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멋있고 화려하게 빛나는 배우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뜻과 달리 ‘멋있고 화려하게 빛나는 배우’가 되면 어떡하느냐는 짓궂은 ‘우문’에 정준원은 기똥찬 ‘현답’을 내놓았다. “열심히 노력하고 겸손한데 빛나고 화려하기까지 하면 더 좋겠죠. 엄청 좋죠.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겸손한 자세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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